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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쿠자가버터
카이로의 달걀밥 사탕짱 DNA 커피 의식 활자밥, 하나 활자밥, 둘 봄을 핥다 여행할 때 나쁜 음식 일상의 나쁜 음식 달콤한 연애 탈맥주, 그러나 맥주 생! 날것! 나 홀로 초밥 매너 공포 첫 데이트 장소의 정답 너무 정답인 가게 주문의 정답 특기 요리의 정답 터키 아이스크림은 늘어나지 않는다 아마 눈알이 날걸요 그 곡은 안 돼 멋이 뭐예요? 그래도 생일 어른의 바비큐 그리운 일본식 언제부터 게테모노를 잘 먹는 사람, 하나 게테모노를 잘 먹는 사람, 둘 단류 쿠킹 뉴욕의 맛 너무 오사카스러워 맹물에 미소시루 제이나브의 홍차 놈 특별 대담 위胃는 추억으로 만들어졌다! 도쿄 볶음밥 |
Kanako Nishi,にし かなこ,西 加奈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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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소설을 써서 먹고살고 있다. 독자에게 “좋았어요” “재미있어요” 하는 말을 들을 때는 그야말로 꿈을 꾸는 듯 행복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아르바이트할 때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맛있어!” 하고 눈이 동그래지는 표정을 본 그 ‘순간’의 ‘기쁜’ 마음은 이길 수 없다. 전혀 종류가 다른 기쁨이란 것은 알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한 그 순간의 유대감을 나는 언제까지나 동경할 것이다. --- p.10
머그잔은 10년 된 것이다. 아버지가 두바이에 단신 부임했을 때 놀러가서 산 스타벅스 두바이. 모래색 낙타 그림이 있다. 점잖다. 한 손으로 들면 덜덜 울리는 무게감, 거기에 찰랑찰랑하게 따른 커피우유의 잘 익은 밤 같은 색을 좋아한다. 정오든 초저녁이든 이곳에서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맛있어, 하는 탄식이 엉겁결에 나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건강하다. 살아 있다. 아, 감사해라. --- p.24 1인분의 쌀국수는 3인분으로 불어나, 대접에 다 담지 못하니 조금씩 덜어서 먹는다. 그러면 먹는 동안에 냄비에 남은 쌀국수는 계속 국물을 빨아들이고, 차게 식어서, 세 그릇째가 되면 역시 무언가의 뇌수 상태다. 거기다 레몬을 꾹 짜서 먹는다. 고명 따위 없다. 정말로 뇌수다. 처적, 처적, 처적. 마치 요괴 같다. --- p.46 무리해서 어른인 척하는 것보다 아이처럼 행동하는 편이 그런 가게에서는 멋있는 거라고, 그때 배웠다. 지금은 카페도 레스토랑도 혼자 갈 수 있다. 갑옷도 걸치지 않는다. --- p.66 내 꿈은 남자고등학교의 기숙사 보모가 되어 학생들에게 밥을 지어주는 것이다. 허기져서 돌아온 학생들이 내가 만든 색기 없는 밥, 돈가스나 크로켓, 생강구이나 야키소바를 아구아구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 코스 요리를 즐기는 것도 ‘인생을 즐긴다’는 느낌이 들어서 멋지지만, 나는 ‘생명 그 자체’를 느끼고 싶다. 많은 음식이 무작정 소비되고 누군가의 피와 살‘만’ 돼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 p.70 만약 ‘여자는 고급스러운 가게에 데려가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면 물론 오산이고, ‘남자는 야키니쿠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것도 잘못됐다. 부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길 바란다. --- p.76 따라 해보았지만, 상하레처럼 자연스럽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족 모두 쩨부젠을 둘러싸고 앉아서 각자 손으로 먹는 모습을 보며 참 부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표현할 수 없지만, 그저 빠르기만 한 나의 메트로놈 생활 속에는 절대로 없는 것이 그곳에는 있을 것이다. --- p.101 완성된 요리를 먹으면서 역시, 하고 생각한다. 굉장히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맛있다. 절대 손이 많이 가는 접대용 요리가 아니지만, 맛있는 것을 모두 함께 먹으면 그것만으로 즐겁구나, 마음 편안하구나, 생각한다. 그런 감각을 가진 핀란드인, 역시 멋있어. --- p.113 실제로 외국에 가도 나는 내 허용 범위의 음식만 먹는 다. 하지만 실수로라도 그 나라를 알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외국 분, 내게 캥거루 고기를, 원숭이의 뇌수를, 유충을 권하지 말아주세요. --- p.140 흠칫했다. 그의 조국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니 당신의 나라도, 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없었다. 대신 나는 몇 번이 고 이 요리 맛있다, 정말 맛있다는 말을 했다. 주인은 거기 에 대답하듯이 “고마워요” 하고 내내 미소를 지었다. 요리가 맛있는 나라는 좋은 나라다. 분명히 좋은 나라 일 것이다. --- p.148 나는 언제부터 미소시루에 다시를 넣고 끓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처음 아침 식사를 차린 뒤부터 오늘 아침 식사를 만들 때까지, 나는 어떻게 어른이 됐을까. 아니, 아 직 어른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용감한 나는 이제 아득히 멀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 p.156 어릴 때부터 밥을 먹는다, 이것이 나의 미각, 이란 것을 굉장히 믿어요. 사람을 만난다, 되도록 접촉한다는 것도. --- p.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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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에 각인된 흰밥의 특별한 기억
