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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글
작가의 말 1 집 밖의 잠 2 대부 3 콩쥐 4 복습 5 꽃이 아니어도 좋아라 해설 작가 연보 |
朴婉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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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앞뒤도 없이 깊기만 한 골짜기를 케이블카를 타고 가로지르고 있었다. 케이블카는 거미줄처럼 가늘고 반짝이는 외줄에 매달려서 느리게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 여자는 혼자였다. 앞도 뒤도 안개 같은 걸로 몽롱하게 흐려 있고 발밑은 나락처럼 깊이 모를 어둠이었다. 그 여자는 곧 추락할 것 같은 공포와 고독으로 가늘게 신음하며 허공을 죽자꾸나 껴안았다. ---p.45
그가 짐작하기에 처덕과 가정적은 은밀하게 내통하고 있었다. 그가 결코 엿볼 수 없는 밀실 같은 곳에서 가정적인 여자는 필연코 처덕을 입히는 좋은 아내가 되리라. 그래서 세상의 모든 남자는 가정적인 여자를 아내로 삼아 처덕을 보며 살거늘 나만 그 일에서 제외되어 이게 무슨 꼴이람. 그는 자신을 한없이 쩨쩨하게 느꼈고 그것을 처덕을 못 입은 탓으로 돌렸다. 그가 바라는 처덕은 남편이 살림 걱정 안 해도 되게 돈벌이를 썩 잘하는 따위의 아내의 극성스러움이 아니었다. 그에겐 그런 처덕이 과거엔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런 극성스러운 유능한 여자는 이제 지긋지긋했다. 그는 스스로가 씩씩하고 싶었다. 남자는 마땅히 씩씩해야 했다. 태초의 수컷이 그랬던 것처럼. ---p.203 “말조심해요. 겉 다르고 속 다르든 간에, 거짓이든 정말이든 간에 효도를 실제로 하고 있는 건 나지 당신이 아니란 말예요. 당신뿐 아니라 모든 남자가 다 마찬가질 걸요. 어디 정말 효자가 있으면 데리고 와봐요. 효자가 있는 게 아니라 효부를 아내로 둔 남자가 있을 뿐이에요.” ---p.2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