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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의 글 “내 삶의 이야기가 작은 불씨가 되길” - 박병선
0. 무슨 책인가를 찾고 또 찾다 1. 책벌레 병선 2.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다 3. 프랑스국립도서관 연구원이 되다 4. 『직지』를 만나다 5. 『직지』는 어떤 책일까? 6. 『직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임을 증명하다 7. 세계를 놀라게 하다 8. 드디어 외규장각 의궤를 찾다 9. 프랑스는 외규장각 의궤를 한국에 돌려주어야 한다 10. 프랑스국립도서관 직원의 자리를 잃다 11. 외규장각 의궤를 열람할 수 없다니 12. 파란 책 속에 묻힌 여성 13. 십 년을 하루같이 14. 지금 죽을 수 없어요 15. 외규장각 의궤, 한국으로 돌아오다 16. 위대한 애국자, 긴 여행을 떠나다 * 박병선 박사가 걸어온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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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수녀는 잠시 동안 박병선의 눈을 들여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병선 씨는 세상에 나가서 해야 할 다른 일이 꼭 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 나가서 해야 할 일이요?” 박병선은 원장수녀의 말을 듣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세상에게, 하느님에게 받은 수많은 축복들이 떠올랐다. 죽을 고비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살게 해 주신 성모마리아의 손길, 멀리 타국까지 와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 그리고 조국을 위해 자신을 믿고 중요한 일을 당부하신 스승님의 기대……. ‘그렇구나. 나는 지금까지 무척이나 많은 것을 받기만 하고 살아왔구나. 그렇다면 받기만 하고 끝내면 안 되지. 갚아야지. 그게 바로 내가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인 거야. 이제, 세상에 나가서 내가 받았던 많은 축복을 갚으면서 살자.’ 박병선은 수녀원을 떠나면서 앞날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조심스레 가슴속에 품었다. --- p.31 박병선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 놓여 있는, 오래된 조국의 책, 『직지』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안의 글자들을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새기듯 바라보았다. 『직지』는 박병선에게 무언가 묻는 듯했다. ‘진실이란 어떻게 밝혀지는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직지』가, 진실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박병선은 믿었다. 『직지』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조금도 의심 없이 믿었다. 그 책에 쓰여진 글자 그대로의 사실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사실이 다 믿어졌다. 그러나 자신만 믿고 있는 진실이었다. ‘이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이 책에 쓰인 내용대로, 정말로 1377년에 한국 땅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겠구나.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한 점의 의심도 없이 확실하게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증명하지?’ 박병선은 답답했다. ‘증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막연한 며칠이 지나고, 박병선은 결심했다. “해 봐야지. 이 일은 다른 사람이 하든 내가 하든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새로운 역사를 제대로 고증해내는 일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고증은 내 조국을 위한 일이야.” 박병선은 『직지』를 고증하는 일을 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박병선은 자신에게 말했다. ‘병선아, 너에게 용기를 줄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 p.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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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새로운 하루하루를 맞으며 삽니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꿰어져 한 평생의 삶이 되지요. 박병선 박사님의 삶은 우리들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한 평생이라는 시간동안 무엇을 하고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한 편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박병선 박사님의 업적을 ‘직지 고증’, ‘외규장각 의궤 연구’ 등의 단어 몇 개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단어 몇 개의 가치는 참으로 엄청난 것이며, 그 업적을 이루기 위해 박사님은 자신의 삶을 다 바치셨습니다. 이는 박사님이 스스로 이끄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선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삶을 존경하고 우러러보게 됩니다.
박병선 박사님이 늘 즐겨 하시던 말씀은 “시작하면 그 끝을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말이지만 이를 박사님의 삶에 대입해보면 그 말의 가치를 새삼 되뇌게 됩니다. 박사님께서는 병상에 계시면서도 이 책에 대한 애정으로 마지막 힘을 아끼지 않으시고 여러 기억을 꺼내어주셨습니다. 20여 일 동안 매일 병실로 찾아간 공지희 작가에게 “시간이 없으니 얼른 얼른 하자”하시며 당신의 갈 길을 예감하신 듯 1분 1초의 시간을 아까워하셨습니다. 이 책을 준비할 때 뵈었던 박사님은 파리 시내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주실 만큼 건강하셨는데 책이 나오는 지금은 현충원에 잠들어 계십니다. 슬픈 마음을 묻고 정성을 다해 만든 책을 박사님께 바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