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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Ⅰ부 정의의철학
1)황경식(정의) -공정한경기와운의중립화 2) 이승환(토지) -토지불로소득과분배정의 3)윤평중(시장) -자유시장경제는과연정의롭고공정한가? 4)김혜숙(여성) -‘정의로운사회’ 바깥의여성을위한정의론 5)박구용(복지) -복지담론의형성과정과쟁점 제Ⅱ부 공정한사회 6) 송호근(공론장) -공정사회, ‘합의’가중요하다 7)김상조(기업) -재벌공화국과경제정의 8)이영(정책) -공정과정의사회 -경제정책 9)조영달(교육) -한국교육의불평등과교육정의 10)김비환(운) -행운과불운,그리고공정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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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연구하는 철학자5인과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사회 과학자 5인이 풀어쓴 한국판(版) 《정의란 무엇인가》가출판됐다. 《공정과 정의사회》는 이명박 정부의‘공정과 정의사회’ 담론의 실체를 철학적,사회적,경제적,교육적,여성의 시각에서 날카롭게 꿰뚫어 해법과 실천방안까지 제시한 역작이다. 10명의 필자는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이들은 왜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 반기에 공정과 정의를 다시 외치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외침이 대중의 마음을 몹시도 후벼 파는것은 무슨 까닭일까? 왜 다시‘공정과 정의’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 ·15 경축사에서‘친 서민 공정사회’를 언급한뒤 정의와 공정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심화두가 됐다. 한국 사회가 부정의와 불공정에 지쳐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特採)를 비롯해 전관예우 ·청탁·뇌물·로비 ·비자금 조성 등‘반칙의 저수지’였던 부산 저축은행사태 까지, 국민들은 불의한 현실에 분노하며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정치권은 한 ·미 FTA 비준안처리를 두고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인터넷에선 괴(怪)소문이 횡행한다. “서태지 이지아 이혼소송 사건이 이명박 대통령의 BBK 사건을 덮기 위해서 청와대와 국정원이 일부러 흘린것”이라는 괴담을 많은 20~40 대가 사실로 믿는다. 10명의 철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정과 정의’를 다시 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 지적(知的) 모색 끝에 《공정과정의사회》(조선뉴스프페스 刊)를 펴냈다. 10명의 학자들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쌓여 온 편법과 반칙을 광정(匡正)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는 인식이 시민들의 공감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이것이 책을 펴낸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의‘공정사회’ 화두에 대해서도 “진보적 의제일 수 밖에 없는 공정성과 정의를 신(新)보수정부가 어울리지 않게 선창한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이지만 이는 한국사의 진화 단계가 불가역의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상징하는 사태임이 분명하다”고 규정했다. 