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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34장 7~644
해제 654 |
Adeline Virginia Wo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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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혼,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모색
버지니아 울프는 현대 소설을 개척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이자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페미니즘 문학의 기수로 손꼽힌다. 『댈러웨이 부인』(1925), 『등대로』(1927) 등은 그런 문제의식들을 잘 보여 주는 수작이다. 그런데 두 번째 소설인 『밤과 낮』(1919)은 독자의 관심에서 비교적 비켜나 있는 작품으로, 1919년 발간 당시부터 그것은 전통적인 플롯과 기법을 답습한 태작으로 평가되었고, 울프 자신도 그것을 정신병의 회복기에 문체 연습 삼아 쓴 것이라고 변명처럼 회고한 바 있다. 그래서 『밤과 낮』은 울프의 “가장 전통적인 서술과 구성을 지닌 작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가장 무시되어 온 작품”으로 일컬어지곤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은 청춘남녀가 결혼 상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른바 구혼 소설(courtship novel)로서, 처음에 짝을 잘못 골랐다가 자신에게 걸맞은 짝을 발견해 가는 과정에 주인공들의 내적 성숙을 담은 교양 소설의 기능을 한다는 점, 결혼이라는 결말을 최종적인 가치로 제시한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비슷한 데가 많다. 또한 기법 면에서도 인물과 장면의 상세한 묘사, 직접화법으로 옮겨진 대화들, 사건의 시간 순서에 따른 진행 등 전반적으로 사실주의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작품이 1919년 당시 시도되던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들은 물론이고, 전통적 결혼 제도에 반기를 들었던 1890년대 대중 잡지의 신여성(New Women) 소설들에 비해서도 구태의연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자기만의 방』, 『3기니』에서 개진될 페미니즘의 단초 그러나 울프의 작품 중에서 가장 길고 가장 덜 알려진 이 소설은 가장 저평가된 작품이기도 하다. 출간을 전후하여 그녀는 이 작품의 “독창성과 성실성은 어떤 현대 작가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전작 『출항』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다.”라고 자평한 바 있으며, 이런 자부심을 감안하면 이 작품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 차근히 읽어 보면 『밤과 낮』에서는 훗날 『자기만의 방』(1929)이나 『3기니』(1938)에서 개진될 페미니즘의 단초들이 자주 발견되며, 제인 오스틴이나 심지어 셰익스피어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적인 혼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인물들을 움직여가는 동기들은 전혀 새롭다. 최근 평자들이 『밤과 낮』을 재평가하여, 그것이 전통 소설의 형식을 취하되 사랑과 결혼,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담고 있다고 보는 시각은 작가의 애초 취지에 좀 더 다가간 것이다. 작품의 배경인 에드워드 시대는 여성의 삶에 이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많은 변화가 있었던, 기성 체제와 새로운 의식 간의 갈등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유서 깊은 가문의 여성이 전통적 가치관에 맞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갈등한다는 줄거리 속에 울프는 가부장적 결혼 및 가족 제도, 남성 지배, 여성의 정체성 등 에 대한 비판과 혁신적 생각들을 담고 있다. 역자는 책의 말미에 방대한 분량의 해제를 달아 놓아,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이 소설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 놓았다. 해제에서는 첫째, 작품의 연원 및 창작 과정을 울프의 일기를 통하여 짚어 보는 한편, 남편인 레너드 울프의 소설 『현명한 처녀들』(1914)과의 비교를 통해 작품의 형성을 살펴보고 있으며, 둘째, 제인 오스틴 이래 여성 작가들의 소설과 비슷한 매치 메이킹(match-making)의 구도 안에서 울프의 인물들이 갖는 동기들이 어떻게 다른가를 조망한다. 셋째, 훗날 『자기만의 방』이나 『3기니』로 발전할 사상의 단초들을 추적·정리하고, 넷째, 전통 소설의 범주 안에서 쓰인 작품이지만, 이미 그것을 뛰어넘는 형식 및 문체상의 요소들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 실질적인 국내의 첫 완역본, 울프의 다른 작품 번역 통해 일관성 높여 한 작가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참고서는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다. 울프의 초기작들은 그녀의 작품 세계가 터 잡아 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처녀작 『출항』(1915)이 첫 번역본(『항해』, 박세훈·박영숙 옮김, 산호, 1992; 창해, 1997)에 이어 새로운 번역본(『출항』, 진명희 옮김, 솔, 2012)이 나온 것처럼, 『밤과 낮』도 절판된 첫 번역본(『밤과 낮』, 장지연 옮김, 모아, 1994)을 대신할 새로운 번역본이 필요하다. 국내의 울프 번역은 대표작인 『댈러웨이 부인』(10종)과 『등대로』(8종), 그리고 『자기만의 방』(9종) 등에 편중되어 있고, 『출항』은 절판본 포함 2종, 『밤과 낮』은 절판본 1종뿐이다. 이런 사정은 국외에서도 비슷하여, 불역본의 경우에도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는 3종 이상의 번역본(주석판)이 있지만 『밤과 낮』은 주석 없는 1종뿐이다. 이번에 나온 이 번역본이 실질적인 국내의 첫 완역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역자는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를 이미 번역한 바 있어 울프의 작품 세계를 일관성 있게 구현할 수 있었다. 역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를 번역하면서 울프의 삶과 예술에 대한 독특한 비전을 살펴본 데 이어, 『밤과 낮』의 번역을 통해 그러한 비전이 형성된 밑바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