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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풍류, 화랑들의 길노래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단의 사상가들 낙산사의 불교산수 이사부가 펼치는 독도의 꿈 울진 땅 거벌모라에 무슨 일이 있었나 해신당의 남근목 축제 수로부인 사랑의 여로 대청호에 남몰래 흐르는 눈물 달 비치면 은빛 물결, 새로운 도시의 탄생 천안삼거리의 역사풍경 차령고갯길에서 삼남대로를 잃다 외암마을의 유교산수 바다의 흉년, 풍어제의 깃발 길에서 길을 찾다 |
朴泰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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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憲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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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지 않는 한 국토는 없고, 깨닫지 않으면 현실이 보이지 않는다”
“국토언어는 기본적으로 희망의 언어이다. 사람들은 국토를 통해 끊임없이 낙토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 발길이 스치는 모든 곳들로부터 이 땅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룩해내는 풍경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살피고 또 살핀다. 깊숙한 국토읽기에 의한 희망언어, 고감도 국토영상을 통한 미학언어로서 국토가 베풀어주는 사랑을 한껏 자랑하고 싶다.” ‘개발국토’에서 ‘삶의 국토’로 새롭게 인식할 때 여행의 계절이다. 어떠한 여행인가.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었다지만 여전히 우리 국토의 산자수명은 여행자들을 설레게 하고 불러낸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 국토다. 그러나 화려강산의 산하는 ‘개발국토주의’에 몸살을 앓아온 지 오래다.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5개년계획 등으로 상징되는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수많은 공장과 도로, 산업시설들이 무차별?무분별하게 들어섰고, 투기의 목적으로 전락한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다. 위락단지?관광단지 조성은 볼썽사납기만 하다. 앞을 내다보지 않고 ‘빨리빨리’ 쏟아낸 많은 정책들이 우리 국토를 멍들게 하고 있다. 새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라는 거대 토목사업으로 국토를 또 다른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환경 파괴와 소중한 문화유산의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이제 행복한 도시는 결코 난개발이 아니다. 생태와 환경이 살아 있는 자연에 우리의 삶이 의탁되어야 한다. 우리가 숨 쉬고 삶의 터전으로 삼는 이 국토 산하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인식할 때다. 타고난 기행(紀行)작가 박태순, 길 위에서 생각하다 일찍이 이러한 문제의식에 눈을 돌려 국토 산하로 홀연히 떠난 작가가 있다. “머리가 무거울 적이면 평등산하나 망망대해로 헤매어 쏘다니는 습벽이 있었다. 국토기행은 나의 역마직성(驛馬直星)이기도 했다.” 소설가 박태순은 타고난 기행(紀行)작가다. 그는 소설가라는 직함보다 두 발로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그 체험에 바탕을 둔 글쓰기를 성실히 수행해왔던 작가로서 국토기행을 비롯해 역사인물기행, 기층문화기행 등 다양한 기행을 편력하였다. 1983년 펴낸 『국토와 민중』은 그의 대표적인 기행문집으로서, 우리의 국토는 “민중의 차지이며 민중은 우리 국토의 주인”이라는 명제를 펼치며 전국 방방곡곡을 톺음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차를 타기보다는 걸으면서 우리 국토의 음악이 들려주는 명연주에 넋을 잃었고, ‘건설’과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금수강산뿐 아니라 민중의 역사마저도 뿌리 뽑아버리려는 현장을 목도하였다. 또 책의 지식이나 학자의 이론 속에서 우리의 정신사와 민족의 문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 국토 속에서, 국토를 통하여 우리 문제를 고민하고 살피고 확인하는 노력이 먼저라고 설파했다. 산업국토를 넘어서, 내 인생의 생체험으로 살아 흐르는 ‘나의 국토’ “찾지 않는 한 국토는 없고 깨닫지 않으면 현실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걷는다. 길을 찾는다.” 박태순은 오늘도 길 위에 있다. 그의 국토에 대한 인식과 정신은, 이번에 펴낸 21세기 버전의 국토기행문집인 『나의 국토 나의 산하』(전3권)에서도 기본적으로 견지한다. ‘민중의 국토’에서 ‘나의 국토’로 관점을 전환하여 한층 더 우리 삶에 밀착되는 ‘국토의 편력과 인식’을 전개하고 있다. 산업국토의 단계를 넘어 지식정보기반 국토로 진전시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일터이자 삶터인 국토의 편력은 내 인생의 생체험으로 살아 흐르게 되는 것이고, 국토를 알면 알수록 내 인생이 충실해지고 내 생활이 넓어진다고 말한다. 그런 까닭에 찾아다니고 깨달으려는 몫을 나 아닌 남에게 맡겨놓고만 있을 수 없으며, 구체적으로 ‘나의 국토’로서 자각하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와 국토는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국토를 나의 영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20세기의 국토사를 ‘정주(定住)-탈주-질주’의 3단계 과정으로 파악한다. 