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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女子,
내 전생의 저 여자 부엌 칸 부뚜막에 암코양이처럼 걸터앉아 막걸리 한 사발 꿀물 마시듯 꿀떡꿀떡 시퍼런 김치줄기에 돼지고기 보쌈해 야무진 입매 다시는 나무비녀 쪽진 머리 푸르죽죽한 낯빛의 눈꼬리 샐쭉한 소복의 저 여자 조붓한 어깨 들썩이며 아이고 아이고 진양조 단조로 어수선한 상가喪家 분위기 휘어잡고 있는 저 여자女子 울음을 웃음처럼 갖고 노는 내 전생의 저 여자女子 ---pp. 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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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캄캄해"져 "아무것도 볼 수 없게" 하는 사랑
이명주 시인이 『곡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척 다양하다. 이번 시집에서 유독 사랑 노래가 많은 것도 시인의 그 같은 다양한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시인이 자신의 나이를 보내버린 봄을 기억해 내면서 헤아리고 있는데 그것에서 오는 느낌을 시편을 접하는 이에게 서서히 전이시키는 것처럼, 시인은 자신의 "사랑" 역시 마찬가지 방법을 통해서 전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계속 이어지는 길은 없다고/어느 날 너는 그렇게/떠나갔다"(「먼지 속으로」부분)고 말하는 시인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면서 욕망에 솔직했던 순수한 젊은 날도, 사랑의 절정에서 목놓아 울던 환희의 순간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것이 사랑에 대한 해답이었다는 듯이 체념하는 법을 터득하기에 이른다. 이명주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렇게 많은 것을 얘기하려고 욕심부리지 않는다. 다만 '곡비'라는 여자를 한 번쯤 관심 있게 쳐다봐 달라는 것과, 그것이 실상은 '곡비'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한 번쯤 습관처럼 나이 들어가는 것을, 습관처럼 보내고 있는 봄을 오래 바라봐 주길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먼 시간의 먼지 속으로/이미/돌아가고 없었다//(……)길 위의 만남은/길 위에서 끝나야 한다는 것을/그때서야 비로소/알았다//(「먼지 속으로」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