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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첫사랑
엮는 말 소나기 / 황순원 젊은 느티나무 / 강신재 동백꽃 / 김유정 봄·봄 / 김유정 산골 / 김유정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B사감과 러브레터 / 현진건 빈처 / 현진건 고무신 / 오영수 사랑손님과 어머니 / 주요섭 벙어리 삼룡이 / 나도향 별을 안거든 울지나 말걸 / 나도향 제2부. 없는 자의 슬픔 엮는 말 꺼래이 / 백신애 배따라기 / 김동인 금 따는 콩밭 / 김유정 만무방 / 김유정 날개 / 이상 백치 아다다 / 계용묵 지하촌 / 강경애 원고료 이백 원 / 강경애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 / 현진건 돈(豚) / 이효석 복덕방 / 이태준 작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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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소나기」중에서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면 비누 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 ? 그의 표정이나 기분까지라도 넉넉히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젊은 느티나무」중에서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동백꽃」중에서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메밀꽃 필 무렵」중에서 모란봉과 기자묘에 다시 봄이 이르러서, 작년에 그가 깔고 앉아서 부러졌던 풀들도 다시 곧게 대가 나서 자줏빛 꽃이 피려 하지만, 끝없는 뉘우침을 다만 한낱 ‘배따라기’로 하소연하는 그는, 이 조고만 모란봉과 기자묘에서 다시 볼 수가 없었다. 다만 그가 남기고 간 ‘배따라기’만 추억하는 듯이 기념하는 듯이 모든 잎잎이 속삭이고 있을 따름이다. ---「배따라기」중에서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銀貨)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날개」중에서 헤집으니 일 원짜리, 오 원짜리, 십 원짜리 무수한 관 쓴 영감들이 나를 박대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모두들 마주 바라본다. 그러나 아다다는 너 같은 것을 버리는 데는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넘노는 물결 위에다 휙 내어뿌렸다. ---「백치 아다다」중에서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장만 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신다. 문득 김 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운수 좋은 날」중에서 “내가 술을 먹고 싶어 먹는 게 아니야. 요사이는 좀 낫지마는, 처음 배울 때에는, 마누라도 알다시피, 죽을 애를 썼지. 그 먹고 난 뒤에 괴로운 것이야, 겪어 본 사람 아니면 알 수 없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먹은 것이 다 돌아 올라오고…… 그래도 아니 먹은 것보담 나았어. 몸은 괴로워도, 마음은 괴롭지 않았으니까. 그저 이 사회에서 할 것은, 주정꾼 노릇밖에 없어…….” ---「술 권하는 사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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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첫사랑
미묘한 설렘으로 그리고 서글픈 가슴앓이로 오래도록 기억될 첫사랑의 순간을 담아내다! 사랑은 계절을 넘고 세월을 이긴다. 철없는 사랑은 있어도, 철 지난 사랑은 없다. 모든 사랑은 시간 속에서 숙성하고 발효한다. 사랑과 함께 태어난 열정과 흥분은 세월 속에서 곰삭고 무르익는다. 회한이 되었다가, 그리움이 되었다가, 비정함이 된다. 아름다움이 된다. 사람들은 한때의 짧은 사랑만으로도 저마다의 신화와 전설을 만든다. 그걸 평생 곁에 두고도 산다. ‘대한민국 스토리DNA’가 열네 번째 시리즈의 제1부로 사랑을 얘기한다. 신산(辛酸)의 세월을 거치며 향기를 더한, 우리들 모두의 사랑 이야기다. 그중엔 소년·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이 있고, 청춘의 서글픈 사랑이 있고, 중년의 애잔한 사랑이 있다. 환희가 있고, 절망이 있고, 흐드러진 웃음이 있고, 견디지 못할 비애도 있다. 어느 쪽이든 사랑의 이야기들은, 특유의 서정과 서사로 우리들의 무뎌진 가슴을 적시고 달랜다. 사랑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어느 한 시대에만 통용되는 사랑은 없다. 걸출한 작가들이 풀어낸 열두 개의 사랑은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아니 숙성과 발효로 예전보다 더욱, 우리를 매료시킨다. 소나기(황순원) / 젊은 느티나무(강신재) / 동백꽃(김유정) / 봄?봄(김유정) / 산골(김유정) /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 / B사감과 러브레터(현진건) / 빈처(현진건) / 고무신(오영수) /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 / 벙어리 삼룡이(나도향) / 별을 안거든 울지나 말걸(나도향) 제2부 - 없는 자의 슬픔 돈이 없고, 힘이 없고, 희망이 없고, 미래가 없는 그래도 살아가는 이들의 처절한 인생 이야기! ‘없다’는 말처럼 슬픈 단어가 있을까. 어느 시대에나 없이 사는 사람들 있어, 그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희구한다. 돈과 명예를, 지위와 권력을, 가족과 연인을, 젊음과 용기를, 역량과 지혜를 갈망한다. 그러나 박탈과 결핍이 일상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넋을 잃고, 한(恨)을 얻는다. ‘대한민국 스토리DNA’ 열네 번째 시리즈의 제2부는 그들의 이야기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헤맸던 사람들, 그러나 끝내 아무 것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비애, 그 없는 자의 지극한 슬픔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모진 세상 속에서 길어낸 이야기들은 어둡지만, 어두운 만큼 강렬하다. 가진 것 아무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글퍼서 아름답다. 꺼래이(백신애) / 배따라기(김동인) / 금 따는 콩밭(김유정) / 만무방(김유정) / 날개(이상) / 백치 아다다(계용묵) / 지하촌(강경애) / 원고료 이백 원(강경애) / 운수 좋은 날(현진건) / 술 권하는 사회(현진건) / 돈(豚)(이효석) / 복덕방(이태준)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우주 ‘대한민국 스토리DNA’ 열네 번째 책 ‘대한민국 스토리DNA 100선’. 새움출판사가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이 선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이야기성이 강한 소설을 골라 펴냈다는 점이다. 둘째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형(DNA)이 되는 작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성에 주목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내력을 오롯이 껴안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정신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골랐다.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작품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날 모든 역사 드라마와 영화의 원형이 된 이광수 장편소설 『단종애사』, 마음의 불꽃을 단련시키는 모든 구도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김성동 장편소설 『만다라』, 일제강점기 때 크게 유행했던 이해조의 ‘딱지본 소설’을 편저한 『평양 기생 강명화전』, 도시 빈민들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조명한 80년대 베스트셀러 『어둠의 자식들』, 오늘날까지도 연산군을 모정에 굶주린 폭군으로 기억하게 만든 박종화 역사소설 『금삼의 피』 등과 함께 열네 번째로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이후에도 국문학자나 비평가에 의한 선집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대중의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여 새로운 한국문학사를 구성해 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