그것은 ‘전근대-개발근대-후근대’의 벅찬 행진일 수 있는데, 근대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발근대의 시대는 정당하게 극복되어야 하고, 후근대에서 탈근대로 나아가는 글로벌 시대의 문화지리학을 우리 국토에서 성실하게 관찰해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하여 21세기 초반의 현 단계에서 국토비전의 전환을 요청하고 있다. 국경을 열어 동북아시아 중심 환경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고 우주통신망과 디지털 전산망을 연계하여 국토정보지리 시스템을 세밀하게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풍경이 사무치게 그리운 그곳, 역사가 살아 숨쉬는 현장 『나의 국토 나의 산하』는 39편의 국토기행문과 사진작가 황헌만이 발로 찍은 풍부한 국토사진으로 구성되었다. 일컬어 깊숙한 국토읽기에 의한 희망언어, 고감도 국토영상을 통한 디지털언어로서 국토가 베풀어주는 사랑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움직이는 국토, 살아 있는 국토, 끊임없이 변모를 일으키고 있는 국토의 탐구는 벅찬 과제”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야말로 발 벗고 길에 나서는 일과 두문불출 글과 씨름을 벌이는 일에 꼬박 3년을 매달렸다. 국토의 명장소와 명장면이 물론 서른아홉 군데로 그치는 것이 아니지만, 이 책은 우리 국토를 가능한 한 전체의 맥을 짚어 종횡무진으로 엮어내고 있다. 때로는 거대서사와 미시서사로, 때로는 횡단기행과 종단기행으로, 때로는 산과 들, 강과 바다로 나아간다. 그곳에는 언제나 사무치게 그리운 풍경이 펼쳐지는가 하면,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또한 역사유적의 훼손과 경관의 파괴로 앓고 있는 국토의 울음소리도 듣는다. 이 책은 소비문화라든가 여가문화의 국토보다는 생산관계와 생산력의 국토 살피기다. 모든 창조활동이 이루어지는 풍경, 장소, 공간 찾아내기의 산문집이다. 이 책의 여행담론들은 국토인문주의와 문화역사지리학, 그리고 가능한 대로 지질학 기상학 생물학 지역학 등등 국토실증의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지식정보들을 활용하면서 이루어졌다. 국토사실과 국토상상력을 함께 검증한다는 점에서 볼 때 넓은 의미의 문학지리여행을 통할하려는 기행문집이다. 제1권 ‘나의 국토인문지리지’에서는 거대 담론으로서의 ‘서사국토’를 조망하는 한편 고도(古都) 탐방을 통해 오래 된 국토에서 오래 된 미래를 흠향한다. 즉, 국토를 넓고 깊게 들여다보고자 했다. 임진강 들녘에서 송악산과 북한산을 바라보며 분단의 역사를 되짚고, 국조(國祖)의 산 백두산에서 반도사관을 극복하여 동아시아 대륙성 문화와 해양성 문화를 갈무리하고 있다. 성모의 산 지리산, 청춘의 산맥 설악산, 국토의 중앙에 우뚝 솟은 소백산 등 우리 국토 곳곳에서 연면히 스며있는 한국의 정신문화와 역사담론을 읽어낸다. 신라의 왕도 경주와 대가야 역사의 요람지 고령과 함안을 비롯해 백제의 향기가 스민 공주와 금강, 고구려의 남방 경략지 남한강을 중심으로 살핀다. 제2권 ‘시인의 마음으로’에서는 제1권과 달리 국토의 미시담론들을 담아내고 있다. 국토의 동남해안-중남해안-서남해안 일주의 순례기행은 국토상상력을 분출시키는 봄맞이 나들이로 마련된다. 동백의 섬 거제 지심도, 여수시 돌산도의 향일암과 순천만 대대포의 갯벌, 낙안읍성의 안빈낙도의 생활을 두루 품어 안는다. 1천년 목사고을 나주의 시간여행, 광양과 섬진강의 화신(花信)기행, 남원 광한루원의 누정문화를 살핀다. 가장 오래된 역사의 길 계립령과 문경새재 그리고 영남대로의 자취를 더듬는다. 청주 상단산성과 속리산 삼년산성에 서린 삼국 쟁패의 역사, 영동의 양산팔경, 덕유산 무주구천동, 남원의 문학마을 등을 차례로 찾는다. 제3권 ‘인간의 길 시대의 풍경’에서는 국토 종단기행과 횡단기행의 두 코스를 마련하고, 특히 전3권의 맺음말로 길과 풍경의 복잡다기한 관계를 읽어낸다. “길이 사라지면 그 길 위의 역사와 문화가 무너져버린다.” 우선 종단기행은 주로 강릉, 삼척, 울진 등 동해안일대를 누비며 갯마을 풍경과 기층 민속문화와 등을 두루 읽는다. 신라 향가 ‘혜성가’와 조선 가사문학 ‘관동별곡’을 텍스트로 삼아 동해안 풍류산수기행도 마련하고, 낙산사의 불교산수의 조영에 감탄한다. 망양정에서 울릉도와 독도의 해양국토 담론을 새롭게 새기고, 수로부인 사랑의 여로를 따라가고, 해신당 남근목 축제의 기층문화와 강릉 단오제의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새긴다. 부드러운 국토, 희망의 국토를 노래하다 오늘날 ‘압축 성장’의 경제개발과 욕망과 광기에 붙들린 ‘부동산 국토’가 야기하는 파괴와 혼란은 다급한 상황이다. 시민사회는 국토문화를 제대로 향유할 자격과 권리를 찾아야 하는데 환경오염과 생태파괴는 녹색국토의 회복 차원이 아니라 생존국토의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저자는 국토권력의 공간욕망은 온당하게 검증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의 국토 탐구는 비판적인 성찰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토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따스하고 부드럽다. “국토 언어는 기본적으로 희망의 언어이다. 사람들은 국토를 통해 끊임없이 낙토(樂土)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 그가 국토를 희망의 언어로 살피는 것은 발길이 스치는 모든 곳들로부터 생활국토의 낙관주의를 구체적으로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이 땅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룩해내는 삶터의 현장들은 국토를 풍요롭게 하려는 풍경을 핍진하게 보여준다.” 국토의 문화체험을 저자는 ‘부드러운 국토의 발견’이라고 내세운다. 딱딱한 국토, 혼란스러운 국토, 난해한 국토의 면모들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럴수록 ‘부드러운 국토’의 문화원형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