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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초록눈/가리봉엘레지/숨어 있기 좋은 방/사랑은 어디에서 우는가/이방인의 도시/고양이 두 마리/경고/민경이/가리봉1동에 살아요/세다가 새는/카타콤베/어떤 오후/달의 여자들/출구/머물기 위해 떠나다/가리봉 성자 제2부 가끔 다녀오다/화려한 나들이/애첩의 품에서/그녀를 만나다/돼지고기 이야기/문/바람의 딸/기다리는 게 뭔지도 모르고 기다리는/낮잠/물오른 길/나무형제/관계/여자 제3부 출근/여름날의 고요/반성하다 그만둔 날/서른여섯 살 꽃/꽃/살갗으로부터 오는 긴장/기름때와 계급/여일(餘日)/목숨값은 얼마일까/이력서를 쓰다/무엇을 위하여 종은 울리나/목련 제4부 뒤엔 무엇이 웅크리고 있을까/몸말/봄이 불러 돌아보니/곰팡이꽃/얼굴/해질 무렵 집 앞에 앉아/한낮의 꿈/幻影/늙은 부처들/쉼표를 못 찍는 이유/개심사/가이아/나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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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 그 생존의 방식
표제작 「반성하다 그만둔 날」에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된 시대얼굴이 인화되어 있다. “노동자도 자본가도” 없이 “조금씩 젖어가며 너나없이 한 덩어리가 되어 출렁”이는 불편한 얼굴. 그럼에도 시인은 마지막 행에 “도처에 흔들리는 일상들/등급 매기지 않기로 했다”고 쓴다. 반성을 그만둔 시인은 정치적 구호 대신 “서울이라는 찬란한 이름의 배수구가 보여주는 기이한 삶의 국면들을 가능한 한 폭넓게 포착”해 드러낸다. “김사이 씨의 시에서 소위 노동 해방 문제나 노동문학의 소재지로서의 가리봉의 기억은 희미하다. 노동자들의 모습이 노동해방 따위의 개념어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사이의 시는 현재적이다. 그녀의 시에서 가리봉은 즉물적인 삶의 처소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녀의 시는 정치적 구호보다도, 삶 자체가 더 정치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또한 “이 시집이 보여주는 중요한 국면 가운데 하나는 자기 자신의 모습, 존재 방식이나 현재 상태 같은 것에 대한 질문을 버리지 않고 성찰을 해나가는 화자의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초점 없는 하얀 눈”(「문」)의 소녀가 유년을 고백하는 2부의 시들과 1부, 3부, 4부에서의 가리봉의 현재 시공은 서로 교류하며 “여성으로서의 자신, 한 개체로서의 자신, 그리고 하나의 생명을 품은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반성하다 그만둔 날』은 마치 시인이 자신을 오랫동안 붙박아두었던 가리봉을 떠나기 위한 통과의례와 같은 시집이다. “도망가다 멈춰선 그곳”(「사랑은 어디에서 우는가」), “내 시가 시작된 곳/젊음의 덫이기도 했던/이 거리 구석구석”(「머물기 위해 떠나다」), “삶의 늪구덩이 속에서 나를 향해 가슴을 여는 그것들” ― 가리봉. “이 나라의 남쪽 땅 끝에서 태어나 서울의 마지막 비상구에서 숙성기를 보낸” 시인의 첫 시집은, 그렇게 “중심을 돌아 돌아” “먼 곳도 가까운 곳도 아닌/중심으로 와”(「꽃」 부분) 떠나기 직전, 서울과 여성과 노동, 그 삶의 그늘진 풍경 속에서 꽃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