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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똥 누는 행복 똥떡과 측신 뒷간귀신 밤똥 팔기 뒷간에서 생각하다 뒷간에서 벌레도 관찰하다 분옥이가 똥 허방 밟았다 뒷간에 공 빠트리다 똥 봉투와 회충 똥은 좋은 거름이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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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뒷간에서 겪은 이야기 여러분들이 화장실에서 싹 내리는 똥물은 어디로 내보낼까요? 정화해서 강으로 내보낸답니다. 그런데 똥물을 정화한다고 아주 깨끗한 물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것이 다시 강으로 흘러내리면서 자연정화가 되어야 어느 정도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정화하지 못한 더러운 물도 흘려보내고, 다른 여러 가지 까닭으로 오염되어 가고 있는 강으로 이 물을 흘려보내면 제대로 자연정화가 될까요? 깨끗하게 정화되었다고 해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살아 있는 물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걸 보면 우리가 내어놓는 똥오줌을 아주 깨끗이 처리하는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어릴 때는 ‘뒷간’이라고 하는 재래식 화장실을 썼습니다. 통시, 정낭, 또 다른 여러 가지 이름으로도 불렸지요. 요즘 화장실처럼 똥을 강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모으는 형태입니다. 모은 똥은 농작물 기르는데 아주 귀한 거름으로 썼지요. 제주도에서는 뒷간 밑에 돼지를 기르며 사람이 눈 똥을 받아먹도록 도 했고요. 그래서 어른들은 우리들에게 귀한 똥오줌을 바깥 아무 데서나 누지 말고 꼭 집에 와서 누라고 단단히 이르곤 했답니다. 그때는 도시에도 대부분 재래식 화장실이었는데, 도시 사람들은 농사를 짓지 않으니 똥을 어떻게 처리하겠어요? 똥 푸는 사람에게 퍼가게 했지요. 그때 도시에는 돈 받고 똥 퍼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거든요. 여러분들은 이런 재래식 화장실인 뒷간을 깨끗하지 못하다고만 할 테지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더 건강한 화장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똥을 강으로 내보내지 않으니 강을 오염시킬 리 없고, 오히려 좋은 거름으로 써서 맛있는 먹을 것을 생산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했으니까요. 사람이라면 제 몸에서 나오는 똥오줌은 제가 처리할 수 있어야 제대로 산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 먹는 것에는 마음을 쓰지만 내게서 나오는 똥오줌은 아주 멀리하고 나 몰라라 하잖아요. 이런 삶은 건강한 삶이라고 볼 수 없답니다. 이 책에 풀어놓은 이야기는 바로 50년대 끝쯤에서 60연대 시작 때쯤 시골의 뒷간에서 내가 겪은 여러 가지 이야기입니다. 똥물이 튀어 올라 어려웠던 이야기, 무서운 밤똥 눈 이야기, 뒷간귀신 이야기, 뒷간에서 온갖 것을 생각하고 곤충을 관찰한 이야기, 요강에 똥 눈 이야기, 똥 허방 이야기, 채변 검사 이야기, 마을 어른이 지고 가던 똥장군 깬 이야기……. 그때 일들만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어린이 여러분, 내가 어릴 때 뒷간 쓰던 그때로 한번 돌아가 보세요. 더럽다고만 생각하는 똥에 대한 생각, 뒷간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입니다. 이호철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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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똥 이야기
이 책은 이호철 선생님이 들려주는 자연의 품속에서 건강하게 뛰어놀던 어린 시절 동화, ‘똥’ 이야기이다. 예부터 흔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야 잘 크고 건강하다’고 했듯이, 어릴 적 뒷간에서 똥 누며 겪는 온갖 이야기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똥물이 튀어 올라 어려웠던 이야기, 무서운 밤똥 눈 이야기, 뒷간귀신 이야기, 뒷간에서 온갖 것을 생각하고 곤충을 관찰한 이야기, 요강에 똥 눈 이야기, 똥 허방 이야기, 채변 검사 이야기, 마을 어른이 지고 가던 똥장군 깬 이야기……. 뒷간에서 똥 누며 만나는 여러 뒷간귀신들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가슴을 죌 정도로 여름 더위를 싹 가시게 해 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똥 이야기이다. 아이들에게는 똥과 거름, 그리고 밥의 순환 고리를 알게 하는 생태 이야기이자 옛 시절 풍경과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어른들에게는 새록새록 추억이 돋는 이야기이다. 주요 장면마다 펼쳐지는 박건웅 화가의 익살스러운 민화 풍 그림은 글 읽는 재미와 상상을 한결 더하게 한다. 농촌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바쁜 부모의 일손을 거들면서도 자연의 품속에서 신나고 재미있게 뛰어놀던 건강한 모습을 보면 입가에 함박 웃음꽃이 절로 피어난다. 