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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숲 사용 설명서라고? 008

들을 가로질러 011
발자국 찾기 026
동물을 관찰하다 038
버섯 따러 가세! 051
싹 씻고 콕 물리다 062
흡혈 진드기 경보 072
많이 잡으세요! 084
티끌만 한 위험 102
빨간 모자가 나타났다 114
재미난 식물도감 136
가문비나무, 향수병에 걸린 나무 140
소나무, 입지가 불안한 전문가 142
흰전나무, 활엽수가 되고 싶은 침엽수 143
유럽너도밤나무, 숲의 어머니 145
참나무, 안타깝게도 2순위 146
자작나무, 회초리를 휘두르며 148
낙엽송, 미래가 없는 나무 150
서양물푸레나무, 세계화의 희생양 152
이게 정말 사랑일까? 154
산림 경영 소사전 167
나무 베는 남자들 174
자연 보호, 결과가 따르는 사랑 187
천둥과 번개 193
유리 조각에 얽힌 이야기 199
시계도 나침반도 없이 205
숲에서 살아남기 212
숲이 영원한 쉼터가 된다면 230
한밤의 숲길에서 246
드레스코드 258
우리의 숲 265
2월에 숲을 걸으면 275
5월에 숲을 걸으면 280
8월에 숲을 걸으면 287
11월에 숲을 걸으면 291
아이들을 데리고 296

글을 마치며 306
주 308

저자 소개 2

페터 볼레벤

관심작가 알림신청
 

Peter Wohlleben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생태 작가로, 나무의 언어를 풀어내는 나무 통역사, 숲 생태계의 신비함을 전하는 숲 해설가로 불린다. 1964년 독일 본에서 태어나 도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아니 바로 그 때문에 이미 여섯 살 때 자연보호 활동가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로텐부르크 임업 대학을 졸업한 후 라인란트팔츠주 산림청에 들어가 산림감독관으로 20년 넘게 일했다. 일하는 동안 전통적인 임학이 숲을 보호하기보다는 착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관점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어려웠다. 현장에서 일하며 기계로 나무들을 베어 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생태 작가로, 나무의 언어를 풀어내는 나무 통역사, 숲 생태계의 신비함을 전하는 숲 해설가로 불린다. 1964년 독일 본에서 태어나 도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아니 바로 그 때문에 이미 여섯 살 때 자연보호 활동가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로텐부르크 임업 대학을 졸업한 후 라인란트팔츠주 산림청에 들어가 산림감독관으로 20년 넘게 일했다. 일하는 동안 전통적인 임학이 숲을 보호하기보다는 착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관점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어려웠다.

현장에서 일하며 기계로 나무들을 베어 내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일을 하던 그는 기존의 산림경영에 회의를 느끼던 중 마침 휨멜 지역의 숲이 자립을 선언하자, 안정된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휨멜 지역의 산림경영 전문가가 되어 숲을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노력했다. 숲을 원시림과 유사한 낙엽수림 지대로 가꾸면서 화학물질은 일절 쓰지 않았고, 기계 대신 말을 이용했다. 개벌도 하지 않았다. 나무와 같이 일하는 틈틈이 강의와 세미나를 열었고, 자신의 생태학적 사고를 글로 옮겼다.

2007년 첫 번째 책 『보호자 없는 숲』 이후 쉼 없이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 페터 볼레벤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린 책 『나무 수업』을 비롯하여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을 담은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이며 자연 속에서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등을 내놓으며 ‘독일에서 가장 성공한 논픽션 작가’가 되었다. 이외에도 『동물의 사생활과 그 이웃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숲 사용 설명서』,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 등이 있다.

현재 아이펠에서 숲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원시림의 복구,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집필 활동 외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 강연과 세미나 개최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2019년 열정적이고 인습에서 벗어난 그만의 지식 전달 방식을 인정받아 ‘바이에른 자연보호상’을 수상했다.

