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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 Yan ,莫言,관모예管謨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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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누워서 수수밭의 속의 맑고 투명한 온기를 흠뻑 쫑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제비처럼 가벼워져서 수수이삭을 스치며 시원하게 활주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가던 얼굴들이 차츰차츰 속도를 늦추어 지나갔다. 딴삐엔랑 · 딴띵시우 · 외증조부 · 외증조모 · 루어한 아저씨…… 원망하는 얼굴, 감격한 얼굴, 흉폭한 얼굴, 푸근한 얼굴들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나타났다가는 또 사라졌다. 지나간 시절의 모든 기억들이 향기가 물씬 나는 과일처럼, 빠르게 날아가버린 화살처럼 땅으로 떨어졌고 할머니는 이제 바야흐로 자신이 살아온 삼십 년 역사의 마지막 한 줄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미래의 일들을 할머니는 단지 흐릿하게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느 빛무더기처럼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달라붙었다가 미끄러져가버리는 짧은 현재의 순간만을 할머니는 여전히 안간힘으로 붙잡고 놓지 않고 있었다. 할머니는 짐승 발톱 같은 아버지의 작은 두 손이 그녀를 쓰다듬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애증과 환난, 감사와 원망이 뒤섞인 채 점점 희미해져가는 할머니의 의식 속으로, 겁먹은 목소리로 불러대는 아버지의 '어머니' 소리가 삶에 대한 미련의 작은 불꽃들을 뿌려대고 있었다. 안간힘으로 팔을 뻗어 아버지의 얼굴을 한번 어루만지고는 할머니는 더 이상 팔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할머니는 막 하늘로 날아올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천국에서 쏟아져내리는 오색 찬란한 빛다발을 보았고 천국에서 들려오는 꽹과리와 나팔과 날라리의 장엄한 합주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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