학자들은 정의와 공정성의 원리를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철학적 조망부터 시작한다. 또 토지분배와 자유시장경제의 한계와 지향점, 여성의 관점이 배제된 정의의 문제, 복지 지출의 구조변화, 재벌과 경제정의, 조세부담, 교육 불평등 등 10가지 관점에서 정의와 공정의 문제를 다룬다. 가히 한국판(版) 《정의란무엇인가》에 비견될만하다. 인생이란 원래가 불공정한 것인가? 서울대철학과황경식교수는[공정한경기와운의중립화]를통해공정과정의를얘기한다.그는인생을 ‘100m경주’에빗댄다. 경기전출발선의위치가사람마다 다르기때문이다. 어떤이는스타트라인에서까마득한결승선을향해손차양을하고있지만,일부는50m전방, 소수의몇몇은90m 혹은95m 전방에서운동화 끈을죄고있다. 황교수는“어떻게이런일이생겨날수있을까”반문한다. 인생이란경기는원래가 불평등하다지만,그런 불의가세세대대로대물림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들은손자에게경제적곤궁과사회적불평등을바통으로넘긴다. 꼴찌는 꼴찌를낳는다. 황경식교수는 그러나 “천부적운과사회적운의영향력이 그대로방치된 채내세워진기회균등의원칙은 ‘형식적기회균등’에불과하다”고말한다. 이런식의국가는,국가라는이름이남부끄러운 ‘경찰국가’에불과하다. “가진자의재산을 못 가진자들로부터보호하는 ‘경비국가’에지나지않기때문”이다.황교수는이렇게주장한다. […진정한 의미의 정의실현은 현실개혁을 통해, 그것도 구조적변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땅에걸려넘어진자는 땅을짚고서야일어날수 있다”는 말이있듯 현실의 부정의는그 부정의한현실의변화를 통해서만성취될수있는것이다. 물론현실변혁의 방법론에있어서는점진적개혁과급진적혁명론간에합의하기 어려운이견이있을수 있을것이다. 또한 개혁의 방법론과 관련해서 종래 의식개조와 구조개혁 간에 논쟁도 있어왔다. 그러나이 같은논쟁은닭이 먼저냐달걀이 먼저냐의 논쟁과도같이 공허한것일수도있다. 의식개혁에 기반하지 않은 구조개혁은 공허하거나 현실성이 없으며 구조개혁에 의해 주도되지 못한의식개혁또한 지속적이거나구속력이없을것이기때문이다.…] 주택, 너무도 일상적이고 친숙한 부조리 우리사회에서너무도일상적이고친숙한부조리가있다.바로 ‘아파트’ 로불리는‘주택’을말한다.고려대철학과이승환교수는[토지 불로소득과분배정의]에서“수많은무주택자들은근면하게일해얻은노력소득을 다주택 소유자에게 임대료로 갖다 바치고, 다주택 소유자는 아무 일도 하지않으면서전세금이자와부동산가격상승으로불캷소득을취한다” 고말한다. 이승환교수는한국사회의‘하우스푸어(housepoor)’ 현상에주목한다. 하우스 푸어는주택을 마련하기 위해무리하게대출을받았지만상환하느라실질소득이줄어빈곤하게사는이를 말하는신조어(新造語)다. 그는 이렇게되묻는다. […왜 ‘하우스 푸어’가 생겨나는 걸까? 개인의 탐욕 때문일까?, 무능력 때문일까?, 아니면 운이나쁜 탓일까? 중산층 수준의 돈을 벌면서도 만성 부채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의 문제를 과연 개인의 ‘탐욕’이나 ‘무능력’ 또는 ‘운수소관’으로 돌려버려도 되는 것일까?…] ‘자유지상주의자’(시장만능주의, 경제적 자유주의와 같은 의미)들은 주택문제를둘러싸고벌어지는 양극화현상을그저‘시장의원리’ 또는 ‘자발적교환의원리’로치부한다. 이승환 교수는“자유지상주의자들의주장이그럴듯하지만 과연부동산 또는 토지의독과점으로발생하는 타인의불행또는 이익침해와는 아무런상관도없다는말이냐”고반문하며 “투기에의해지가(地價)상승으로얻어지는지가차액은 과연개인의‘노력’을통해얻은정당한소득이라고할수있는가?”라고묻는다. […농지나 임야처럼 건물이 세워지지 않은 토지의 경우에도 소유의 양극화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벌어져 있다. 2005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상위1%가 전체 사유 지의57%를 소유하고,상위10%가 전체사유지의98.3%를 소유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개발에관한 고급정보와넉넉한 초기자본을 가진 소위 ‘사회의 지도급인사’들이 토지 불로소득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과 토지에 대한 과도한 욕망의 원인은바로 불로소득때문이다.