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왜 포켓몬이 아이들을 ‘미치게’ 하는가?
이 책은 상상을 초월하는 포켓몬의 인기와 다단계로 진화하는 디지몬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 번쯤 가져봤음직한 의문에 대한 최초의 ‘인문학적’ 답변이다. 일본의 상업애니메이션이 제공하는 판타지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꼬마 시청자들이 있는 한, 우리는 그것의 역사와 이데올로기적 맥락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포켓몬-디지몬 탐구 여행 우주소년 아톰, 마징가 제트, 요술공주 새리 등 성인이 된 지금도 뚜렷이 주제가를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를 열광시켰던 어린 시절 만화영화들은 그 신비한 힘으로 꿈과 웃음을 주기도 하고 용기와 희망을 배우게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 수많은 만화영화들이 보여주던 세계와 그 이야기의 밑바닥을 흐르던 생각들이 그렇게 순진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었을까? 최근의 포켓몬, 디지몬 열풍과 그것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심리 저변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이 책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포켓몬-디지몬 탐구 여행의 기록이다. 저자는 일본 상업애니메이션에 담겨 있는 텍스트의 무의식적인 측면을 읽어내기 위해서 그러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고 지탱하는 산업적 조건과 상업적 전략을 과감하게 파헤치고 있다. 포켓몬과 아이들의 심리적 조우 포켓몬이 아이들을 사로잡는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우선, 포켓몬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원형적인 신화적 존재로서의 이미지가 아이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즐겁게 한다는 점이다. 신화는 보편적인 의식, 무의식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신화적 존재들의 세계는 익숙하고 친근하다. 둘째, 잡종적인 성격을 지닌 괴물, 포켓몬스터가 아이들과의 타자적 연대를 이루는 것, 본성적으로 타자의 공포가 없는 아이들의 특성이 이를 가능케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타자들만의 흥겨운 카니발이라는 점이 또한 아이들을 미치게 하는 원인이다. 셋째, 집단주의적이고 다수다양성을 체화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유사한 성격의 포켓몬스터들의 활약은 어느 정도의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담보한다. 포켓몬들과 함께 울고 웃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서사구조가 ‘반복과 혁신’이라는 장르적 구조와 맞물려 아이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힘이 세지고 싶은 아이들의 원초적 욕망은 진화를 통해 점점 강한 힘을 갖게 되는 포켓몬들에게 그대로 투사되고 있다. 아이들은 포켓몬과 함께 자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포켓몬스터는 ‘어른들은 모르는’온전한 자신들만의 이야기인 것이다. 포켓몬 Vs 디지몬 - 일본 상업애니메이션 삐딱하게 보기 포켓몬과 디지몬을 비교하자면 “디지몬 어드벤처”는 “포켓몬스터”보다 좀더 신비하고 무거운 코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선악의 뚜렷한 대비과 세계 구원이라는 사명을 가진 영웅들이 등장하는 모험소설의 내러티브 구조를 갖는 판타지 장르의 성격이 강하다. 포켓몬스터가 가볍게 소풍가는 분위기라면 디지몬은 부담스러운 시험 같다. 소풍을 통해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간다면, 시험은 삶의 단계를 넘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일 것이다. 모두 아이들이 자라는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디지몬 시리즈는 이전의 여러 상업 애니메이션에 흐르던 이데올로기와 무의식들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읽힌다. 물론 옛이야기의 기능을 하는 디지몬의 미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선한 것이 무엇이고 악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그 과정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그런데 미덕이 수행되는 과정이 너무 폭력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아래 흐르는 로봇메카닉물의 이데올로기, 즉 서양의 철갑옷을 두른 일본적 정체성의 딜레마와 거기에서 연원하는 자신들이 세계를 구원한다는 군국주의적 팽창주의, 집단주의의 경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의 서사에 익숙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제국이 등장하고 수많은 전투가 벌어지고 피와 살이 튀는 죽고 죽이는 것이 놀이가 되는 세상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아이들용 게임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포켓몬의 세계와 디지몬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세계임에 틀림없다. 포켓몬 시리즈는 몇 명의 친구가 각자의 목표를 위해 여행을 함께 한다는 로드 무비적 이야기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애니미즘에 입각한 이상한 생물체들이다. 그들의 수는 디지몬들 보다 많지만 관계는 적대적이지 않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어야 할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이다. 포켓몬의 세계는 말 그대로 ‘똘레랑스’의 세계이다. 여러 가지 꽃들이 만발한 들판 같은 긍정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이다. 주변적이고 중심이 아닌 잠만보나 야돈, 잉어킹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나름의 평화가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포켓몬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길 위에서 나를 찾아간다. 훌륭한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때로는 인생이 선악을 구분 짓고 폭력적으로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훨씬 행복하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