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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가 보고 있다 9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난 일본 12 로즈메리 16 이왕 가는 거라면 19 멋진 할아버지 23 추웠답니다 26 마테 차의 신비 30 고조 섬의 해변 34 옥 이야기 37 산호 40 그 순간 44 그런 삶 49 너그러운 온천 57 그리운 것 66 덩굴송치 76 아는 것 같은 기분 86 2 봄 내음 99 다른 나라의 봄 101 튤립 104 토끼의 눈길 107 가을의 기척 109 은행나무의 추억 112 밤 115 눈 덮인 산에서 118 소복한 숲 122 그렇게 부탁했더니 126 사람과 꽃과 동물과 129 아름다움 133 편해진다는 것 137 식물들 143 그 사람의 맛 152 깜박 잊은 것 162 수박 171 행복한 저녁 181 단순하게, 바보처럼 188 3 눈을 뜨면 203 새로운 세계 207 돌아가고 싶네 211 대추 215 첫사랑보다 219 거북과 나 230 생명의 외침 240 부모의 힘 250 본능 260 작별의 날 270 꿈 속 가게 280 스시 292 |
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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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귀찮고 힘든 일이 있어도 힘을 내서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그 여행이 아무리 가혹한 것이었어도 나중에 남는 추억은 훨씬 더 멋있어진다. --- p.28
지금도 마테차를 마시면 남미의 짙은 녹음과 강렬한 햇살, 불쑥 찾아오는 밤의 깊이가 떠오른다. 서늘하게 부는 바람에 땀이 식는 느낌도 되살아난다. --- p.32 말을 하지 못하는 미미한 것도 선한 마음으로 대하니 사람을 돕는 일을 할 수 있는 거구나, 하고 감동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 따스한 마음을 접하면서 위로를 얻는 것이리라. --- p.39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인연을 느꼈을 때, 그 나라가 갑자기 품을 열고 잇달아 많은 것을 보여 주곤 하는 일이 있다. 그러면 그 나라의 역사가 피가 통하는 것처럼 가깝게 눈앞에 펼쳐진다. --- p.46~47 아무리 울적할 때에도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경치 속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몸이 알아서 치유되니 인생이란 의외로 그렇게 간단한 일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65 멋진 시간은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연과 기분, 그리고 날씨 등 … … 여러 가지가 때마침 잘 맞아서 찾아오는 멋진 시간이다. --- p.71 나는 어느 밤, 아직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 언뜻 섞여 있는 봄 내음을 무척 좋아한다. 한겨울인데, 어두운 밤, 차가운 바람에 섞여 느껴지는 희미하고 달콤한,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힘찬 봄의 선율이 들리면 반갑고 설레서 잠까지 설치고 만다. --- p.100 태양의 빛, 그리고 물의 은총으로 인간의 삶은 계속된다. 공기에는 언제든 숲의 내음이 찰랑찰랑 넘친다. 인간이라는 보잘것없는 존재는 그 숲에 안겨, 땅에 발을 딛고 겸손하게 그 은총을 받아 간다. --- p.123 식탁은 오늘이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같은 것이다. 그려진 그림은 그날 중에 사라져 버리지만, 식탁을 함께 한 사람들 머릿속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새겨진다. --- p.160 자기 시간은 자기 것이다. 가령 타인에게 고용된 몸이더라도, 그 일을 선택한 것은 자신이다. 그러니 일하는 시간을 송두리째 넘기라는 요구는 아무리 대단한 상사라도 할 수 없다. --- p.197 부모가 백 쌍 있으면 백 가지 훌륭함이 있고, 그 각각은 절대 다른 부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선물을 아이들에게 선사해 준다. 그것이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 p.259 나는 울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 같이 산책했던 거, 평생 잊지 않을게.”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산책이 마지막이라는 걸, 아프도록 절절하게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밖에 나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 준 것이 정말 기뻤다. --- p.277 사실은 이 세상의 어떤 일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이 생애에서 머릿속 추억을, 너무 많아 흘러넘칠 만큼 한 가득 모으고 싶다. --- p.2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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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문은 늘 열려 있다
