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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삭 동시집 『고양이 통역사』는 김이삭 시인이 『바이킹 식당』에 이어 두 번째로 펴내는 동시집이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 시인이 한 가지 세계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양한 세계를 작품으로 보여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재와 기법도 다양하고 시적 관심사도 다양하다. 자연 친화적인 세계뿐 아니라 가족사랑, 이웃사랑, 문명 비판, 사회 고발, 세태 풍자 등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예민한 더듬이는 사방팔방 뻗어 있다. 그것은 김이삭 시인이 방안에서 문구멍으로 좁은 세상을 보려 하지 않고, 골방에서 뛰쳐나와 확 트인 시야로 넓은 세상을 보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 통역사』에는 총 46편의 작품이 네 파트로 나뉘어 실려 있다. 제1부 ‘들꽃 도서관’에서는 금낭화ㆍ목련ㆍ튤립나무ㆍ해바라기ㆍ배추ㆍ칡ㆍ고구마 등 식물을 소재로 한 동시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참신한 발상과 신선한 비유로 식물적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들이다. 목련은/꽃배야//사월이 되면/햇살을 태우고/꽃배들이 항해를 시작하지//가끔/벌이 선장이 되기도 하고/나비가 선원이 되기도 해//바람이 불면/이리저리/흔들리는 꽃배 밑으로/꽃강물이 흐르지 ―「목련」 전문 사슴농장 울타리/해바라기 1호, 2호……/꽃 가로등이 켜졌어요//고장 난 곳 없는지/바람이/툭툭/점검하고 가고//건전지 닳지는 않았는지/햇살 배달원이/여기저기/비춰봅니다//이 가로등은/낮에도/밤에도/언제나 환해요 ―「해바라기 가로등」 전문 소나기가/세례를 줍니다//떡잎 배추/벌레 먹은 배추/앉은뱅이 배추//줄 선 배추에게/골고루 줍니다//배추밭이 살아납니다 ―「배추」 전문 「목련」에서 시인은 목련을 ‘꽃배’에 비유했다. 사월이 되면 햇살을 태우고 항해를 시작하는데, 벌과 나비가 선장과 선원이 되고, 그 꽃배 밑으로 꽃강물이 흐른다는 것이다. 목련은 많은 시인들이 즐겨 다뤄 온 소재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목련을 ‘꽃배’에 비유한 작품은 김이삭 시인이 처음이다. 발상이 새롭고 이미지가 독특하다. 「해바라기 가로등」도 식물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모습을 꽃 가로등이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았다. 고장 난 곳 없는지 바람이 점검하고, 건전지 닳지는 않았는지 햇살이 여기저기 비춰 본다는 상상이 재미있다. 「배추」는 식물적 상상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교적 상상력까지 발휘한 작품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말라 죽어가던 배추가 소나기를 맞고 살아나는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다. 이런 생명력 넘치는 장면을 소나기가 세례를 주는 것으로 묘사하여, ‘세례식’이라는 종교 의식을 그린 한 편의 종교시로도 손색이 없다. 제2부 ‘방 도깨비’에서는 양지보다 음지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들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특수학교에 보낸 아들이 일등으로 졸업해 다른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그저 눈시울만 붉히는 큰엄마(「병찬이 형」), 다랑이 논을 팔고 나서 진한 아쉬움에 논바닥에 서서 꼼짝 않고 허수아비가 된 할아버지(「허수아비가 된 우리 할아버지」), 신발 벗어 놓고 물속나라로 떠났지만 갯바위에 석화 피면 땅 위 마을로 다시 오고 싶겠다는 태식이 삼촌(「석화가 피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돈 벌러 와서 높은 배 밑이나 높은 건물에서 페인트칠을 하는 중국 아줌마들(「호아 아줌마」, 「짜이젠 아줌마」)의 이야기는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제3부 ‘옹기 마을이 술렁술렁’에서는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고양이ㆍ노린재ㆍ조개ㆍ꺅도요ㆍ노루ㆍ매미ㆍ귀뚜라미ㆍ갯지렁이ㆍ물고기 등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을 다루었지만, 생태 시에 머물지 않고 약육강식의 현실과 환경 파괴를 고발한 작품들도 있다. 아기조개가 엄마조개에게 물었어요//엄마/우린 왜 답답한/뻘 속에 살아야 해요?//그때,/노랑부리저어새가 몰려왔어요//얘야,/빨리 뻘 속으로 숨자! ―「정답」 전문 꼬불꼬불/산길 빠르게 가고 싶다고/윙, 드르륵/시끄럽게 하더니/시멘트 바르고 있다//밤사이/쿡/ 찍어 놓은/노루발자국//‘우리 땅이야!’ ―「발자국도장」 전문 포크레인이/개펄을 파고 있다//와~아/파도 떼가/하얀 손 팻말을 들고 밀려오고//그 뒤이어/펄 속 맛조개들/물총을 쏘아댄다//-간척사업, 결사반대!/오무작꼬무작 개바다지렁이/뿔바다지렁이 부대까지 나섰다 ―「섬마을 빅뉴스」 전문 위 작품들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협당하는 처절한 현장 속에 살고 있다. 「정답」에서는 아기조개가 엄마조개에게 “우린 왜 답답한 뻘 속에 살아야 해요?”라고 묻자, 엄마조개는 노랑부리저어새가 몰려오는 것을 보고 “빨리 뻘 속으로 숨자!”라고 대답한다. 노랑부리저어새에게 늘 잡아먹힐 위험에 처해 있으니 왜 답답한 뻘 속에 살아야 하는지 엄마는 ‘정답’을 말한 셈이다. 「정답」이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면 「발자국도장」과 「섬마을 빅뉴스」는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비롯된 환경 파괴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동물들의 현실을 보여 준다. 그런데 작품 속에서 노루는 발자국도장을 찍어 시멘트 바른 산길이 자기네 땅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펄 속 막조개들은 물총을 쏘아대며 ‘간척사업, 결사반대!’를 외친다. 두 작품은 피해 당사자인 동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시인의 문명 비판적인 의식을 효과적으로 잘 나타냈다. 제4부 ‘닭들이 후들후들’에서는 실비ㆍ우레비ㆍ여우비 등 여러 종류의 비를 형상화한 시가 눈길을 끈다. ‘다이어트 성공 못한/친구야,//나처럼 해봐/! ! !’(「실비」), ‘가끔/햇살도 비 맞고 싶겠지?’(「여우비」) 등등 2-4줄의 짧은 시로 동심을 살려 사물의 속성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 압권이다. 우리 동네는/위인이 많이 살아요//나폴레옹은 빵집을 차렸고/장보고는 얼마 전 마트를 열었어요//바흐는 피아노 학원을/고호는 미술 학원에서/10년째 아이들 가르쳐요//엘리자베스 여왕은 미용실,/파스칼 아저씨는/찰칵찰칵 생각 찍는 사진관 열었어요//참 이상하지요?/위인들은 왜 우리 동네를 좋아할까요? ―「위인 천국」 전문 「위인 천국」은 점포의 상호를 통해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를 풍자한 작품이다. 제4부에는 「나폴레옹 빵집」이라는 동시도 함께 실려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위인의 이름까지 상품화하는 상업주의 시대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