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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이진영
1958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으며,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수렵도, 혹은 겨울나기」(뒤에 「수렵도」로 개명)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수렵도』와 『퍽 환한 하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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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776161

책 속으로

문장 넘어 밀재 넘어
내 고향 불갑사 가는 길
상사화꽃이 환하게 피어 길을 밝히고 있다
이곳 저곳 상사화꽃 촛불처럼 환하건만
어려서는 그렇게도 잘 보이던 길들이
배암처럼 풀숲에 숨어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일등一等 일등一等 하면서
긴 세월 날마다 허방만 짚다가
어머니께서 그 분 앞에 켜주신 일등一燈의 심지를
다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다 태워버려
더 이상 색신의 석유기름을
빨아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 같은 나의 숨박질은 언제쯤 끝나려는지
문장 넘어 밀재 넘어
내 고향 불갑사 가는 길
마음에 일등一燈 켜지 않아도 상사화 붉은 꽃등처럼
어려서는 그렇게도 환하던 색신의 길들이
어제는 너무나 어둡다
초파일이 아니어도 내일은 그 분께 달려가
꼭 심지를 갈아야겠다
소쩍새가 솥적다 솥적다 울지 않아도
어머니의 일등一燈을 위하여
내일은 그 분 앞에 꼭 소지를 올려야겠다

---pp. 92~93

출판사 리뷰

이진영 시인의 그 특별한 "저/열중熱中"
이진영 시인은 「나비」라는 시를 통해 자신과 인간의 고독의 정체성을 파헤친 것은 물론, 그 「나비」를 통해 또 하나의 구원에 이르고 있는 인간의 삶의 원형을 제시하고 있다.

나비는/소리없이 난다/천천히/서두르지 않고/꽃이 피듯/나다//나비는/아우성치지 않고/난다/살며시/제 빛깔로/제 상념으로//안으로/안으로/자기 자신에게만/한없이/깊어져간다/자지러져 간다//저/열중熱中//그래서 하늘도/바람도/그들의 날갯짓 하나/어쩌지/못/하는 것이다//
--- 「나비」 전문

"저/열중熱中" 이 말 한마디는 시집 『수렵도』 전체에서 주춧돌을 괴고 그의 시적 태도를 천명한 진술이기도 하다. 깨달음의 끝에 있는 그의 시세계를 결론적으로 틀지워 본다면, 첫째는 도가적 묵상 또는 여래적인 정신적 깨달음이 그 하나요, 둘째는 「수렵도」에서 출발한 원형적인 숲을 접점으로 한 전통적 정신 속에서 "그늘"을 치고자 하는 삶이다. 이는 졸속한 현대의 비극적인 삶을 탈출하고자 하는 이진영 시인 스스로의 자기 구원을 꾀하고 더불어 극복으로서의 삶의 대응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진영 시인의 첫 시집 『수렵도』에는 시편 전체를 감도는 시인만의 독특한 삶에 대한 끈질긴, 그것도 고구려 벽화 속의 기개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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