…] 자유시장 경제는 과연 정의롭고 공정한가 한신대철학과윤평중교수는 정의와공정을 훼손하는 실체가 ‘신자유주의’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이렇게묻는다.[자유시장경제는과연정의롭고 공정한가]라고. 윤 교수는 “갈수록양극화가심화되고,시장적경쟁논리가삶의전 영역을잠식하면서시민들의생활세계를위협하고있는작금의상황은신자유주의로기울어진시장경제체제의문제점을웅변한다”고 규정한다. 사실,시장이,아니자본주의가 “정의롭지않을뿐만아니라불공정하다” 는 생각이광범위하게퍼져있다.윤 교수는 “시장의역학과법칙을 다루는 실증주의적현대주류경제학은 ‘효율성’이 시장의 지상명령이라는이유로 경제학적탐구와공정성을 별관계가없는 것으로생각하는 경향이있다”고지적한다. 누가뭐래도,한국사회는분단과전쟁의폐허위에세계가깜짝놀랄만한산업화와민주화를이루었다. 2010년상반기기준으로세계 7위의수출액을기록했고,G20정상회의를주최하는나라가아닌가. 그러나왜이리그늘이 짙은것일까. OECD국가최고의 자살률,형편없이 낮은 국민행복지수,미래에대한총체적 불안,극심한 국론분열과사회적 불신이혼재한다.윤교수는 “다수의고위공직후보자가낙마한인사청문회는,성공한사람들일수록불법과반칙의유혹에서자유롭지않다는 사실을보여준다”며 “이들이시샘어린부러움의대상일지언정존경받지 못하는현실은,지도층이 제몫을다하지못한한국사회의 일그러진민낯을그대로드러낸사례”라고 탄식한다. […나라 전체가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던 때, 정의와 공정성은 너무 홀대받았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르게 된 지금, 정의라는 가치와 공정한 사회제도의 중요성에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정의와 공정성은 한국사회를 도약케할 무형의 가치이자,사회운영의 원리이며,공동체적삶의 질서일터이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한다고 해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박탈감과 중압감을 호소하는 사회가 좋은 나라일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하지 만 시민적 우정과 신뢰대신 적의와 불신이넘치는 나라가 선진화를 말하기는 어렵다. 불공정한 사회가 성숙한 국가가 되는 것은백일몽에불과한 것이다.…] 여성 관점에서 정의의 문제가 다뤄져야 하는 까닭 우리의가족은공정한가. 여성을 바라보는남성의 시각은정의롭고공정한가. 이화여대철학과김혜숙교수는[’정의로운사회 ’바깥의여성을위한정의론]을통해 “최근의 공정사회 논의에서도여성의 관점은대체로 배제되었다”고불만스러워한다.왜그럴까. 정의의 문제를공적사회제도의 덕목으로한정시켰기 때문이다. 김교수는“남성경험을기반으로만들어진정의론안에여성문제가문제로잡히지않았고,남성경험은보편적인간경험으로포장되었기때문”이라고지적한다. 여성 관점에서정의의문제가다루어지기 위해서는가족과가정을규정하고 규제하는법적 ·윤리적 규율과행동규범, 권리와의무의 규정, 재화의 소유와분배,자기주장권리와인정,의사소통의 구조등을살펴야한다. 남성중심의 기존가치관을모두뒤집어 탐색해야할만큼지난한과제인지모른다.김교수는 “그만큼 여성차별의근거가우리의일상안에서 존재하는 뿌리는깊다”고 설명한다. 일상에서 여성므하나의자유롭고존엄한인격을지닌개인으로보고받아들이는일은, 공정사회를이루기위해 여성자신이나남성에게 있어매우 기본적인일이다. 탈권위주의 사회 안에서도여전히끈질기게남아있는불공정한 인간관계가여자와남자의관계이고, 이관계를자연의 이름으로지속적으로제도화시키는데비대칭적권력관계가가족이다. 김교수는 “인간을대상처럼 소유하거나자신의욕망과쾌락을위해다른 인간의기본적권리와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부끄러운것임을 체득하는일은가정에서,그리고일상에서시작돼야한다”고강조한다. […순결한 여자와 불결한 여자의 이분법을 만들어 죄의식을 가리며 여성 자신들 또한 이런 이분법을 내면화하여 동류 여성으로서의 인권의 문제로 사태를 보지 못하게 된다. 야한 옷이 성폭행을 유발한다는 생각이나, 정숙하지 못한 여성, 술집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은 별 죄가 아니라는 생각도 이러한 근거없는 남성적 이분법에 기초해있다.