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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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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봄, 언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입학 기념으로 언니에게 새 책상과 새 학용품을 사 주었습니다. 언니는 새 학용품에 또박또박 제 이름 하나만 썼습니다. “이건 언니가 학교에서 쓰는 거니까 손대면 안 돼.” 미루는 그런 언니가 다른 언니 같았습니다. --- p.4-5 또, 저 멀리 남산에서 빨간 무당벌레 케이블카 둘이 서로 만났다 헤어지는 걸 구경했습니다. 줄에 매달려 그 높은 데를 오르고 내려가는 케이블카와 함께 미루는 끝도 없이 상상 속 세계를 오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저 아래 골목에 언니 모습이 나타나면 미루는 언니야-, 동네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학교 친구랑 얘기하느라 미루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미루는 언니가 없어 속상한데, 학교에 간 언니는 하루하루 더 신이 났습니다. “언니 미워. 다신 언니 안 기다릴 거야.” 하지만 미루는 이튿날도 그다음 날도 창가에서 언니를 기다렸습니다. --- p.8-9 하지만 날이 갈수록 미루는 언니의 보물 상자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미루는 그냥 살짝, 아주 잠깐만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보물 상자에는 미루가 모르는 가지가지 물건이 많았습니다. 미루는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토끼 오르골을 꺼냈습니다. 태엽을 감았더니 언니가 딱 한 번 들려줬던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어찌나 듣기 좋은지 한 번, 또 한 번, 태엽을 감았습니다. 미루가 오르골을 막 제자리에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학교 다녀왔습니다.” 현관에서 언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 p.18-19 깜짝 놀란 미루는 오르골을 상자 쪽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언니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미루는 그만 숨이 딱 멎는 것 같았습니다. 언니가 가방만 바꿔 들고 다시 나갈 때까지 미루는 책장 앞에 딱 붙어 서서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댔습니다. --- p.20-21 언니가 방에서 나가자마자 미루는 오르골을 꺼냈습니다. ‘어떡해, 어떡해.’ 책장 벽에 부딪혀 토끼 귀가 그만 댕강 부러져 있었습니다. 미루는 와락 눈물이 났습니다. 미루는 귀가 떨어져 나간 토끼를 한참 바라보다가 언니 보물 상자 맨 아래에 숨겼습니다. 언니가 물으면 모른다고 딱 시치미를 뗄 작정입니다. --- p.22-23 “미루야, 여기서 뭐 해? 아유, 너 얼마나 기다렸다고.” 언니가 미루를 흔들었습니다. 아, 언니 냄새. “언니. 어떻게 알았어?” “여긴 우리만 아는 비밀 장소잖아. 미루야, 어서 집에 가서 저녁 먹자.” 언니가 미루 손을 끌었습니다. “근데, 언니. 있잖아…….” 미루는 목소리를 짜 내어 더듬더듬 언니한테 다 말했습니다. 깜짝 놀란 언니가 눈만 크게 뜨고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꼼짝 않고 땅바닥만 내려다보았습니다. 언니 신발코 앞으로 눈물이 또로록 똑 떨어져 내렸습니다. 한참 동안 휘잉 휘이잉, 바람 소리만 공원을 맴돌았습니다. --- p.3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