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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닻을 올리다
제1화 살인자 출범하다 | 류자부로의 여행기 초고 그 1 제2화 아가씨 승선하다 | 류자부로의 여행기 초고 그 2 제3화 고양이는 항해중 | 싱가포르 출항 후, 하코네 호에 도착한 전보 제4화 명탐정은 밀항중 | 류자부로의 여행기 초고 그 3 제5화 유령선 출몰 | 류자부로의 여행기 초고 그 4 제6화 선상의 악녀 | 류자부로의 여행기 초고 그 5 제7화 이별의 뱃고동 에필로그 닻을 내리다 작품 해설 복고풍 새장과도 비슷한 세피아색의 여행 미스터리 |
Nanami Wakatake,わかたけ ななみ,若竹 七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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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후나키의 온몸이 긴장됐다. 깨달은 것이 있었다.
살인이 일어난 10일 밤에 신키치는 일행에게 “내일모레 외국으로 떠난다고요?” 하고 물었다. 아니, 물었다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되풀이한 것이리라. 10일의 내일모레면 12일. 그날 출범한 배는 외국 선박, 일본 선박 다 합쳐도 하코네 호 한 척뿐이었다. 하코네 호를 타고 유럽으로 떠나는 친구를 배웅했으니 틀릴 리 없었다. 경영자의 증언이 맞고 나이토 고로가 범인이 아니라면, 진범은 하코네 호에 타고 있지 않을까. 후나키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고베에서 다음 정박지인 모지까지 보통 3등 열차면 5엔. 그 정도 돈은 수중에 있다. 배에는 친구가 있고, 모지에는 어머니 친척이 있다. 돌아오는 기차 운임 정도는 빌려줄 것이다.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후나키 가쓰미는 때마침 달려온 인력거를 큰 소리로 불러 세웠다. --- p.34 “넌 내 인생을 바꿔버렸단 말이야. 그때 네가 약을 착각하지만 않았으면 난 지금쯤 상해의 가희가 되어 있었을 텐데. 내 쇼를 보러 손님들이 대거 가게로 몰려오고, 그중에서 숭배자가 여럿 나타났겠지. 한 명은 양탄자 무역으로 돈을 번 페르시아의 부자인데 나에게 근사한 보석을 선물하는 거야. 이름은 ‘장미의 피’라고 해. 어떠니? 꽤 멋지지?” “예에, 페르시아 이름은 잘 모르지만 참 특이한 성함이시네요.” “바보, 그건 보석 이름이야. 그리고 그 부자는 날 다섯 번째인지 여섯 번째 부인으로 삼고 싶다고 해. 하지만 그 사람은 만리장성만큼 나이가 많을뿐더러 낙타만큼 입 냄새가 고약하거든. 그래서 난 조신하게 대답해. 생각 좀 해보고요, 하고.” “그러시는 게 좋겠어요.” 나쓰는 자기도 모르게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p.81 “그나저나 이 배, 어째 신통치 않네. 오카모토 유코 씨도 가엾게 됐는걸. 고약한 소문에 휘말리고.” “저희 아가씨도 가엾으세요.” “내 말해두는데 너희 아가씨, 지금 평판이 바닥이야. 뭐, 원래부터 그렇게 좋은 말을 듣진 못했지만. 나 같으면 너희 아가씨가 두둔하고 있는 그 사내, 그놈은 절대 접근 못 하게 하겠어.” “무슨 뜻이에요?” “그런 뜻이야. 알면서.” “네?” “그러니까 즉, 배 여행은 위험하다는 이야기야.” “뭐라고요?” “아아, 진짜, 너 참 오래 살겠다.” --- p.178 멀리서 누가 라이터를 켜고, 모두가 일제히 떠들고 꿱꿱거리기 시작했다. 물건이 깨지는 소리, 이번에는 진심으로 도움을 청하는 비명, 방울이 딸랑거리는 듯한 소리, 움직이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급사의 목소리, 뺨 때리는 소리, 고양이가 그르렁거리는 소리, 둔탁한 소리, 혀를 차는 소리, 또다시 비명과 노성……. 배에서 정전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들 익숙할 터였다. 그러나 그때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술에 취해 있었거니와, 취하지 않은 사람도 훈김과 더위로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 시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지, 사람은 워낙 많지, 비틀거리지, 이런저런 이유로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이다. --- p.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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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의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의
매혹적인 코지 미스터리! 1930년 여름, 스즈키 류자부로는 형의 강요에 못 이겨 내쫓기듯이 하코네 호에 오른다. 하코네 호는 요코하마를 출항하여 인도양과 지중해를 거쳐 런던으로 향하는 호화 여객선이다. 그런데 배가 떠나자마자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승선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이후 야마노우치 남작 영양이 탈출 소동을 벌이고, 유령선이 나타나는 등 기묘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살인범 체포, 보석 도둑의 출현, 어린아이의 부상 등 기상천외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번 항해에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배를 타고 오는 동안 꼭 꿈을 꾸었던 것만 같아요” 호화 여객선 하코네 호에서 펼쳐지는 51일간의 천방지축 항해기! 와카타케 나나미의 『명탐정은 밀항중』은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평가받고 있는 일본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가 선사하는 매혹적인 옴니버스 미스터리이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51일간의 항해를 통해 벌어지는 사건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건들을 자신의 눈으로 관망한 스즈키 류자부로의 여행기 초고이다. 