페터 볼레벤의 다른 상품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 하는가』,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설득의 법칙 』,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 『오노 요코』,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변신』, 『사물의 심리학』, 『나무 수업』,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등 많은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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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04g | 118*188*20mm
ISBN13
9791162206256

책 속으로

나무는 뿌리로 소통을 하고, 곤충의 습격이나 가뭄의 위험을 서로에게 경고한다. 하지만 잔뿌리가 구석구석까지 다 닿는 것은 아니어서, 미처 닿지 않는 곳에선 균류가 메시지 전달을 대신 맡아 준다. 그래서 학자들은 균류를 일컬어 숲의 통신망Wood Wide Web이라고 부른다. 물론 덕분에 버섯이 나무한테서 받는 대가도 보통 쏠쏠한 것이 아니다. 나무는 자신이 생산하는 양분의 최고 3분의 1까지를 이 숨은 조력자에게 넘겨준다. 대부분 당의 형태로 말이다. 3분의 1이면 나무가 줄기의 목재 생산에 투자하는 양과 얼추 비슷하다. (나머지는 가지, 잎, 열매를 만드는 데 쓴다.) 버섯은 이 엄청난 에너지를 일상생활에 쓰고, 또 버섯 갓을 만드는 데에도 투자한다. 우리가 따는 버섯 갓은 사과나무의 사과에 비할 수 있다. 진짜 버섯은 그 아래로 실처럼 뻗은 균사체다.
--- p.54~55

자연의 훼손은 유전적 변화를 통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유전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이용하면 진화의 의미에서 압박을 가하게 된다. 우리에게 쫓기는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적응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서 적응이란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동물이 우리 눈에 잘 안 띄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노루와 사슴이 도깨비감투를 쓰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다. 방법은 간단하다. 환한 낮에는 초지나 들판으로 나오지 않고 수풀이나 깊은 숲에 꽁꽁 숨어 있으면 된다. 녀석들이 원래 야행성이라는 주장도 들리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녀석들은 전형적인 초식 동물이기 때문에 눕거나 되새김질할 때를 빼면 하루 종일 먹이를 먹는다. 그러니까 안전이 보장된 지역으로 옮겨 가서 볼일을 보는 것이다. 늑대를 피하려고 숨는 것이라고? 늑대를 피하려면 굳이 수풀이나 깊은 숲속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아무리 숨어도 늑대가 밝은 귀나 코로 금방 찾아낼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노루와 사슴은 수백 년에 걸쳐 인간이라는 맹수에 맞추어 적응했다. 녀석들이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은데도 도대체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 p.97~98

나무에게서도 인간의 선별로 인한 변화가 확인된다. 나무에게 필요한 특성이 우리 인간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무줄기가 비틀어 짠 손수건처럼 비비 꼬여 돌아가는 경우다. 나무가 용수철처럼 줄기를 꼬는 목적은 자동차를 안정시키는 장치인 쇼크업소버와 같다. 폭풍이 불 때 줄기를 앞뒤로 흔들어 부러지지 않게 막으려는 것이다. 그런 나무줄기를 톱으로 잘라 만든 널빤지는 마를 때도 뒤틀리기 때문에 쓸모가 없어진다. 그래서 그런 낌새가 보이는 나무는 어릴 때 미리 베어서 땔감으로 써 버린다. 불에 넣을 때는 휘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잘 타니까 말이다. 그래서 똑바로 자라서 최고의 수익을 약속하는 흠 없는 나무들만 오래 살아서 몸집을 키울 수 있다. 당연히 이 모범생들만 번식을 하여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진 나무나 구부러진 나무도 마찬가지로 반가운 형질이 아니다.
그래서 점차 온 숲이 우리의 욕구에 맞추어 변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무들은 소리 소문 없이 유전적 불구가 되어 간다. 줄기를 용수철처럼 비비 꼬게 만드는 유전자에는 다른 특성들이 함께 들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그 유전자를 제거하면 다른 특성들도 함께 사라진다. 그 특성이 무엇인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우리 숲이 얼마나 튼튼할지도 룰렛게임과 다르지 않다
--- p.98~99

