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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오정희 ― 그리움 하나. 사람 냄새가 풍겨 오다
봄이 오는 소리 ∥ 삶의 풍경 ∥ 깃드는, 깃들이는 집 ∥ 내 마음의 고향 ∥ 저녁 산책 ∥ 우울증에 대하여 ∥ 딸의 어머니 ∥ 이제사 들려오는 메아리 ∥ 가계부를 뒤적이며 ∥ 열여섯 살, 그 새벽의 술 한 잔

곽재구 ― 그리움 둘. 그리운 낯선 곳으로
그 나무가 있는 풍경 ∥ 그림엽서 ∥ 챔파꽃이 피어 있는 집 ∥ 냄새, 내가 사랑한 시간들의 춤
노래는 끝나도 그리움은 한이 없어라 ∥ 사랑의 인사 ∥ 영혼을 파는 가게에 대한 추억

고재종 ― 그리움 셋. 자연의 내음 속에서
감탄과 연민 ∥ 처음의 빛깔과 향기 ∥ 사랑의 비밀 ∥ 그 희고 둥근 세계, 세상의 근원에 대한 꿈 ∥ 공명에 대하여 ∥ 스스로 선택한 가난

이정록 ― 그리움 넷. 고향, 그 정겨운 향기
누나 ∥ 하얀 목련 ∥ 가오리연 ∥ 피라미 연가 ∥ 오서산 억새꽃 ∥ 요만큼이 딱 좋은 거여 ∥ 시인이 시인에게 ∥ 할머니의 부라자 ∥ 내 사랑, 버드나무여

저자 소개 4

吳貞姬

1947년 서울 사직동에서 태어났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불꽃놀이』, 『오정희의 기담』, 장편소설 『새』, 동화집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 등을 펴냈고, 다수의 작품들이 영어·독일어·프랑스어 등으로 번역 출판되어 일찍이 한국 문학의 대표작들로 해외에 소개되었다. 한국 문학에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드물던 시절부터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 이후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오정희
1947년 서울 사직동에서 태어났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불꽃놀이』, 『오정희의 기담』, 장편소설 『새』, 동화집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 등을 펴냈고, 다수의 작품들이 영어·독일어·프랑스어 등으로 번역 출판되어 일찍이 한국 문학의 대표작들로 해외에 소개되었다. 한국 문학에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드물던 시절부터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 이후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오정희 깊이 읽기』를 비롯하여 수많은 논문과 평론들에서 다양한 맥락으로 주목되어왔다. 만해대상 문예대상(2021),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12), 독일 리베라투르상(2003), 동서문학상(1996), 오영수문학상(1996), 동인문학상(1982), 이상문학상(1979)을 수상했다. 현재 강원도 춘천에 살고 있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오정희의 다른 상품

郭在九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아리랑』 『한국의 연인들』 『서울 세노야』 등이 있고, 산문집 『곽재구의 포구기행』 『곽재구의 예술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 등이 있다. 동화집으로는 『아기참새 찌꾸』 『낙타풀의 사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동서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받았다. 『공부 못했지?』는 등단 이후 처음으로 펴내는 동시집이다.

곽재구의 다른 상품

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동구밖집 열두 식구」 등 7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사람의 등불』, 『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쪽빛 문장』, 『꽃의 권력』, 『고요를 시청하다』, 『독각』과 육필시선집 『방죽가에서 느릿느릿』이 있고, 시론집 『주옥시편』, 『시간의 말』, 『시를 읊자 미소 짓다』와 산문집 『쌀밥의 힘』,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감탄과 연민』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
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동구밖집 열두 식구」 등 7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사람의 등불』, 『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쪽빛 문장』, 『꽃의 권력』, 『고요를 시청하다』, 『독각』과 육필시선집 『방죽가에서 느릿느릿』이 있고, 시론집 『주옥시편』, 『시간의 말』, 『시를 읊자 미소 짓다』와 산문집 『쌀밥의 힘』,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감탄과 연민』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흙의문예상, 영랑시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조태일문학상, 송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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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lock

1964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다. 1985년 공주사범대학 한문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다. 2001년 김수영문학상, 2002년 김달진문학상, 2013년 윤동주문학대상, 천상병동심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박재삼문학상 등을 받았다. 주요 도서로 시집 『그럴 때가 있다』『동심언어사전』『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아버지학교』『어머니학교』『정말』『의자』『제비꽃 여인숙』『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풋사과의 주름살』『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청소년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까짓것』, 산문집
1964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다. 1985년 공주사범대학 한문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다. 2001년 김수영문학상, 2002년 김달진문학상, 2013년 윤동주문학대상, 천상병동심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박재삼문학상 등을 받았다.