니시 가나코의 밥 이야기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작한다. 어릴 적 아버지 일 때문에 카이로에서 살았던 그녀가 그 당시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은 ‘달걀밥’. 쌀에서는 벌레가 나오고 채소든 달걀이든 절대 날것으론 먹을 수 없었던 카이로의 열악한 식재료 사정상 그저 흰밥에 신선한 날달걀을 얹은 달걀밥이야말로 가장 고마운 한 끼의 식사였다. “귀국한 지 벌써 20년 지났지만, 실은 카이로에서 먹은 그 달걀밥만큼 맛있는 밥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때의 내게는 있고, 일본에 사는 지금의 내게는 없는 것. 그것은 ‘부자유’일 것이다.”(본문 16쪽) 무언가 품이 들고, 부족하고, 부자유한 그 시절 생활이야말로 평범한 한 그릇의 밥을 최고의 음식으로 만든 조리법이었다. 어릴 적 ‘이국’ 생활의 추억은 독특한 방식으로 홍차를 마시는 한 인물과도 연결된다. 카이로에 살 때, 가족처럼 친하게 지냈던 가사도우미 제이나브. 그녀는 저녁 무렵 일을 마치면 주방에서 ‘에이슈’라는 빵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홍차를 마셨는데, 홍차를 마시는 법이 특이했다. “설탕을 컵이 아니라 받침접시에 놓는다. 그 받침접시에 홍차를 쪼르륵 따라 가볍게 저어 마신다. 말도 안 되게 단 홍차다.”(본문 159쪽) 그 홍차는 카이로에서 헤어질 때 하염없이 울던 제이나브의 모습과 겹치며 저자의 가슴속에 언제나 남아 있다. 활자로 읽는 음식 맛은 3할 정도 더 맛있다 그런데 저자에겐 글자의 힘으로 읽는 음식이 실제보다 더 오감을 자극할 때가 있다. ‘활자밥’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전에 세련된 카페에서 빵푸딩을 먹은 적이 있다. 그것도 옛날, 소설에서 만난 미지의 음식이었다. ‘이거구나!’ 하고 흥분했다. 당연히 맛있었지만, 글에서 만난 그 ‘빵푸딩’, 내 뇌에 기억된 빵푸딩 맛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본문 28쪽) 글에는 색도 향도 맛도 없다. 하지만 글로 묘사하는 음식은 뭐라 말하기 힘든 깊은 맛과 생명력이 넘치고, 근사한 향기를 풍겨서 우리의 위를 자극한다. 현실의 음식보다 훨씬 강하게. 그래서 저자에 따르면, 활자로 읽는 음식 맛은 3할 정도 더 맛있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자로 경험하는 활자밥의 매력 못지않게 ‘이국’의 음식을 배우고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는 클라라라는 여인으로부터 베네수엘라 국민식 ‘파베욘 크리올료’를 배웠던 추억담을 떠올린다. “양파와 마늘, 파프리카로 지은 흰밥, 토스토네스라고 하는 플렌테인(파란 바나나) 튀김, 소고기와 검은콩조림, 옥수수가루로 만든 빵인 아레파스, 유카에 아보카도, 양파, 토마토에 와사카카 소스를 뿌린 것.”(본문 104쪽) 정말로 색도 선명하고 정성이 든 요리다. 베네수엘라 국민식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이국의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맛을 더욱 추억하게 만드는 레시피가 되기도 한다. ‘입으로 음식을 넣는 것’의 원초적 본능을 그린 자전적 소설, 「놈」 니시 가나코의 『밥 이야기』는 서른세 개의 에피소드에 정점을 찍는 한 편의 짧은 자전적 소설과 특별 대담으로 마무리된다. 「놈」은 심한 감기와 목의 통증으로 뜻하지 않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작가 ‘하나코’의 이야기다. 목의 통증 때문에 밥 대신 링거를 맞고 며칠을 굶게 된 하나코. 목이 회복되자 그녀는 강렬한 욕망, 무언가 먹고 마시고 싶다는 원초적 자극에 따라 그동안 먹지 못하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우유를 다섯 팩이나 연거푸 마신다. 그러고는 ‘놈’의 습격을 받는다. ‘놈’은 자신을 괴롭히는 미신적 존재가 아니라 “입으로 들어가는 것, 입에서 식도를 통해 위에 떨어져서 몸을 움직이는 원천이 되어, 하나코를 살리고, 움직이고, 결국은 이렇게 배설되어 잊히는”(본문 191쪽) 것이라는 격한 깨달음과 함께. 책의 마지막엔 일본에서 ‘도쿄 요리 다케하나’로 인기를 얻고 있는 다케하나 이치코와 저자 니시 가나코와의 특별 대담을 실었다. 더할 수 없이 ‘밥’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요리를 하는 것, 먹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다케하나의 초간단 ‘도쿄 볶음밥’ 레시피는 『밥 이야기』의 색다른 부록이다. 덧붙여, 한국어판에는 일본어판 원서와 달리 이 책을 좀 더 생생하게 맛볼 수 있는 10컷의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다. 아무쪼록 글로 먹고사는 한 여성 작가의 밥 이야기에 공감의 한 표를 던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