먹이가 그 먹이를 먹는 생물의 숫자를 조절하지 반대는 불가능하다고 배웠다. 그것도 참 논리적인 말이다. 하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연은 약간 더 복잡해서 이런 협력의 경우에는 각 개체군에서 복잡한 파상 운동이 관찰될 수 있다.
미국 미시간주 슈피리어 호수에 있는 섬 아일로열Isle Royale 국립공원을 한번 들여다보자. 그곳에서 자연이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실험을 시작했고, 그 실험을 1958년부터 학자들이 관찰했기 때문이다. 먼저 고라니가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 그 섬으로 들어가서 신나게 번식을 했다. 잡목을 베어 먹고 대부분의 어린 나무를 먹어 치웠다. 하지만 어느 혹독한 겨울에 늑대 무리가 뒤를 따라 들어가 고라니를 신나게 잡아먹었다. 그 섬이 육지와 동떨어졌다는 사실은 학자들에게 크나큰 선물이었다.… 학자들이 예상한 시나리오는 이러했다. 늑대 수가 증가하면 고라니를 더 많이 잡아먹을 것이므로 고라니의 수가 감소한다. 그러나 곧 늑대의 수도 줄어든다. 먹이가 줄어들어 먹이를 찾을 때까지 더 오랜 시간 찾고 사냥을 해야 하므로 더 많은 늑대가 굶어 죽을 것이다. 그럼 다시 고라니의 수가 증가한다. 그러나 그 상황을 전혀 다르게 볼 수도 있다. 고라니의 먹이가 많으면 고라니가 번식을 많이 해서 늑대도 먹을 것이 많아진다. 게다가 늑대가 잡아먹는 고라니 숫자가 늘수록 고라니의 번식률도 치솟는다. 거꾸로 개체수가 늘어난 늑대는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 영역을 지키기 위해 늑대들끼리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고라니 개체수의 증감은 늑대보다는 고라니의 생활 공간에 더 좌우된다.… 우와, 너무 복잡해서 머리가 빙빙 돌 것 같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 사례를 들려주는 이유는 자연의 뒤엉킴이 수업 시간에 배운 것처럼 그렇게 명확하지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 p.117~118

지금껏 우리는 한참 동안 숲과 나무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도 정작 제일 중요한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대체 숲이란 무엇일까? 관계 당국은 이럴 때를 대비해서 간단한 대답을 준비해 두었다. 그냥 해당 법령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다. 독일 연방 산림법 2항을 보면 산림 식물을 심은 모든 땅은 숲에 해당된다. 목재 적재장, 길, 작은 초지, 벌목이 된 구역도 이 법에 따르면 충분히 큰 나무 집단에 둘러싸여 있기만 하면 다 숲이다. 이것만 보아도 연방 산림법이 숲을 순수 경제적으로 정의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 한 그루 없는 큰 땅을 숲이라고 부를 생각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니까 당연히 벌목 현장도, 폭풍에 나무가 다 쓰러진 곳도 그냥 다 숲인 것이다. 물론 조건은 있다. 5년 안에 다시 조림을 해야 한다고 법에 적혀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한 가지 공통분모는 있는 셈이다. 나무가 밀집한 큰 땅은 모두 숲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동의하는가?
--- p.157~158