…] 복지국가 진입을 위한 꿈 2000년대에들어와복지국가의위기나쇠퇴,혹은해체가진행되었다는 주장이널리유포되고있다.그러나 한국사회는2010년6 ·2지방선거에서무상급식이 선거공약으로등장하면서‘복지 포퓰리즘’논쟁에빠져들었다. 최근진보진영의 박원순서울시장의당선으로 ‘보편적복지’와 ‘선별적복지’ 논란이새로운전기를맞는듯 보였으나남유럽의경제위기가 현실화되면서복지논란은더욱혼란스럽다. 전남대철학과박구용교수는[복지담론의형성과정과쟁점]에서“거시적인측면에서 전통적인복지국가들은여전히사회복지의 체계를유지하고있으며신흥민주국가들조차복지국가로의전환을모색하고있다는 점을간과해서는안된다”고주장한다. 사실우리나라의사회복지지출비용은강한자유주의모형을대표하는 미국과비교해도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을자유주의유형의복지국가로 평가하는경우가많지만복지후진국가라는평가도있다.2009년미국은 GDP대비약16.2%만을 사회복지를위한공공재원으로 사용했다. 프랑스가28.4%,스웨덴이27.3%인것에비하면 사회복지의수준이낮다고볼수있다.한국은이런미국의수준을훨씬밑도는7.5%다. 복지지출이인적 ·사회적자원의성장에기여하지못하고경직된방식으로소비된다면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수있다.또 경제만이아니라복지도 위험에빠뜨릴수있다. 따라서박교수는 “복지지출의구조 변화에대한 사회적재합의가이루어져야한다.전통적인복지국가만이아니라우리나라처럼복지국가로의진입을꿈꾸는나라에서도풀어야할중요한과제”라고 주장한다. […더많은 복지를 위해서는 더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 사회지출과 조세의 규모는 같을 수밖에없다. 더많이 내는 사람이 있어야 더많이 받아가는 사람도 생긴다. 누가 더 내야할까?많이 가진 사람이 더많이 내면 좋겠다는 생각은 도덕적이지만 그만큼 추상적이다. 내는 만큼 받는다는 확신이 없으면 합의만이 아니라 협의도 어렵다. 따라서 지출과 조세의 규모를 키우려면 내고 받는 사람의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이를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출과 조세의규모와 함께 그것의구조가 중요하다.…] 세율은 정권이 상정하는 공정성 개념의 측정자 공정성은 포괄적 개념이기에 보수정권만의 어젠다가 아니고, 진보정권 역시 역점을 두었던 공통목표다. 그렇다면, ‘어떤 공정성인가(which fairness)?’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공정사회, ‘합의’가 중요하다]를 통해 “분배를강조했던노무현정부는시장을부도덕한것으로상정했고따라서 ‘시장의실패’를보완하는 국가개입을 정당한통치로 간주했다”고 말한다.시장의실패에초점을맞춘공정사회론은 ‘약자보호’와 ‘시장규제(독과점규제)’로나가게 되고,분배정의에역점을두게 된다. 그것이진보성향의통치자와통치집단이상정한공정성이었다. 그런데,곧이어등장한이명박정부는동일한 공정성개념하에서 분배에서효율로,정당한규제에서시장경쟁쪽으로 방향을바꿨다.두정권의 차별성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분야가 세금정책이다. 송 교수는 “노무현 정권은부자들에대해‘세금폭탄’을안겨주었지만,이명박정권은‘부자감세’기조를유지하고있다”며“‘고소득자세율’에는정권이추구하고자하는공정성개념이고스란히담겨있다”고주장한다. 즉,세율은정권이 상정하는공정성개념의측정자이기때문이다. […공정성 개념에서 어떤 측면에 비중을 두는가, 그리고 어떤 정책을 채택하는가의 여부는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의해 좌우된다. 분배와 효율, 자유와 평등, 경쟁과 규제,기회균등과 결과의평등 -서로 상충하는 이런대립적가치쌍을 어떤비율로배합할 것인가, 아니면 어느 한쪽을 배타적으로 강화할 것인가를 두고 집단적 갈등이 발생하게마련인데,그것은 곧 정치영역에서 해결해야할 거대쟁점으로 진화한다. 말하자면, 보편적 가치로서의 공정성은 이념적 성향을 초월한 포괄적, 이상적 개념이지만, ‘어떤 공정성’을 실행할 것인가는 정치체제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공정성은 정치체제의함수다.…] 정권은 유한하나, 재벌은 영원하다? 