주요 도서로 시집 『그럴 때가 있다』『동심언어사전』『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아버지학교』『어머니학교』『정말』『의자』『제비꽃 여인숙』『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풋사과의 주름살』『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청소년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까짓것』,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시인의 서랍』, 동화책 『아들과 아버지』『대단한 단추들』『미술왕』『십 원짜리 똥탑』『귀신골 송사리』,동시집 『아홉 살은 힘들다』『지구의 맛』『저 많이 컸죠』『콧구멍만 바쁘다』 ,그림책 『오리 왕자』『나무의 마음』『어서 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아니야!』『황소바람』『달팽이 학교』『똥방패』 등이 있다, 현재 이야기 발명 연구소장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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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40g | 148*210*20mm
ISBN13
9788991934641

책 속으로

거동이 가능했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내가 갈 때마다 조갯살과 풋고추를 넣어 바특하게 끓인 고추장찌개를 만들어 주셨다. 고추장찌개 한 가지면 열 가지 반찬을 마다하는 어릴 적 식성을 잊지 않으셨던 것이다.
친정에 가면 손 하나 까딱 않고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상을 염치없이 받던 때를 생하면 마음이 쓸쓸해진다. 아니 그보다 더 먼 시간 저쪽, 가족들이 밥상으로 둥그렇게 모여들던 어린 시절, 지나간 날들, 높고 밝은 웃음소리와 티격태격 다툼의 시간들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 버린 것일까? 그리고 젊고 아름다웠던 어머니는? 정말 어머니를 영영 못 뵙게 되는 날이 올까?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이승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죽음의 예감이니 숙명이니 따위의 말들을 해 대면서도, 어머니에게는 언제까지나 딸일 뿐인 나는 미구에 닥칠 일에 대한 준비도 실감도 상상도 할 수 없으니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고 무엇이랴.
어머니는 이제는 정말로 명백히 늙어 가는 막내딸이 애처롭고 가슴 아파서, 딸은 미구에 닥칠 영결, 존재의 소멸이 또한 그러해서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마도 똑같은 속말들을 중얼거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머니와 딸로 만난 것이 전생으로부터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후생에서는 또 어떤 관계, 모습으로 만나질 것인가고. --- 오정희, 〈딸의 어머니〉 중에서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골목의 입구에서 나는 한 떠돌이 흑인 가수를 보았다, 그는 자신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재즈였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세상에 대한 신뢰와 열정이 가득 찬 음악이었다. 재즈 가수의 발아래는 방뇨와 구토와 오물이 그대로 널려 있었다. 오물에서는 여전히 독한 냄새가 났다.
노래가 끝났을 때 나는 5불짜리 지폐를 한 장 내밀었다. 그는 이내 눈을 감고 새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나는 오물 더미 위에 쭈그려 앉아 그의 노래를 다 들었다. 오물의 냄새는 내게 더 이상 흉측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이 흑인 가수가 자기가 딛고 있는 오물들을, 자기가 밝고 있는 현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가 끝났을 때 오물의 냄새는 더 이상 악취가 아니었다. 그 냄새들은 따뜻하고 편안한 것이었으며 열정과 신뢰에 찬 재즈의 가락이 그대로 스며 있는 냄새였다. 나는 내 상상력의 빈곤을 한탄했다. 내가 쓴 시들이, 내가 생각한 아름다운 세상의 꿈들의 벽 한 귀퉁이가 허물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 곽재구, 〈냄새, 내가 사랑한 시간들의 춤〉 중에서

친구는 어느새 말을 잊고 눈시울이 젖어 든다. 그의 눈은 이미 금낭화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그가 배꽃, 사과꽃, 황매화 펄펄 바람에 다 흩날려선 길가에도 강물에도 풀숲에도 함부로 처박히는 세월을 어찌 다 보겠는가. 그런 그가 연두, 초록, 진초록 겁 없이 마구 번지는 자리에 소쩍소쩍 쏟아지는 저 불여귀不如歸의 가르침은 또 어찌 다 듣겠는가. 아니 그런 그가 그렇게 배꽃 펄펄 날리는 길 위를 절뚝절뚝 절뚝거리는 노부부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걷는 그 위로 뿌려지는 꽃잎에 왜 망연자실 않겠는가. 아니 그런 그가 그렇게 초록 산천 마구 날뛰는 들판에 새참 담배 피우다 우두망찰 불여귀 울음에 눈시울 젖는 사람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초록 햇살을 왜 모르겠는가.
그래 그렇게 강물은 흐르고 백양나무도 금은물살 치는 강변에 오늘 또 무엇이 그리 서러워서 울고 서 있는 그대의 슬픔, 어찌 한없이 맑아지지 않겠는가. --- 고재종, 〈감탄과 연민〉 중에서

