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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통의 편지 6
4월 벚꽃이 싫어 18 5월 귀신 46 6월 눈 깜짝할 새에 72 7월 상자 속의 벌레 102 8월 사라져가는 희망 130 9월 길상과의 꿈 156 10월 래빗 댄스 인 오텀 184 11월 판화 속 풍경 214 12월 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242 1월 정월 탐정 266 2월 밸런타인 밸런타인 294 3월 봄의 제비점 322 조금 긴 듯한 편집 후기 352 마지막 편지 376 지은이의 말 384 옮긴이의 말 386 편집자의 말 389 |
Nanami Wakatake,わかたけ ななみ,若竹 七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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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어졌군. 요컨대 작가의 신원, 이름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쪽에서 원하는 대로 단편소설을 매달 보내줄 수 있다, 이게 유일한 조건이야.
--- p.13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쩐지 벚꽃이 불러 모은 영혼처럼 느껴졌어요. 이렇게 환한 방에서 이야기하면 무슨 시시한 괴담 같습니다만, 저한테는 그렇게 생각되더군요.” “광기 어린 벚꽃입니까?” 게이지가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아무튼 그래서 전 벚꽃이 싫습니다.” --- p.32 그 사람은 나를 돌아보았다. “그냥 못 본 척해주지 않을래요?” 나는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돈나무는 내 동생의 원수예요.” --- p.51 다키자와는 멍하니 내 얼굴을 보며, “나팔꽃이…….” 라고 했다. “나팔꽃?” 잠에 집착이 강한 나는 기분이 상당히 상해서 다키자와를 보았다. 그리고 오싹했다. 그렇지 않아도 수척해진 얼굴이 거무스름해지고 눈이 퀭했다. 전등 불빛 때문인지 머리카락도 허옇게 보였다. “나팔꽃 여인이 꿈에 나와.” 두 손에 얼굴을 묻은 다키자와의 어깨는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 p.133 “부탁이다.” 보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나한테는 물건을 살 때 기억이 전혀 없어. 확인해줄 수 없겠냐?” “확인?” “내 뒤를 밟아서 내가 진짜 쇼핑 강박증인지 확인해줘.” --- p.2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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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벚꽃이 싫어
벚꽃을 싫어하면서도 뜻하지 않게 벚꽃놀이에 참석하게 된 나에게 선배는 벚꽃을 싫어하는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벚꽃 꽃잎이 사방팔방으로 날아들던 그날의 화재 사건에 대해서도. 나는 그 이야기에서 묘한 미스터리를 느낀다. 5월 ★ 귀신 직장을 그만두고 공원에서 소일하던 나는 돈나무 가지를 우악스럽게 꺾으려는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돈나무가 동생의 원수라며, 동생의 기이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더욱 기이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6월 ★ 눈 깜짝할 새에 상가 야구팀은 옆 동네 야구팀과 오랜 라이벌 관계다. 그러던 어느 날, 상가 야구팀의 작전 사인이 유출된 정황이 포착된다. 유력한 용의자가 있지만 심증뿐인 상황. 그는 어떤 경로로 사인을 유출한 것일까? 7월 ★ 상자 속의 벌레 여름을 맞아 여행을 떠난 고등학생들은 벌레에 관한 괴담을 나눈다. 자연수업에서 하얗고 통통한 누에를 기르게 된, 누에에게 정이 흠뻑 들어버린 소년의 기이한 결말. 그리고 다음 날, 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8월 ★ 사라져가는 희망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퀭해진 얼굴로 여름마다 이상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창문 아래에 나팔꽃을 심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꿈은 꿈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9월 ★ 길상과의 꿈 작은 절에서 묵게 된 나는 옆방 여인과 친해져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여인은 이상한 임신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사실 이상한 건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10월 ★ 래빗 댄스 인 오텀 회사 선배의 책상을 청소하고 묵은 쓰레기를 버렸다. 그 쓰레기에 중요한 메모가 쓰여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이제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 내용을 추리해야 한다. 11월 ★ 판화 속 풍경 유명 판화 작가가 작업 중 쓰러지고 작가가 공들여 작업한 판화 원판까지 사라져버린다. 마침 그 장소에 있던 기자가 원판을 훔친 범인으로 지목받는다. 나는 판화 원판의 행방을 찾고 억울한 기자의 결백을 밝혀줄 수 있을까. 12월 ★ 소심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옆집 소년에게 직접 구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물받았지만 배탈이 나서 먹지 못했다. 그날 집에는 작은 소동이 벌어진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다시 만난 소년은 케이크의 비밀을 고백하는데…. 