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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Kurachi,くらち じゅん,倉知 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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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까지 텔레비전에 나오던 남자가 몸을 돌려 가즈오와 고사카 부장을 맞이했다. 혼자 앉아 있는데도 꽃미남은 카메라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폼 나게 다리를 꼬고 있었다. 거미처럼 길고 가느다란 다리였다.
“이야,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모니터로 봤는데 오늘은 한층 멋지시던데요. 정말이지 로맨틱하더라고요. 보고 있는 저희까지 별하늘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습니다.” 고사카 부장이 간살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요, 그게 제 일이니까요. 잠깐이나마 여러분을 현세의 잡다한 일에서 해방시켜 혼을 공상의 세계로 놓아주는 것이죠.” 대리석 조각상 같은 꽃미남은 속에서 올라올 정도로 느글거리는 소리를 하더니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었다. 한눈에 홀딱 반해버릴 것 같은 미소였다. 메이크업 담당 아가씨의 혼을 쏙 빼놓은 미소다. “아, 그렇지. 선생님, 얘는 스기시타라고 합니다. 앞으로 선생님의 수습 매니저로 일할 예정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고사카 부장의 소개가 끝난 후 ‘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동화 속의 귀공자 같은 꽃미남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더는 뭐라고 표현할 길 없이 단정한 얼굴을 똑바로 대하고 있자니 가즈오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자인 가즈오조차 얼굴이 붉어질 것만 같았다. 과연 이러니 여자한테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가슴을 쾅 때렸다. ---pp.32~33 “스기시타 씨, 이 발자국 말인데요. 잘 봐요, 세 줄 있지요.” 호시조노는 차분하고 깊은 멋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 아까도 본 발자국이다. 발자국 세 줄이 산장과 눈을 쓸어낸 왼편 길을 똑바로 잇고 있었다. “어느 것이 올 때 생긴 발자국이고, 어느 것이 돌아갈 때 생긴 발자국인지 알겠습니까?” “아니요. 이래서는 모르겠는데요.” 가즈오는 그렇게 대답했다. 풍화되어 퍼석퍼석해진 발자국은 거의 타원형의 구덩이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기나 신발의 특징은커녕 앞뒤 구별조차 할 수 없었다. 범인은 아마 아침이 오면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서 태연하게 발자국을 남기고 간 것이 틀림없다. 냉정한 녀석이다. “모르겠다……. 그렇지요. 즉 이것은 우리가 이 참상을 발견하기 훨씬 전에, 그러니까 어젯밤 늦게 생긴 발자국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 발자국은 더 선명하게 찍혀 있지만 이건 아니에요.” 호시조노는 자신의 장기인, 손가락 하나를 얼굴 앞에다 세워 하늘을 가리키며 겉멋을 잔뜩 부리는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저기, 선생님. 그거, 저랑 둘이서만 있을 때는 그만두시지 않겠습니까? 영업할 필요 없으니까요.” “어, 무슨 말이지요?” “아니, 그러니까 그거요.” 가즈오는 하늘로 향한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호시조노는 허둥지둥 손가락을 거두며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미안해요. 버릇이라서 나도 모르게.” “직업병이로군요.” “그래요. 무심결에 폼을 잡고 말지요.” ---pp.208~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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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등장인물
희생자 둘, 탐정 하나, 조수 하나 남은 건 다섯 명. 범인은 누구일까? 눈 내리는 산장에 사람들이 초대받는다. 별 이야기로 여심을 자극하는 아이돌, UFO 연구가, 인기 여류 작가 그리고 그들의 매니저와 부동산 관계자 등등. 모두 아홉 명이 모여 하룻밤을 보낸 후, 머리를 얻어맞고 로프에 목이 졸려 죽은 시체가 발견된다. 죽은 이가 묵은 산장 근처에 선명히 남겨진 세 줄의 발자국과 미스터리 서클. 폭설로 인해 전화도 전기도 끊겨버린 완벽하게 폐쇄된 공간. 그들은 과연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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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을 자극하는 본격 미스터리의 등장!
눈 속의 산장에 갇힌 아홉 명의 사람들 여섯 가지 조건으로 소거한 후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는? 작품 소개 “‘본격의 화신’임을 자처하는 미스터리 팬부터 초심자까지 누가 읽어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고 자부합니다.” _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초판 ‘저자의 말’ 중에서 제한된 공간과 등장인물, 범인을 찾아라! 폐쇄된 공간, 제한된 인물 속에서 논리적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본격 미스터리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이 검은숲에서 출간된다. 작가 구라치 준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로, 1993년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가 실제로 겪은 기묘한 일을 테마로 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며 글과 인연을 맺은 후, 착실하게 십여 편의 작품을 발표해온 중견 작가이다. 현재는 각종 미스터리 상에 이름을 올리며 일본 본격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출간 당시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교고쿠 나쓰히코의 작품들에 밀려 아깝게 3위를 차지했으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와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평론가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구라치 준’이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작품이다. 승부욕을 자극하는 본격 미스터리! 본격 미스터리란 수수께끼 풀이와 논리에 집중하는, 미스터리의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르이다.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그중에서도 본격 미스터리 소설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눈 속의 산장’을 테마로 삼고 있다. 눈이 내리는 산장 마을, 차단된 교통, 갇힌 사람들, 발생하는 살인 사건. 거기에 펼쳐지는 탐정의 논리적인 추리.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에서는 화려한 설정과 무지막지한 트릭으로 무장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독자의 눈을 현혹하는 별다른 장치는 찾을 수 없다. 작가는 “전제가 옳다면, 제외하고 남는 건 범인이다.”라는 명제를 고집하며 독자에게 그야말로 담백한 승부를 던진다. 그렇기 때문에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제시하는 ‘정면 승부’에 도전해보고 싶은 승부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미스터리 팬이나 초심자, 그 누구에게나 만족감을 안겨준다. 자신의 지혜로 범인을 찾아내는 본격 미스터리 특유의 ‘게임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본격 미스터리의 교과서 물론, 그 재미는 탄탄한 논리가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아홉 명의 등장인물, 이 중 피해자와 탐정과 조수를 제외하면 다섯 명이 남는다. 작가는 ‘위치 관계’, ‘흉기의 선택’, ‘알리바이’, ‘심인적 요소’, ‘신체적 특징’, ‘행동’ 이렇게 여섯 가지의 조건을 통해 용의자를 한정한 후 소거법을 통해 범인을 지적한다. 여기에 담겨 있는 논리는 실로 압도적이다. 치밀한 논리와 순수한 게임을 내세우는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본격 미스터리의 교과서’ 또는 ‘본격 미스터리의 입문서’라고 불리고 있다. “독자의 눈을 어지럽히는 변화구나 마구, 혹은 배트를 휘두르지도 못하게 하는 작품은 많이 있지만, 이 작품처럼 때려낼 법한 직구로 독자를 헛스윙하게 만드는 모범적인 작품은 결코 많지 않다.” -아마존 서평 또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장 첫머리마다 독특하게도 장의 내용을 개괄하는 메시지가 제공된다. 작가는 작품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무엇이 중요한지 등에 관한 주의사항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게임에 참여할 것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본격 미스터리의 전통적인 형식을 엄수하면서도 재미와 새로움을 잃지 않으려는 작가의 이러한 노력은, 오래된 형식에서도 세련됨을 획득함과 동시에 본격 미스터리의 바람직한 이상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