한국사회에서는정치권력보다는경제권력에대한견제가더중요한과제로부각되고있다.과거개발연대시대에는정치권력이경제권력위에군림했다면,이제는두 권력이수평적인 관계에있거나또는그관계가역전되었다고볼수 있다. 한성대무역학과김상조교수는[재벌공화국과경제정의]를통해 “최근 정치권의 ‘재벌때리기’ 사례에서보듯,선거를전후한시기에는정치권력이우위에서는 듯한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꼬집는다.그러나선거가끝나면 그 승자는재벌과타협의길로 들어서는것이상례다.보수정권하에서만 그런것이아니라,이른바민주정부10년동안에도 그랬다. 그래서‘정권은유한하나,재벌은영원하다.’고들한다. 정경유착의폐해도여전하다. 그러나 그 구조를 들여다보면,과거와는확연히 다른점이 눈에띈다. 과거에는정치권력의 직접적규제,예를들면금융·조세 ·사업인허가등에서의특혜가독점적지대를창출하는주된요인이었다.반면, 오늘날의거대재벌은규제와는무관하게스스로의힘에 의해 시장질서와사회질서를왜곡시켜 독점적지대를창출한다. […이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가로 독점적 지대의 일부가 제공된다. 한마디로, 과거의 정격유착이 과잉규제(비합리적 규제의 존재)의 산물 이었다면,오늘날의 정경유착은 과소규제(합리적규제의 부재)에서연유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특히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는 일상생활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반 서민들도 “대기업이 잘 되어야 중소기업과 서민도 먹고살 떡고물이 떨어지고, 젊은 애들도 취직자리가 생길 거 아니냐?”라고 한다. 재벌공화국의 최대 피해자들이 그 부정의와 불공정을 스스럼없이 용인할 정도로 한국사회의 경제인식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재벌공화국이 지속되는 것은,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대안을 생각할 수조차없기 때문이다.…] ‘정당한 자기 몫’과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몫’이 조화를 이루는길 시장경제 자본주의경제에서시장은 자원배분의핵심적인기제이다. 시장에 제대로작동하는경우 ‘정당한자기 몫’을보장하는것이 가능하지만,‘인간다운삶에필요한몫’을보장하지는못한다. ‘인간다운삶에필요한 몫’을보장하는역할은정부의 몫이다. 한양대경제금융학부이영교수는[공정과정의사회 -경제정책]에서“정부는자원배분의 결과가 ‘정당한자기 몫’과 ‘인간다운삶에필요한몫’이 조화를이루도록 노력할뿐아니라,자원배분의출발선을공평하고자원 배분의과정이 부당하지않도록노력하여야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핵심재원은물론 조세로 조세부담률이산업화,세계화,저출산고령화에따라높아지는것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GDP대비 조세수입총액으로정의되는 조세부담률이2010년의경우19.3%에불과한데, 조세부 담률이중기적으로21%수준으로높아지는것이필요하다”고말한다. 그렇다면조세부담을어떻게 높여야하나?높이는방법은크게 보아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것,세율을 높이는 것,새로운조세를도입하는 것 등의 세가지로 나누어볼수있다. 비과세감면을축소하는것은 세원을 넓힌다는측면에서가장바람직한증세수단으로인식되고있다. […우리나라에는 각종 비과세 감면 제도가 너무 많이 운용되고 있어 세수를 낮출 뿐 아니라 조세의 복잡성을 높여 효율성을 낮추고 납세자들이 세금을 회피하는 수단으 로 사용되고 있다. 근로소득의 일정 비율을 근로소득 획득의 비용으로 취급하여 공제해 주는 근로소득 공제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고소득자에대해서이러한 공제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바람직할 것이다. 우리나라 소득세에는 자신의 교육비용뿐 아니라 자녀의 교육비용을 공제해 주고 있는데,이러한 자녀교육비공제도 폐지하는 것이바람직할 것이다. 