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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플라나리아 우상의 눈물 우리들의 날개 침묵의 눈 맥 동행 전야 아베의 가족 투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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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죽고 싶은 거야?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친다. 그네가 입을 비틀며 웃는다. 아니요 다 같이 죽고 싶어요.
---「플라나리아」중에서 플라나리아 ‘나’는 방금 산부인과에서 다섯 번째로 긁어 버린 핏덩이가 생각난다. 개새끼, 콘돔을 빼버리다니. 낳구 보자구? 좋아, 다음엔 낳아 가지고 시멘트 바닥에 패댁질쳐 죽일 거다. ㅎㅎ, 이 상태론 더 이상 임신이 힘들 거라고? 이런 오라질, 그 의사 새끼, 칼을 어떻게 댄 거야. 플라나리아 ‘나’는 하복부의 심한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린다. ---「플라나리아」중에서 “그래, 엄마는 죽었어. 불타 죽었다. 그 새끼가 불 싸질러 죽인 거야.” “그게 누군데?” “너지?” 나는 갑자기 맥이 풀렸다. 성냥 불빛에 어른거리는 형의 얼굴은 광기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침묵의 눈」중에서 서울이란 데가 싫어 죽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향으로 내려가 버릴까 궁리를 합니다. 아무도 나 같은 인간을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내가 만약 자동차에 깔려 죽었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난 이상하게 아무나 막 찔러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나면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밉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춘자 씨가 같은 서울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즐겁습니다. ---「전야」중에서 우리 집엔 병신이 둘이다. 나는 내 친구들한테 서슴없이 말하곤 했다. 아버지는 가끔 남들처럼 막벌이를 하기 위해서 노동판에 섞이기도 했다. ---「아베의 가족」중에서 “그럼 제가 그 사람들을 사랑해야 되겠어요? 난 이제 아무도 미워하지 않아요. 미운 건 오직 내가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그 의문이에요. 나는 이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아베의 가족」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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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던 광기가 폭발한다!
폭력에 무감각해진 이 시대를 깨우는 중·단편소설 9편 극한까지 서사를 밀고 나가는 힘으로 거짓과 위선이라는 두꺼운 허물을 벗겨내는 작가, 전상국. 9편의 중·단편은 각각의 색채를 가지고 인간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탐구한다. 폭력의 대상은 학급에서 우상처럼 여겨지는 소년이 되기도 하고, 서울로 올라와 식모살이하는 열아홉 소녀가 되기도 하며, ‘그 새끼’의 귀신에 덮씌워진 미치광이 형이 되기도 한다. 누가 이들을 미치게, 혹은 막다른 길로 몰아넣은 걸까? 작가는 공기처럼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폭력의 문제를 예리한 촉수로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이 책의 문을 여는 작품인 「플라나리아」는 환상적 기법으로 쓰인 종족 보존에 관한 이야기이다. 플라나리아는 여러 토막을 내도 각 개체가 다시 하나의 완성된 몸으로 자신을 복제해낼 뿐 아니라, 무성생식과 유성생식도 병행한다. 작가는 플라나리아를 닮은 한 여자의 증발을 소재로 파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리들의 날개」는 무속신앙에 얽매인 한 가정의 이야기를 따뜻한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그렸다. 점쟁이의 요사스러운 예언을 받고 태어난 두호. 살이 낀 둘째아들 두호가 죽어야 가장인 남편이 산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두호의 죽음을 은근히 바라기까지 하는데……. 「아베의 가족」은 발표 당시 문단에 일대 충격을 던진 소설로, 6·25전쟁 때 미군에게 윤간을 당한 어머니가 백치 ‘아베’를 낳고 비극적인 삶을 이어나간다는 이야기다. 전쟁의 폭력성과 함께 미군의 존재를 정면으로 물어 분단소설의 새 영역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아버지의 폭력을 경험한 아들이 어떻게 미쳐가는지를 그린 「침묵의 눈」은 광기로 활활 타오르는 단편이다. 한편 등단작 「동행」은 웃음소리를 ‘ㅎㅎ’로 표현함으로써 한국문학 최초로 초성체를 사용한 소설로 기록되기도 했다. 거의 반세기 전인 1963년에 발표되었음을 감안한다면 당시 그런 식의 표기는 참신함을 넘어선 파격적인 시도였다. 누군가의 고요한 세계를 깨뜨릴 강력한 소설 선집의 탄생. 작가는 광기에 찬 이 세계마저 넉넉한 품으로 끌어안고 있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우주 ‘대한민국 스토리DNA’ 열여섯 번째 책 ‘대한민국 스토리DNA 100선’. 새움출판사가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이 선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이야기성이 강한 소설을 골라 펴냈다는 점이다. 둘째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형(DNA)이 되는 작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성에 주목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내력을 오롯이 껴안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정신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골랐다.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작품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날 모든 역사 드라마와 영화의 원형이 된 이광수 장편소설 『단종애사』, 도시 빈민들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조명한 80년대 베스트셀러 『어둠의 자식들』, ‘첫사랑’과 ‘없는 자의 슬픔’을 주제로 한 단편집 『소나기』, 한국 대표 문학상들의 시작점이 된 주인공들의 탁월한 작품들을 모은 『무진기행』 등과 함께 열여섯 번째로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이후에도 국문학자나 비평가에 의한 선집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대중의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여 새로운 한국문학사를 구성해 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