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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 물뿌리개의 시 2. 탱자울 3. 벌초 4. 칫솔 통속도 5.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6. 감기 앓은 이유 7. 꽃에 관한 변명 8. 저녁의 개울 - 얼룩 1 9. 선인장, 혹은 송장 - 얼룩 2 10. 술집 뭉크에서 - 얼룩 3 (...) 해설 - 기억과 사랑, 그 사사적 울림 / 김상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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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뚱이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걸음 옮길 적마다 외로움은 발길에 채이더니 거둠이 긑난 채마밭에 서면 가금 산다는 것에 대해 느꼈던 갑갑함이 시원섭섭해진다 눈곱만한 씨앗을 뿌리고 나서부터 너풀너풀 이파리 흔들면 묶어 주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어디론가 실려 가고 있다
자식들 다 자란 모습으로 훌훌 곁을 떠났을 때 한때 어머니 심정 또한 그랬으리라 나를 위해 회초리며 꾸짖음으로 묶어 주던, 어긋난 행동에 내려 주던 달빛…… 어머니의 허탈함이 밭고랑마다 고인다 10월의 밭에는 이제 서리가 내리고, 남겨진 배추 뿌리 두더지며 들쥐들이 갉아먹는 소리가 회색 하늘에 첫눈을 부르는가 귀가를 서둘러 돌아서는 길, 눈발은 돌아가 웅덩이를 파라 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추위에 얼기 전 참으로 매운 겨울 맛을 담가 둘 제 키 높이의 웅덩이를 파 들어가라 한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파내야 할 지층의 퍼석한 곳을 골라 묻어 두어야 할 저 외로움의 평지여 --- pp. 46∼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