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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왔니?/가까이 있는 거 알아.//널 위해 길목마다 찍어 둔 내 발자국/살금살금 따라오렴.//오랜만이라/머뭇머뭇 부끄러워 못 오니.//종일 놀다 해질녘/“엄마 배고파!”/대문 벌컥 열고 들어서는 나처럼/“나야, 봄. 봄 왔어.”/아무렇지도 않은 척/뚜벅뚜벅 들어오렴, 봄아.
―「봄이 걸어오다」《입춘》 박혜선 -쪼끔만 더 놀고/쪼끔만 더 놀고.//엄마가 부르는데도/내 동생/집에 올 생각을 않고//-쪼끔만 더 놀고/쪼끔만 더 놀고.//저 산이 부르는데도/해님은/집에 갈 생각을 않고//해님이 내 동생이랑/오래 오래 놀다 간 날. ―「쪼끔만 더 놀고」《하지》한상순 가을이/새 선생님처럼 찾아오면//떠들썩하던 매미 소리 무르춤하네./톡톡 튀던 메뚜기 벼 이삭에 숨어드네/높이 날던 잠자리 살그머니 내려앉네/쑥쑥 키 자랑 하던 해바라기 고갤 숙이네/파도 소리 일으키던 미루나무 잠잠해지네. ―「가을이 온다」《입추》양재홍 오전 8시 30분,/양지 산골에 내려진 ‘대설주의보’를/‘대설경보’로 한 단계 올립니다./적설량은 20센티가 넘겠으니/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오후 3시,/눈이 그쳐 ‘대설경보’를 해제합니다.//오후 6시,/오늘 내린 눈으로 인해/청설모는 나무에서 툭 떨어졌고/토끼는 거북이걸음을 걸어야 했으며/여우는 대문이 눈으로 막혀 동동거리고/멧돼지들은 눈길에 미끄러져 서로 부딪히는 등/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눈이 녹을 때까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뉴스」《대설》 박신식 「봄이 걸어오다」는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을 노래한 작품이다. 입춘은 양력 2월 4일경으로, 봄으로 접어드는 것을 알린다. 이 작품에서는 봄을 의인화하여 참으로 더디 오는 봄을 부끄러움 잘 타는 아이로 묘사하고 있다. 종일 놀다 해질녘에 대문 벌컥 열고 들어서는 나처럼 빨리 봄이 오라며,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작품 속에 담았다. 「쪼끔만 더 놀고」에서 다룬 절기는 여름 절기인 ‘하지’다. 하지는 양력 6월 21일경으로,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절기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집에 갈 생각을 않고 동생과 오래 오래 놀다 가는 해님을 등장시켜, 하지가 낮이 가장 긴 절기임을 자연스럽게 나타냈다. 「가을이 온다」는 양력 8월 8일경인 ‘입추’를 다룬 작품이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을 가진 절기이다. 가을은 풍요와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쇠락과 시듦의 전주곡으로도 다가선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계절의 변화를 매미 소리ㆍ메뚜기ㆍ잠자리ㆍ해바라기ㆍ미루나무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 「뉴스」는 양력 12월 7일경인 겨울 절기 ‘대설’을 소개하고 있다. 대설은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을 가진 절기이다. 이 시는 뉴스 형식을 빌려 눈이 많이 내린 양지 산골의 ‘대설’날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날 내린 눈으로 인해 청설모가 나무에서 툭 떨어지고, 토끼가 거북이걸음을 걸으며, 여우가 대문이 눈으로 막혀 동동거리고, 멧돼지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서로 부딪히는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단다. 어린이들에게 낯선 절기인 대설을 알리기 위해 동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 아주 효과적이다. 앞의 네 작품에 잘 나타나 있듯이 『우리 절기』는 24절기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지루하게 늘어놓은 책이 아니다. 사계절 속에 어떤 절기가 들어 있고, 이 절기에는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동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고 배우게 했다. 또한 절기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생활도 엿볼 수 있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