‘숲 가꾸기’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산림경영지도원이 열심히 가꾼 숲은 앞으로 더 잘 자랄 것이다. 건강하고 튼튼하여 해충의 공격도 막아 낼 수 있고 기후 변화에도 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도축업자를 보고 ‘동물을 보살피는 사람’이라고 부른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묘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런데 왜 산림경영지도원은 숲을 가꾸는 사람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생각할까? 숲 가꾸기란 것이 나무를 베는 것 이상의 의미가 아닌데도 말이다. 아주 어린 나무일 때부터 시작된다. ‘어린 나무 가꾸기’라는 말은 촘촘하게 늘어선 어린 나무들을 전기톱으로 잘라서 간격을 넓히는 작업을 일컫는다. 남은 나무들에게 더 많은 자리를 주어 더 빨리 자라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조금 더 자란 후에 실시하는 솎아베기도 마찬가지 의미다. 제일 예쁜 줄기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예쁘지 않은 이웃 나무들을 베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가꾸기’가 숲에게 이로울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절로 알 수 있다. 아마존의 열대 우림을 그런 식으로 보살펴야 할까? 그곳의 나무를 베고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마련해 주면 정말 더 건강해질까? 나무를 베어 버리는 곳에선 언제나, 예외 없이 남은 개체들도 허약해진다. 바람만 불어도 나무는 쉽게 넘어진다. 그래서 숲 곳곳엔 폭풍에 쓰러진 나무가 이웃 나무를 함께 쓰러뜨리면서 만들어진 빈 구멍이 입을 떡 벌리고 있다. 줄기와 물관과 뿌리가 다시 위험 대처 능력을 갖추려면 최소 3년은 걸린다. 게다가 나무들의 관계망도 사라진다.… 솔직하게 동물에게 쓰는 도축이라는 개념을 빌려서 ‘도목(屠木)’이라고 쓰면 어떨까?
--- p.169~170

장례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숲과 관련이 깊다. 관에 넣어 매장을 하는 풍습은 기독교와 함께 독일로 건너왔다. 원래 이 땅에서 살았던 게르만족과 그 이후에 이곳으로 들어왔던 로마인들은 고인을 화장했다.… 화장을 전제하는 수목장은 과거에 널리 행하던 자연장의 귀환에 다름 아니다.… 영원한 쉼터 수목장림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내가 가장 골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숲은 무엇보다 안식을 준다.… 아마도 주변 환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온전한 숲이 주는 효과일 것 같다. 우리 인간에겐 아직도 건강한 생태계와 (가문비나무 조림지처럼) 인간의 손을 탄 생태계를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까마득한 옛날에는 그런 능력이 중요했을 것이다. 온전한 숲이 험한 날씨에도 더 안전하고 식량도 더 많이 제공했을 테니까.
장지로 쓸 나무를 고르는 것도 큰 행복이다. 특히 내가 묻힐 나무를 직접 고르는 경우 미리 한번 누워 보자는 말도 하고, 여기서 영원히 스카트 카드놀이를 하고 싶다는 말도 하며 흐뭇한 시간을 보낸다.… 나무의 선택이 해방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 p.241~243

당신이 지금 이 책을 읽는 곳은 예전에 숲이었다. 무슨 확신으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인간이 자연에 손을 대기 전 독일에는 나무 없는 평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예외가 있다면 홍수나 유빙 탓에 나무가 휩쓸려 간 물가나 큰 늪이나 습지 정도였다. 알프스처럼 수목 한계선을 넘어서는 고지에도 나무가 없겠지만 그렇게 높은 산에 올라가 당신이 책을 읽을 리는 없을 테니 내 추측이 맞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예전의 숲에 앉아 있다. 우리 선조들은 숲을 위험으로 느꼈다. 넉넉한 식량을 내주는 것도 아니면서 다가오는 적까지 가려서 볼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맹수건 적군이건 몇 미터 앞까지 와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그러니 그 방해가 되는 은신처를 없애면서 동시에 엄청난 양의 나무와 경작지를 얻겠다는 계획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1800년경 계획은 완수되었다. 중부 유럽의 넓은 지역이 초원과 같아졌다. 우리 인류를 탄생시킨 바로 그 생태계로 돌아간 것이다. 만세! 하지만 기쁨은 우수를 동반했다. 나무가 사라지면서 풍경은 영혼을 잃었다. 마디 굵은 참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1774~1840)의 우수에 찬 그림들도 바로 이 시기에 등장했다.
숲은 어디로 가 버렸을까? 나무의 모습으로 가까운 제재소로 실려 갔고, 지금도 여전히 실려 가고 있다. 숲 면적의 98퍼센트 이상이 정기적인 관리 및 경영의 대상이다.