끔찍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의 어느 날, 가문의 부흥을 노리는 스즈키 이이치로는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동생 류자부로에게 자기네 신문사에서 출판해줄 테니 여행기를 써서 보내라며 하코네 호로 내쫓는다. 엉겁결에 기나긴 여행을 시작하게 된 스즈키 류자부로는 하코네 호에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승선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뒤부터 다양한 인간 군상과 갖가지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각각의 사건들은 신문기자, 남작 영양, 고양이, 스님, 말썽꾸러기 악동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야기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류자부로의 여행기 초고」는 총 여섯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스즈키 류자부로가 형님의 분부대로 항해 일정에 따라 써내려간 글자 그대로의 여행기이다.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에 도착했는지, 또 날씨는 어떤지 등등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여행기는 앞서 다루어진 하코네 호에서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류자부로만의 시각으로 그려져 있다. 바로 이 점에서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진실이 교묘하게 엇갈리는 등 진상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을 점점 고조시킨다. 말괄량이 아가씨의 끊임없는 탈출 소동과 살인용의자가 탑승했다는 소식, 유령이 출몰했다는 소문에다가,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성이 다투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하코네 호가 항해하는 51일의 시간은 숨쉴 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간다. 여행 초반부터 끝까지 사람이 죽어가는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 속에서도 유쾌함과 인간적인 따스함, 그리고 애틋함까지 살아 있어 자칫하면 어두워질 수 있는 미스터리를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가며 재미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환상적인 크루즈 여행을 통해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코지 미스터리의 걸작! 시대는 크루즈 여행이 막 시작되던 1930년 어느 날. 각각의 사연을 안고 호화 여객선 하코네 호에 오른 사람들은 일본에서부터 상해, 홍콩, 수에즈, 런던까지 51일간의 항해를 시작한다. 하코네 호는 무탈하게 요코하마를 떠나 항해를 시작하는데 출발하자마자 무시무시한 살인자가 하코네 호에 숨어들었다는 끔찍한 소식이 들려오고 승객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이어서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쫓아 배에 오른 『요코하마 대신보』의 기자 후나키 가쓰미를 필두로 죽은 언니 대신 약혼자와 결혼하기 위해 배에 오른 야마노우치 남작 영양 하쓰코, 넉넉지 못한 살림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유학길에 오른 오카모토 유코, 고양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레이디 카마이클과 아내의 말이라면 꼼짝도 하지 못하는 로버트 카마이클 경, 그리고 세계각지로 여행을 다니며 악명을 떨친 여성 탐험가 스미스 양(자칭 JF)과 온갖 말썽은 다 부리고 다니는 귀여운 악동 히토시까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승객들의 이야기가 차례차례 펼쳐진다. 사건의 이슈를 쫓고는 있지만 꼭 진실만을 알리고 싶다는 신문기자와 집안의 희생양이 되어 결혼을 강요당하는 남작 영양의 탈출 소동,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꿈인 당찬 아가씨, 고양이를 위해서라면 1등급 선실을 빌리는 것도 아깝지 않은 귀부인, 그리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꼬마 악동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노련한 작가의 생동감 있는 필치와 정밀한 묘사가 하코네 호의 항로를 따라 녹아들어 마치 실제로 크루즈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하코네 호에서 겪게 되는 기상천외한 사건도 재미있지만, 소설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스즈키 류자부로의 여행기는 작품 자체에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사건을 통해 함께 경험한 사람의 주관적 시?으로 그려진 여섯 편의 여행기가 앞의 이야기와 교묘하게 맞물리며 마치 사건을 꿰어 맞추듯 읽어나가게 하는 것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진 글을 통해 하나의 진실에 도달하는 쾌감은 이 작품을 단순한 연작 단편집이 아닌, 인간적 갈등과 오해가 불러일으키는 일상적 삶의 다채로운 경험으로 읽는 이를 한껏 고무시키는 지적 즐거움이 되어주고 있다. 하드보일드, 본격 미스터리, 코지 미스터리, 호러, 패닉소설 등 다채로운 작풍을 구사하면서도 글 속에 유쾌함을 담아내는 와카타케 나나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 특징을 예외 없이 적용시키고 있다. 끔찍한 살인사건의 이면에 존재하는 유머러스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환상적인 크루즈 여행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며 코지 미스터리로 전환된다.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극적 구성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읽는 이들이 유쾌하고 즐겁게 웃어넘기게 되는 작품, 그것이 바로『명탐정은 밀항중』에서 볼 수 있는 와카타케 나나미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