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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i Kusano,くさの たき,草野 た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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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벽한 가족의 조건
이 책의 주인공 신지는 애완견 요코를 엄마라고 하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신지는 남들이 아빠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지만 정작 가족에 대해서는 별다른 불만이 없다. 신지의 친구 미우라 네도 폭력적인 아빠로부터 도망쳐 나온 ‘모자가정’이다. 그런데 미우라는 말한다. 그런 아빠는 필요 없다고. 사회나 제도의 고정된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이 책의 아이들은 자신들 각자에게 필요한 가족의 조건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애초에 완벽한 가족이라는 것을 가질 수 없었던 아이들이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조건이란 자라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최소한의 ‘안전’(미우라)과 자라는 동안 마음을 보듬어줄 ‘변덕스럽지 않은 애정’(신지)다. 그것이 비록 아버지로부터의 도망이나 엄마의 자리에 놓인 애완견이라 할지라도 진심으로 결속된 것이라면 그것으로 좋다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다소 불편한 결론을 내린다. 애초에 완벽한 형태의 가족을 가질 수 없었던 이 책의 아이들은 형태가 아닌 알맹이로서의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half》, 일본에서는 ‘혼혈’이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아빠의 주장대로라면 신지는 혼혈인 ‘하프’ 정도가 아니라 인간과 개의 ‘혼종(混種)’이라 해야 옳다. 이 책은 ‘누군가 없어도 좋다’, ‘혈연이 아니어도 좋다.’는 정도까지 넓혀진 가족의 의미를 ‘인간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의미로 확장하고 있다. 2. 아빠와 신지,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하여 신지의 아빠는 자신의 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충격에서 평생 헤어나지 못한다. 신지의 친엄마는 ‘자신이 없습니다.’라 쓰인 쪽지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모 노릇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좋은 의식주, 그리고 사랑. 이것만으로 아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신지 아빠도 부족함 없이 사랑을 주고 의식주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지 못하고 극복하지 못한 신지의 부모는 진정한 부모의 역할, 즉 아이에게 어른으로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없다. 상처에 매몰된 어른을 부모로 둔 신지는 아빠의 나약함을 눈치 채고 보호하려 애쓰느라 오히려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해 어린 시절을 어린이답게 지내지 못하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신지의 친구 미우라는 ‘주눅 들지 말라.’고 충고한다. 남들이 보기에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살고 있는 미우라 자신도 주눅 들었던 때가 있었지만, 상처를 직시하고 당당히 맞섬으로써 주눅 들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아이들은 어른들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면 평생 주눅 든 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실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지만, 모든 것에 당당하게 대처하리라는 다짐을 한 신지와 아빠. 이 책은 두 사람 중 누가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3. 감동을 배제하는 이야기, 이면을 엿보게 하는 그림 “나는 이 이야기를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해 두고 있다. 마음이 무척 행복해지니까. 내가 화목한 가족 속에서 자란 아이라고 믿을 수 있으니까.”-본문 29쪽에서 이 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족 이야기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강아지를 엄마라고 생각한다는 설정만큼이나 독특한 문체를 만난다. 우스꽝스러운 신지네 일상을 마냥 우스워하거나 혹은 애처롭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단절된 듯 짧은 문체 때문이다. 작가는 또한 흐뭇하거나 즐거워질 만한 장면을 일부러 피한 듯 써내려간다. 이는 저자가 의도적으로 ‘마음이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피함으로써 저자는 신지네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 이면의 ‘진실’에 주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