부가가치세에는 간이과세제도라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간이과세제도도 폐지하여 탈세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간이과세제도란 소득이낮고 장부를 기록하여 관리하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장부를 기록하는 것 대신에 매출액만 신고하게 만든 제도로,해당 사업자뿐 아니라 이사업자와 거래하는 사업자들의탈세의수단으로 간이과세제도가 오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속 ·증여세의 경우에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속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공제액을 줄이고 행정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복지 논쟁에서 불거진 한국 교육의 불평등 한국사회에서교육격차를해소하고공정한 사회를이루자는논의는,정치권의복지논쟁과어우러져,교육 분야의 중요한화두가되었다. 급기야는무상급식과관련된절차와예산에대한논쟁으로서울시의경우주민 투표와 이에따른서울시장의사퇴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서울대사회교육과조영달교수는[한국교육의불평등과교육정의]를 통해“교육불평등과교육에서정의란 무엇인가에대한치열한논쟁을미리하지못한교육계(특히,교육학자들)의잘못도크다”고반성한다. 미국의 경우는그사회의 흐름을반영하듯이 1970년대와1980년을통하여비판 교육학이등장하면서교육불평등에대한 치열한 논의가있었다. 그런데경제의급격한성장과정에서경제적불평등과심각한교육격차를경험하고있는한국에서는,오히려 이러한논의가학계에서 먼저 일어나지 못하고현실정치에서교육계로문제가넘어온양상이다. 조교수는 “한국사회의교육불평등은 주로 사회경제적지위에따른계층별가정의지원격차, 학력(學歷)사회의역사적 전통과노동시장의 학력집단에대한 차별,지역별 문화적경제적격차,집단별양육문화의 차이 등이중요한원인”이라고분석한다. […한국사회의 교육 불평등의극복과 교육정의의실현은,학력사회의 습속을탈피하고, 계급 경험의 축적에따른 아비투스(habitus ·심적 구조)를 이겨내며, 사회경제적 지위에따른 가정의 자녀 지원과 관계없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교육제도의 구축과 인격형성의 촉진에달려있는것으로여겨진다.…] 성공한 사람은 불운한 사람의 쓴 잔을 같이 마셔야 한다 인간사에운이작용하고 있다는엄연한사실은도덕적존재인인간에게 곤혹스런딜레마를야기한다. 개인이의도한상황에운적인요소가개입 한다면그결과에 대한모든책임을그개인에게묻는것은합당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피할수없는운의작용은 특히“노력한만큼대가를 받는것이 정의”라는신념이널리 퍼진사회에서더욱더심각한문제가 된다. 성균관대정치외교학과김비환교수는 [행운과불운,그리고공정사회] 를통해 “운은인간의행?불행에큰영향을미치는불가항력적인힘이다. 하지만그것이불가항력적인힘이라고해서운의작용을그대로방치하는것은도덕적존재인인간의 자존감이쉽게허락하지않는다”고 토로한다. 그것은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라 자부하는 인간의 행·불행을 운의 힘에맡기는꼴이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개인적성공과실패에는자신의 능력이나판단을초월한자연적 ·사회적 ·지정학적운이작용하고있다”고지적한다. 만일운이닿지 않았더라면성공은다른사람의 몫이 되고자신은패배의 쓴잔을마셔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사회적으로성공을거둔사람들은자신의능력을으스대기보다는 성공을 가져다준운의작용에감사해야만한다. 김교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로불운때문에곤경에빠지게된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릴줄 아는아량과겸허함을갖춰야만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이런질문을제기하라고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