나는 내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별을 따서 이죽이죽 시를 짓이기고 있지는 않은가? 몇 개 마른 밥풀로 허기나 때우고 있지는 않은가? 먼발치에 서서, 아 저게 밥이 될 수 있다면! 아 저게 시가 될 수 있다면! 헛되이 바라보고만 있지 않은가? 나를 가둔 칠흑의 밤하늘을 뒤엎고 눈부신 햇살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푸른 들판과 벼 포기의 춤사위에 땀을 끼얹으며 저벅저벅 들녘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지게를 지고 집으로 향하며 스무 살의 설익은 시인 하나가 밤하늘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 무수한 글자와 저 어마어마한 개구리들의 울음소리, 그 한 귀퉁이에 내 시를 놓으리라.

--- 이정록, 〈시인이 시인에게〉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시대 네 명의 작가가 향수와 그리움을 재료로 지은
사인사색四人四色 산문집


파블로 네루다는 말했다. “그리움보다 넓은 공간은 없고 그리움에 견줄 만한 우주는 없다.”고.
우주보다 더 큰 공간을 지닌 그리움. 그 넉넉한 재료로 이 시대의 작가 네 명이 각자 언어의 집을 지었다. 오정희, 곽재구, 고재종, 이정록이 사람, 고향, 자연 등을 보며 느껴 온 깊은 그리움과 향수를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이것이 작가 개인이 소유한 찰나의 경험이라 할지라도, 그 그리움의 공간은 우주보다 넉넉하므로 모든 세대의 독자가 함께 공감하고 공명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그들이 지은 집에 들어가 보자.

사인사색, 작가 4인의 그리움에 빠지다
오정희 작가는 특유의 깊은 필치로 유년 시절의 원시적 기억의 이미지〈내 마음의 고향〉와 청소년 시절의 추억〈열여섯 살, 그 새벽의 술 한잔〉, 청년 시절 겪었던 열병〈이제사 들려오는 메아리〉 등을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유일한 여성 작가로서 어머니와 딸의 근원적 관계〈딸의 어머니〉, 주부이자 생활인으로서 갖는 담담한 정서〈가계부를 뒤적이며〉 〈저녁 산책〉, 중년을 보내며 겪게 되는 우울의 굴곡〈우울증에 대하여〉 등을 돌아보고 있다. 모든 딸의 마음에서 지울 수 없는 이름 어머니, 모든 어머니의 꿈인 딸, 깊고 지독한 우울의 병을 이겨 내도록 함께해 준 친구 등 작가의 삶 속 사람들의 면면이 그녀가 지은 언어의 집 곳곳에 새겨 있다. 낯선 장소에서 스쳐 지나듯 만난 사람들도 그들이 살아온 삶의 내음을 뿜어내는(삶의 풍경) 그녀의 글에서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 온다.

곽재구 작가는 소소한 일상과 국내외 여행 중 마주쳤던 아름다운 순간을 마치 필름 사진을 보여 주듯 부드럽고 섬세한 필체로 펼친다.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맹인 부부의 그림엽서같이 아름다운 삶(그림엽서)은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오물 더미 위에서 들은 흑인 가수의 재즈 연주〈냄새, 내가 사랑한 시간들의 춤〉와 같은 맥락의 풍경을 보여 준다. 작가가 동유럽을 여행하며 그곳의 자연에서 얻은 감명〈그 나무가 있는 풍경〉이나 그곳 사람들의 문학을 향한 열정에 대한 감동〈영혼을 파는 가게에 대한 추억〉을 감각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한편, 시와 거문고 가락을 벗 삼아 살았던 기생 매창의 삶과 문학을 더듬은 여정 속에서는〈노래는 끝났어도 그리움은 한이 없어라〉 수백 년 전 그녀의 삶과 회한을 그대로 되살린 듯하다. 일상에서 마주친 새로운 풍경, 낯선 여행지에서 맛보는 날카로운 깨달음의 순간은 독자의 가슴에도 깊은 흔적을 남기며 오랜 그리움으로 남는다.

