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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일로 연꽃방죽에 가면
세상을 가득히 떠메고 가는 상여 한 채가 있다 개구리밥 부들 부래옥잠 축일의 명정을 서로 펄럭이며 한 땀 두 땀 기쁘게 상여를 밀고 나가는 상주도 여럿 있다 누가 열반헀는가 너무 장엄해서 아무도 울지 않는 꽃들의 호상 물방개 소금쟁이 엿장수 만장의 아이들 앞장서 상엿길 열면 개구리 붕어 메기 남도 소리꾼들 상여 밀어 올리는 소리 더욱 자지러지고 그렇구나 세상 뜨는 일이 저렇게 기쁠 수 있구나 저렇게 황홀할 수 있구나 축제의 그 저승길을 몇 컷의 사진으로 담다보니 나도 어느덧 일로 연꽃방죽의 상주가 되어 있었다 꽃이 되어 있었다 ---pp. 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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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 그 소리들에 의미 부여하기
서애숙 시인의 시쓰기는 외부 환경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인 "소리"를 통해 시적 감수성을 표현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특히 청각영상의 미묘한 떨림을 운율감을 살리면서 형상화 할 때 비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애상적인 감성을 증폭시킨다.
하얀 목련 벙그는 소리/그 위로 나비 내려앉는 소리/물고기 한 마리가 힘차게 여울목 튀어 오르는 소리/비둘기 구구대는 소리/빨랫줄에 광목 펄럭이는 소리/대나무 우듬지 휘어지는 소리/갓난 아이 웃는 소리/나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찰랑이는 소리/한반도에 꽃 피는 소리/피리 소리// --- 「봄」 전문 한 편의 시를 무수하게 떠도는 "바깥의 소리들"에 "시인과 닮은 것들"을 끌어다 놓고 그 위에 바깥으로부터 끌어온 소리들을 입혀 말 그대로 "소리"로 이루어진 "소리 시"를 만든것이다. 그래서 서애숙 시인의 「봄」이라는 시를 보면 봄은 과연 이런 저런 소리들로부터 오는 것이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이처럼 서애숙 시인의 시적 표현들 다수가 시에 대한 깊은 여운을 통해 생명의 율동감을 재현할 뿐만 아니라, 정적인 풍광 속에서 날카롭게 와 박히는 소리, 혹은 소리에 대한 상상력을 시적 긴장의 촉매로 사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