1월 ★ 정월 탐정 고등학교 동창이 자신이 쇼핑 강박증인 것 같다며 도움을 청한다. 나는 일종의 탐정처럼 그의 뒤를 밟으며 홀린 듯 물건을 사들이는 친구의 모습을 지켜본다. 친구는 정말로 강박증에 걸린 것일까? 2월 ★ 밸런타인 밸런타인 밸런타인 데이에 걸려온 옛 제자의 전화. 극성수기를 맞은 초콜릿 가게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일을 들려준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통화 내용은 조금씩 어긋나고 이상하게 들린다. 3월 ★ 봄의 제비점 나는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에게서 제비점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제비뽑기 점괘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친구를 위로해주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 이야기에 다른 내막이 있음을 깨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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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고 오싹하게, 로맨틱하지만 기이하게
와카타케 나나미 월드의 출발점! 단 한 편의 작품으로 장르의 지형도가 뒤바뀌는 순간이 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막 발표된 1991년의 일본이 그랬다. 미스터리와 호러, 오컬트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열두 편의 단편은 상자 속 초콜릿을 맛보듯 다채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날씨부터 세시풍속, 계절음식까지 ‘제철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작가의 감각은 가히 천재적이고, 사내보 〈르네상스〉를 활용한 구성은 처음에는 독자를 당황시키지만 종국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무엇보다도 실수를 연발하는 열혈 주인공에게 자기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이 사랑스럽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미스터리가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 독자는 작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일상의 표피가 아닌 인간의 심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곧바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에 오르며 신인 와카타케 나나미를 스타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일하는 틈틈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일상 곳곳에 녹아든 인간의 악의, 그럼에도 끝내 따뜻함을 잃지 않는 결연한 태도가 생생하게 그려진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한몫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전하지 못한 짝사랑, 만져질 듯 생생한 악몽,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회사생활, 가슴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비밀들…. 우리는 저마다 ‘미스터리한 일상’을 당연한 듯 살아간다. 어쩌면 가장 이상한 것은 삶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데뷔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30년째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함께 출간된, 역시 동명의 주인공 와카타케가 활약하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나의 차가운 일상』과 함께 읽으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당시 아직 직장에 다니던 나는 틈틈이 단편을 한 편씩 썼다. 햇수로 2년 걸렸나. 순서도 게재된 순서와는 다르다. (중략) 지금은 직업으로 글을 쓰고 있다. 즐거움을 위해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쾌락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만둘 수는 없지만, 이 소설을 쓰던 당시의 나 자신으로는 아마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옮긴이의 한마디 희대의 살인마나 악당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 얼핏 드러내는 악의가 마치 무색무취의 독처럼 차츰차츰 스며든다. 그렇기 때문에 와카타케 나나미는 읽고 나서 ‘뒷맛’이 오싹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처럼. 그것은 이어서 소개될 다른 작품들에서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담당 편집자의 한마디 ‘모든 소설은 성장소설’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이유로 좋은 소설에는 반드시 미스터리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와카타케 나나미의 데뷔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일상 속 크고 작은 비밀들이 맞물리며 이야기의 쾌감을 선사하는 사랑스러운 소설일 뿐만 아니라, 소설에서 미스터리의 역할이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권의 텍스트북 같은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