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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쟁이일지도 모르는 팔자 수염 아저씨
옹달샘 일본 아이에게 지지 말아라 녹슨 은방울 멋쟁이 할머니 모래 폭풍 속에서 물, 물을 줘 마사루? 마사오? 태어나지 않은 손자들 만나길 잘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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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타의 M역에 마중 나와 있는 사람은, 대머리이고 코 밑과 턱에 하얀 수염이 나 있는 깡마른 노인이었다.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짚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서 있었다.
작은 역이기 때문에 내리는 사람들이 적어 노인은 가즈가야 하루 손자라는 것을 금세 알아본 모양이다. 지팡이를 짚으면서 가까이 오더니, 가즈야의 여행 가방을 들어 준다고 낚아채듯 빼앗았다. 가즈야가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았다. 유메노 씨는 야마가타 시에 볼 일이 있기 때문에 내일 저녁 가즈야를 데리러 오겠다며 기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발이 건강한지 빠른 걸음으로 앞장 서 걷기 시작했다. "뭐 얼마 멀지 않다. 저기 봐. 바로 저 산기슭이니까." 할아버지는 논밭 한가운데를 똑바로 뻗어나간 넓은 길 끝에 보이는 곳을 지팡이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니, 저기가 바로라고? 저렇게 먼데…….' 가즈야는 놀라 멈칫했으나 어린 주제에 그런 말을 했다가는 야단맞을 것 같아 잠자코 있었다. 이 할아버지에게서는 조금 그런 위엄이 느껴졌다. ---pp.114~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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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징용, 일제 강점기, 3.1절, 히로시마, 원자폭탄......
우리 어린이들은 이런 말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이제는 잊혀져 가는 옛날 이야기처럼 기억되는 어둡고 암울한 역사의 한 기록일까?『손자를 빌려드립니다』는 일본아동문학가협회상, 노마아동문예상을 수차례 수상한 일본의 대표적인 원로 작가 나가사키 겐노스게의 작품으로 일본 창작동화이다. 많은 외국 동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어린이 책 시장을 둘러본다면 우리의 이웃 나라 일본의 동화를 소개한다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동화가 더욱 특별한 것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이웃 나라 일본에 의해, 또 일본과 함께 한 시대를 함께 겪었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룬 이야기로, 신문이나 언론 매체로 보고 듣던 것보다도 일본 사람들의 생각과 그들의 입장을 새롭게 알게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손자를 빌려드립니다』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손자손 상회'라는 이상한 회사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들고 다니는 '유메노'라는 사람에 의해 하루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자가 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소년 '가즈야'의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단지 재미 삼아 용돈이나 벌어 볼까 생각하여 할아버지들을 만나기 시작한 가즈야는 뜻밖에도 그 동안 알 수 없었던, 또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지난 역사를 듣게 된다. 이 책은 '손자 노릇 아르바이트'라는 재미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면서 그 속에 진지하고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왜냐하면 가즈야가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바로 일제 시대 강제 징용으로 일본으로 끌려왔던 재일교포 김씨 할아버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아들을 잃어버린 아키코 할머니,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천황과 일본 군국주의를 위해 어린 학생들을 전쟁터로 내보냈던 할아버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가해자로서, 피해자로서 일본의 두 가지 입장을 다룬 이 작품은 가즈야가 첫 번째로 손자 노릇을 하게 된 한국인 김씨 할아버지를 통해 한국사람들이 겪은 아픔과 한을, 두 번째로 멋쟁이 재미교포 아키코 할머니를 통해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는 무관했다는 소수 일본인의 피해상을, 세 번째로 만난 요코야마 할아버지를 통해서는 일본 천황과 군국주의를 위해 전쟁으로 학생들을 내몰았던 할아버지 선생님의 가슴 아픈 뉘우침을 그렸다. 이 책은 전쟁이란 것이 우리들의 삶에 얼마나 가슴아픈 상처를 남기고 무모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역사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