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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기자, 영화를 통해 세상에 외치다!!
오늘날 우리는 신문과 방송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과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이제 언론과 언론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러한 언론의 춘추전국시대에 신문방송학과는 최고의 인기학과이고 언론사 입사시험은 ‘언론고시’라고 일컬어질 만큼 경쟁률이 높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신문과 방송의 양적 팽창이 반드시 질적인 발전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이비 언론이 난무하고 루머나 추측성 기사,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뉴스가 증가하며,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언론조작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위협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중은 언론이 과연 진실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맞는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기자출신 저자가 영화를 매개로 이러한 우리 언론현장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사회적 사명과 자유언론의 당위성을 주로 다루었다. 저자 우장균은 KBS PD로 입사하여 YTN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하다가 ‘MB특보’ 출신 사장 임명에 반대해 해고된 해직기자이자 한국기자협회장이다. 이 책은 총 14개의 장으로 구성됐으며 각 장마다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그 영화와 관련된 저자의 언론현장 에피소드와 메시지를 연결했다. 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처음으로 소개되는 영화는〈라디오 스타〉이다. 저자는 이 영화와 관련하여 언론인 초년병이던 라디오 PD 시절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다루었다. 원전 폐기물 문제를 취재하다 자국 땅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으면서 원전기술을 해외에 파는 미국에 대해 과격한 표현을 써서 선배에게 혼난 일, 가수 매니저나 취재대상들이 주는 촌지에 당황했던 일, 라디오 휴먼다큐를 만들며 만난 노동운동가 임동규씨의 기구한 삶에 연민을 느꼈던 일 등을 담고 있다. 다음으로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타락한 주인공의 삶을 다룬 영화〈박하사탕〉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광주민주화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해직, 고문 등 신군부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기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타협하지 않았던 김태홍 당시 기자협회장의 삶을 소개하며 현재 기자협회장인 저자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영화〈쇼생크 탈출〉에서는 법과 규율이라는 미명하에 공포심을 조장해 재소자들을 억압하고 이용하는 쇼생크 교도소의 모습을 보며 현 정권의 대(對)언론 정책을 떠올린다. 정부의 언론장악을 돕는 언론인에게는 승진, 낙하산 인사, 청와대 입성 등의 상을 내리고, 반대하는 언론인에게는 회유와 협박, 해직을 서슴지 않는 현 정권의 이중성을 고발하고, 이러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언론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언론인의 사명임을 역설한다. 영화〈친구〉에서 두 친구가 형성한 이른바 오야붕-꼬붕의 주종관계는 언론현장에서 힘 있는 취재원과 언론인의 관계와 유사하다 말한다. 기업회장, 정치인 등 부와 권력을 가진 취재원에게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팔고 비리를 눈감아 주거나 언론을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권언유착은 부끄러운 일이며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영웅〉은 진시황을 살해하려다 실패하는 자객의 이야기로 사마천의〈사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저자는 시대를 초월하여 변함없이 가치를 인정받으며 중국 최고의 감독 장예모의 영화에 원작으로 선택된 사마천의〈사기〉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또한 사실을 바르게 기록하는 객관성, 사실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표현력, 외압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사기를 완성해낸 사명감과 인내심 등 사마천이 지녔던 덕목을 오늘날 언론인들도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는 ‘진실과 정의를 밝히는’ 기자다!! 얼마 전 공영방송에서 잘나가는 모 아나운서가 “나는 뉴스가 싫고 예능 프로가 좋다. 내 롤모델은 유재석이다”라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방송국에 입사한 톱아나운서의 롤모델이 개그맨 유재석이라니.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므로 농담이 섞였겠지만 현재 언론인의 위상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존경할 만한 언론인이 얼마나 찾기 힘든지 추측해 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언론인 스스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이제 대중도 언론인을 개그맨이나 배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언론인은 연예인에 비해 좋은 학벌과 교양을 갖추었으므로 좀더 ‘고급스러운’ 직업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재벌과 결혼하는 아나운서나 국회의원이 되는 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언론인은 권력의 핵심부로 가는 중간단계에 있는 사람들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언론인의 정체성이나 직업윤리가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언론인의 사회적 사명은 무엇인가?”, “진정성 있는 보도를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언론의 자유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길은 무엇인가?” 등등 언론과 언론인의 본질에 접근하는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가수의 본질이 화려한 외모나 춤이 아닌 ‘가창력’임을 보여준 모 프로그램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듯이, 올바른 보도를 통해 사회정의를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언론인의 모습을 담은 이 책은 읽는 이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풀어야 할 모순과 의혹이 많고 진실과 정의를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그러나 저자는 그 험난한 가시밭길을 택했다. 왜냐하면 그는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한 사람’보다는 ‘참된 언론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는 방송사에서 해직되었지만 많은 언론인들의 귀감이 될 수 있었고 기자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 정의는 살아 있는 걸까? 그가 다시 펜과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