--- p.266~267

출판사 리뷰


숲의 즐거움을 발견하다
숲 산책자를 위한 한 권의 책

독일의 친환경 숲 관리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페터 볼레벤의 신작 『숲 사용 설명서』가 출간되었다. 한국에 소개된 전작 『나무 수업』, 『동물의 사생활과 그 이웃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가 숲 생태계의 거주민인 생물들의 삶과 비밀에 집중한 책이었다면, 이번 신간은 그의 전문 분야인 숲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책이다. 숲을 보존하면서도 숲을 즐기고 숲의 풍부한 자원을 제대로 이용하는 법을 알려 주고 세계적인 숲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의 숲 관리에도 심각한 왜곡과 문제점이 숨어 있음을 전문가의 눈으로 지적한다. 이 책 또한 전작들에서 그가 보여 준 독특한 서술 방식, 즉 자연과학적 지식을 풍부하게 동원하면서도 서술 대상인 동식물에 대한 과감한 의인화를 택해 자연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감동적으로 이끌어 낸다.
이 책에서 볼레벤은 숲을 보존한다는 것이 인간의 숲 출입을 막거나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전제한다. 그는 통념과는 달리 우리가 숲을 너무 적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숲에 대한 올바른 감각과 지식을 가진다면 숲은 훨씬 건강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고 인간이 숲을 더 즐겁게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숲에서 나오는 자원을 현재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생각도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데, 그러기 위해서도 숲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관점이 필요하다. 이 점이 바로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의도이며 그가 숲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 예를 들어 수목장림을 조성하거나 지역 주민과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숲 체험, 숲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이 가능한 이유다. 여전히 생태보다 개발 논리가 우세하고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일상과는 무관한 공간으로 숲을 인식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숲을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해 준다.

보기 좋은 숲이 건강한 숲일까?
인간의 잘못된 개입이 자연을 도박으로 몰아넣다

볼레벤에 따르면 숲을 보존한다고 해서 인간의 숲 출입을 차단하거나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자연 보호와 경제적 이득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진 인간의 부적절하고 잘못된 개입이 숲 생태계를 파괴한다. 자연은 인간이 근시안적인 시간 감각으로 손을 대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대응과 굴절(저자의 표현으로는 ‘진화’, ‘뒤엉킴’)을 준비한다.
독일 숲 대부분은 원래 활엽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활엽수 잎을 좋아하는 초식 동물로 인한 숲 황폐화를 막기 위해 숲 소유인들은 소나무와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를 심기 시작했고, 그 공간의 구성원들이 완전히 달라지고 독일의 숲은 침엽수 단일 조림지가 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자연을 인공적으로 조작하는 경우도 많다. 반듯하고 흠 없는 수익성 높은 목재를 얻기 위해 이 기준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나무를 베어 버리는 식으로 숲을 관리하는 경우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룰렛게임에 숲 생태계를 몰아넣는 짓이다. 인간에게 유해하다고 인식되는 생물들의 위험을 과장하거나(때로는 이를 실행하여 특정 종을 박멸하고 포획함으로써) 먹이를 주는 등 먹이 사슬에 혼란을 주어(사냥 등 대체로 경제적인 이유로) 생태계가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자연은 인간을 이롭게 하거나 위해를 가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중심적인 편견에서 벗어나야만 제대로 숲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숲을 누릴 권리가 있다
숲은 언제나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볼레벤은 30년 이상 숲을 관리하고 숲에 대해 교육하면서 여러 사람을 숲 생태계에 참여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인적 없는 눈 쌓인 겨울 숲을 찾는 이들도, 소란스러운 아이들도, 심지어 세상을 떠난 이들도 숲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숲을 보호한답시고 방문자를 차단한 채 소수의 인간들이 벌이는 몇몇 행태는 사실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에서 비롯하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을 흐트러뜨리는 결과만 가져온다. 저자는 우리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우리가 발길을 제대로만 내딛는다면 숲과 그 구성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두가 숲으로 뛰어들어 자연이 주는 크고 작은 기적을 경험하는 것이 이 사용 설명서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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