사실은, 언제나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매일을 여행 첫날처럼 남미의 짙은 녹음과 강렬한 햇살을 되살리는 마테차, 좌우로 빽빽한 건물 사이로 비쳐드는 팔레르모의 황금빛 석양, 노곤한 몸을 은근하게 풀어 주는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온천 마을 같은 이국적인 풍경들에서부터 12년간 함께했던 개와 울면서 걸었던 마지막 산책, 하늘에서 무수히 떨어지는 꽃잎 같은 도쿄의 눈을 질리도록 바라보았던 고요한 새벽, 오키나와 친구가 직접 따서 보내준 덩굴 송치의 다양한 레시피, 겨울에 심었던 구근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봄에 피워낸 튤립, 버리지 못하고 10년째 가지고 있으면서도 왠지 서운해 버리지 못하는 파란색 비치 샌들 같은 친숙한 것들까지. 『매일이, 여행』에는 일상적인 소재를 낯설고도 감동적으로 재발견해 낸 요시모토 바나나의 47개의 단상이 담겨 있다. 내 사랑하는 개가 며칠 전 열두 살 나이로 죽었다. 그 전주에 개가 웬일로 ‘산책하러 나가자.’ 하는 몸짓을 보였다. 그 무렵에는 산책을 하러 가자고 해도 싫어하면서 잠만 잤기 때문에 억지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밤 그녀는 산책하러 나가도 된다는 표정이었다. 몸은 무겁고, 숨은 가쁘고, 그녀는 30미터 정도를 걷더니 더는 오도가도 못했다. 그리고 헉헉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울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 같이 산책했던 거, 평생 잊지 않을게.”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산책이 마지막이라는 걸, 아프도록 절절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도 밤에 그곳을 지나면 나는 울음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함께 밖에 나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 준 것이 정말 기뻤다. -본문 중에서 애틋했던 개를 보내는 일화에서 요시모토 바나나는 관계와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생명과 생명의 교류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 말 하지 않더라도, 어떤 단계를 밟아 가고 서로 수긍하면서 그렇게 진전되는 것이 아닐까. 그 과정을 외면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본 것으로 나는 자신의 죽음을 조금은 두려워하지 않게 된 듯하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언제나 나만을 신경 쓰고 걱정하고 지켜주고 쳐다봐 주는 존재를 잊는다는 것은 평생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같이 사는 시간이 멋진 거였으니까.”라고 서술한다. 이 책에는 이렇듯 기록해 두지 않으면 어느 순간 흐릿해질 삶의 추억들이 다양한 스토리로 펼쳐진다.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는, 오랜만에 만나는 서정적인 에세이집이다. 깊어가는 가을, 여권 케이스처럼 제작된 이 책을 손에 들고 일상의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사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마음 아플 정도로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 그리고 한층 깊어진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유 평상시에는 잊고 있는 본능의 목소리를 의식적으로 들으려 하면 인생의 다른 문이 열리는 것이리라. -본문 중에서 동시대의 감성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것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번 에세이집에서 그 정점을 보여 준다. 삶에서 결국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로지 추억만이 온전한 내 소유라는 성숙한 철학이 모든 페이지에 깊게 배어 있다. 이 책은 천천히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보물을 건져내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다. 엄청나게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 속에서도 묵직한 울림을 건져 올리는 그녀의 단상은 어느 때고 잠시 일상의 쉼표를 선사한다. 오늘이 어제와 같아 보일 때, 문득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 때, 두근거림 없이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할 때, 더 이상 행복한 일이 없는 것만 같을 때 이 책을 펼쳐 보자. 내가 무심코 흘려보냈던 시간 속에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반짝이는 조각들이 얼마나 많았는지가 뭉근하게 다가오며 어느덧 오늘이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