고재종 작가는 자연과 벗 삼은 소박한 삶의 향기를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문체로 써 내렸다. 자연만큼이나 아름다운 친구의 마음이나〈감탄과 연민〉 아카시아에 얽인 작가의 첫사랑의 추억〈처음의 빛깔과 향기〉, 담양의 메타세콰이아 길의 이야기〈공명에 대하여〉 등에서는 자연과 사람을 굳이 나누지 않고 자연 속에서 사람을 찾고 사람 속에서 자연을 모습을 찾으려는 작가의 열망이 엿보인다. 또한 어린 시절 우연히 훔쳐보았던 여인들의 목욕 장면에 얽힌 추억〈그 희고 둥근 세계, 세상의 근원에 대한 꿈〉이나 모든 인생의 절망과 허무를 이겨 내는 비법〈사랑의 비밀〉을 말하면서도 결코 우리의 삶의 원리를 자연 밖에서 찾지 않는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고자 하는 그의 열망과 부르짖음은 ‘청빈 예찬론’〈스스로 선택한 가난〉에서 방점을 찍는다. 사뭇 거친 듯, 사뭇 날카로운 듯한 그의 언어의 집은 그러나 풋풋한 풀 냄새, 흙냄새가 물씬하다.

이정록 작가의 글에서는 구수하고 능글맞은 작가의 웃음소리와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도 들리는 듯하다. 눈앞에는 어린 시절 뛰놀던 시골 마을의 풍경이 펼쳐지고〈피라미 연가〉 그곳을 배경으로 겪은 작가의 성장통이 마치 내 것인 양 생생하게 재생된다.〈시인이 시인에게〉 〈가오리연〉 또한 그곳에 깃들어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살갑지만 가슴 저미는 그리움으로 들려온다.〈누나〉 〈피라미 연가〉 〈할머니의 부라자〉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 생의 깊고 높고 맑은 것들에 대한 그리움〈하얀 목련〉 〈오서산 억새꽃〉 〈내 사랑 버드나무여〉 또한 길지 않은 호흡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가 지은 언어의 집은 구석구석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진한 향기로 배어 글을 읽는 모든 독자의 품으로 날아든다.

우리의 무릎을 세우는 힘, 그리움
사람이나 공간, 일정한 시대를 향해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을 ‘그리움’이라 한다. 이 책은 사인의 작가가 저마다의 그리움을 소재로 다양하게 써 내려간 글을 모은 수필집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고향을 잃은 세대가 되어 가고 있다. 3대가 모두 도시에 살기에 명절이 되어도 푸근한 시골의 겨울밤 같은 건 보내 보지 못한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리적 고향뿐 아니라 마음의 고향마저 잃고 살아가는 메마른 현대인에게 이 책은 깊은 안식을 제공하는 나무 그늘 같은 책이 될 것이다.
네 명의 작가는 자신들이 간직하고 있는 그리움의 기억을 기꺼이 독자들과 나누어 준다. ‘그 사람’, ‘그 장소’, ‘그 순간’에 대해 작가들이 부르는 그리움의 노래는 어느새 그윽한 향기가 되어 이 글을 읽는 독자의 가슴에 저릿한 기쁨을 스미게 한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작가들이 제공한 그리움의 그늘에 앉아 있으면 그 그리움의 기쁨이 오롯이 내 것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저릿한 기쁨을 만끽하고 나면, 그 저릿한 순간을 다시 한 번 내 인생에 새기고자, 오늘을 더욱 그리운 날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솟아날 것이다. 그리하여 그리움이 우리의 무너진 무릎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교한 언어의 집
비록 그것이 내 고향이 아닐지라도, 나의 체험이 아닐지라도, 작가들의 체험과 글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가슴에 착상할 수 있는 것은 이들 네 명의 작가가 보기 드물게 정교하고 탄탄한 언어의 집을 선보이는 까닭이다. 때로는 정제되고 정갈한 언어로 퍼졌던 마음에 기분 좋은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우리의 무뎌진 감성을 새롭게 한다. 직설적이고 호된 언어로 무뎌진 지성을 날카롭게 깨우는가 하면 이 세대에 만나기 힘든 구수하고 정겨운 언어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단어 하나만으로 낯선 사람과 풍경을 생생하게 펼쳐 주고 자연과 고향의 정경을 보여 주는 아름다운 언어가 탄탄하게 글을 받쳐 주는 만큼 그들의 글은 더욱 흡인력이 있게 다가와 독자들의 가슴 더 깊은 곳에서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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