이 책은 살아 있는 우리말의 생생한 말광이자, 예전의 농촌 생활 모습과 풍속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문화 보고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살아 있는 말맛 때문에 한층 더한 생동감과 글맛을 느낄 수 있으며, 좀 낯선 사투리나 낱말은 풀이말을 달아 이해를 도왔다. 오싹오싹! 무서운 뒷간귀신 만나며 무더운 더위를 날리자 자, 예전 뒷간에서 똥 누며 겪는 온갖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름에는 똥통에 구더기가 득실득실했는데,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호철이가 똥통에서 기어 나와 벽을 타고 오르는 구더기를 오줌을 깔겨 떨어트리는 장면으로 흥미롭게 시작한다. 말리려고 널어놓은 감 껍질과 곶감을 몰래 먹고 똥이 나오지 않자 할머니가 꼬챙이로 똥구멍을 파내 겨우 똥을 누는 모습에 웃음보가 터져 나온다. 또 장마가 져 똥통에 물이 차오르자 똥물이 튀겨 올라 엉덩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똥 누는 모습은 배꼽을 잡게 한다. 여름에 엉덩이를 까고 통을 누다가 모기에 자지를 물려 자지가 퉁퉁 붓기도 한다. 이 책의 백미는 뒷간에서 똥 누다 만나는 여러 귀신들 이야기이다. 온몸이 오싹오싹 소름이 돋으며 더위조차 날린다. 무더운 여름날 호철이는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똥이 마려워 길가 콩밭에서 똥을 누며 동무 광수와 할머니에게 들은 ‘똥떡’ 이야기를 나눈다. 똥떡은 뒷간에 나타나 심술을 부리는 뒷간귀신을 달래기 위해 바치는 떡이다. 책 속에 실린 ‘뒷간귀신’ 신화는 재미를 주고 유익한 민간신앙 공부가 된다. 깜깜한 한밤중 똥이 마려워 뒷간에서 똥을 누는데 성냥불이 꺼지면서 호철은 뒷간귀신을 만난다. 낄낄낄···, 히히히···, 으스스한 귀신소리에 부르르 떠는데 소복 차림을 한 귀신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입에 피를 칠칠 흘리며 달려든다. 똥통 밑에서 하얀 손이 불쑥 올라오자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찰나, 밖에서 지키고 있던 할머니가, “와? 할미 여기 있지 않나.” 하는 말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똥 누며 만나는 눈·코·입이 없는 달걀귀신, 갑자기 나타나 사람 얼굴을 푹 뒤집어 씌어 잡아간다는 보자기 구신, 언젠가 동무에게 들었던 학교 숙직실에 나타난다는 몽당귀신, 처녀귀신 같은 귀신 떼거리들이 주인공 호철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머리를 쭈뼛하게 한다. 뒷간귀신이 무서워 마구간 앞에서 똥을 누다 앞산에 오락가락 하는 호랑이불, 귀신불에 오금이 저리고, 잠결에 오줌을 싸기도 한다. 밤에 밤똥 누는 버릇 때문에 귀신에 혼난 호철은 할머니와 닭에게 빌며, “닭아 닭아 꼬꼬닭아, 밤똥일랑 너 가져가고 낮똥일랑 나를 다오.” 하고 두 손 모아 빌기도 한다. 한낮에 뒷간에서 똥 누며 먼 산 바라기 하다 마을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담배 피는 댕댕이산 할머니 바위를 보며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뒷간에서 세상 편하게 쪼그려 않아 똥을 누며 천장에 쳐진 거미줄의 왕파리를 잡아먹는 거미와 눈앞에 지나가는 개미와 놀래기(노래기)를 보며 벌레를 관찰하기도 한다. 학교 갔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개천에서 동무들과 밀치기를 놀이를 하다가 똥을 밟고, 똥 허방을 만들어 장난을 치다가 허방을 밟은 여자아이 분옥이의 고무신을 깨끗이 씻어 주고 사과를 하기도 한다. 지붕 위에 공 던지고 받는 놀이를 하다 똥통에 빠진 공을 똥바가지로 꺼내 씻어 다시 놀려고 하나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예전에는 배 속에 회충이 사는 지 알아보기 위해 똥을 봉투에 담아 오게 해서 채변 검사를 했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채변검사만 하면 똥이 안 나온다. 호철은 똥이 안 놔와 똥통의 똥을 찍어 담아 왔다가 선생님에게 혼나거나, 채변봉투를 안 가져 온 아이들에게 학교 뒷간에서 똥을 누게 해 담는,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풍경에 절로 웃음보가 터진다. 똥은 거름이 되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호철이가 똥통에서 똥바가지로 똥을 퍼 똥장군에 담으며 거름 내기를 하는 아버지를 돕는 모습이 나온다. 이때 아버지가 호철에게 들려주는 말은 요즘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잘 새겨들어 봄직하다. P112~113 “바깥 뒷간에 똥 퍼야제. 옆집 똥바가지 좀 빌리 와가 퍼 온니라.” “아고오! 더럽어서 우째 하라꼬예.” “더럽기는 뭐가 더럽다꼬 캐쌓노, 거름인데.” “그러마 아부지는 안 더럽어예?” “똥이 얼매나 귀한 긴데 이느마야. 사람 똥이나 짐승 똥이나 제일로 좋은 거름이 똥 아이가. 곡석이 똥물거름을 빨아 묵어야 쑥쑥 잘 크고 열매도 실하고 달제. 아부지가 개똥 주워가 거름짜리에 갖다 넣는 거 봤제. 얼매 전에만 해도 똥을 돈 주고 안 샀나. 거름을 해야 곡석이 되제. 저 아래 과수원 봤제? 요새도 과수원에서는 똥을 돈 주고 안사오나. 웅덩이 그치 땅을 파가 저장해놨다가 다 썩으마 사과나무에 거름할라꼬. 그러이 똥이 밥하고 같은 기다. 똥이 니 입에 들어가는 기나 같은 기다. 오짐하고 똥은 약으로도 쓰는 귀한 기다. 자꾸 똥을 더럽다꼬 카마 안 된다. 알겠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