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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트이자마자 그는 실실 혀를 굴린다. 저마다의 뼈와 관절을 풀어 놓는다. 마음이든 시간이든 질질 늘려 팔이든 djf굴이든 닥치는 대로 얽어맨다. 아마도 여러 겹 굵은 노끈으로 동여맨 지 이미 오래다. 그는 머리마저 까무룩 밀어 버린 채 바깥일엔 무관심한 척한다. 오직 말을 잃은 입만이 그의 전생애인 듯 오물거린다. 생각이 쏟아질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는 용의주도하게 온몸마저 친친 감아 버렸다. 시간의 허구렁을 샅샅이 뒤져도 보이지 않는 매듭, 바람마저 드나들 수 없는 배꼽 하나 짓고 있었다. 구렁구렁 고이는 가래를 뱉으며 그는 곁눈질만 한다. 말의 촉수를 거두어 들이자 영생을 얻었는지 고즈넉하다. 그는 조만간 돌이 될 것이다.
--- '거미는 몸에 산다'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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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안 시인은 자신의 첫 시집『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을 통해 그리움의 서정이 겹쳐 있는 자연 풍경에 대한 묘사와 함께 곤궁한 실상과 그로 인해 갖게 되는 설움과 애환의 세계 그리고 가난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강인한 내적 의지로 극복하려는 시적 지향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 펴낸 두 번째 시집에는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치열한 사유와 함께 실존적 개체의 고독이 진득하게 묻어난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새는 알의 껍질에서 풀은 흙의 땅에서 별은 은하의 물에서 사람은 우주의 길에서 끝없이 부활했다 누가 전원을 울리는가 산이 없다 물이 없다 어디로 가는가 너, 혹은 나는? ― 강희안 시「어느 날, 문득」중에서 이 시편과 함께 또 다른 시「지리산 폭설 이후」에서 “나는 지금 생의 어느 골짜기에 쓸쓸히 서 있는가”나 “벼랑으로 뻗은 왜송 뿌리로부터 위험한 한 마리 짐승이 매달려 있구나”와 같은 시행에서 엿볼 수 있듯 존재론적 위기감에 대한 시인의 의식을 잘 반영해내고 있다. 이는 바로 혼돈의 질서 속에서 정처 없이 헤매는 우리 현대인의 삶의 한 단면이기도 하며 존재와 비존재, 꿈과 현실, 중심과 주변의 경계에서 요동치고 있는 자신과 시적 자아의 불안정한 존재 상태를 의미하고 있으며, 자기존재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관념적으로 획득하고자 하는 자기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강희안은 이번 두 번째 시집을 통해 이 세계와 존재론적 자아의 이율배반적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에 집착하는 관념의 세계로 자신의 시 의식을 옮기고 있다. 그와 함께「돌과 같이 ? 1」「대장꾼 일기」「그 사내」등의 시편을 통해서 그는 단단함을 통해 존재의 중심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내적 의지와 윤리성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의 시편들이 3인칭의 세계가 보여주는 존재의 다양한 국면들, 즉 불온함과 어리석음, 망설임, 실존적 고투 등을 자기의 거울로 삼음으로써 1인칭의 세계가 안고 있는 실종의 위기를 진단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끝별(시인, 문학평론가)은 강희안의 이번 두 번째 시집에 대해 “강희안 시인은 이제 고요에 든 정신의 뼈로 언어와 존재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견고한 의미의 거푸집을 세우고 있다”라고 평하고 있으며, 박정대 시인은 “한바탕 침묵의 난장 속에서 한줄기 빛이 당도하는 곳에서 그는 존재의 말들을 이끌고 그리운 혁명을 이루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문학평론가 이경수는 이 시집에 대한 촌평에서 “낡은 언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욕망의 삼투압으로 인해 그의 시는 가열차게 끓어오르고 있다. 언어에 대한 집요한 탐색과 언어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비트는 행위를 통해 그의 시는 새로운 서정에 도달하고 있다. 비상의 꿈을 망각한 이들에게 그의 시는 잃어버린 꿈을 상기하고 복원하는 힘을 발휘한다”라고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