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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탐사하다
겨울 _ winter 1월. 고요의 소리 2월. 빛이 돌아오다 3월. 야생의 꿈 봄 _ spring 4월. 숲의 평온 5월. 문명 속의 불만 6월. 자연의 비밀 여름 _ summer 7월. 야외 생활 8월. 유산 9월. 숲속 야영지 가을 _ Autumn 10월. 두 계절 이론 11월. 지상의 마지막 인간 12월. 끝과 시작 책상머리 샌님이 알아야 할 야생 정보 참고한 책들 감사의 글 |
Torbjørn Ekel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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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어른이 되었다. 어린 시절과 달리 숲에 들어갈 일도 거의 없다. 숲을 아예 잊고 산 시간도 길었다. 늘 숲보다 더 중요한 것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 때문만이 아니었다. 사람이나 물건을 데려가고 데려오고, 생일과 회의와 파티와 봉사 활동을 챙기고, 물건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식사를 함께 했다. 최근 7-8년 동안은 아예 집에서 일을 하거나 육아 휴직을 했다. 글 쓰는 일과 집안일에 치여 다산의 여신 같은 몸매로 부풀어 올라서 부엌을 휘저었고 전화를 하고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안아 재웠다. 정말로 아름답고 멋진 시간이었다. 행복했고 적성에도 맞았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숲은 과거의 공간으로 밀려나버렸다.
자연을 조화와 평온의 원천으로 보는 관점은 아마 문명 자체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사실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생각이다. 고요한 숲을 그리워하려면 먼저 자연과 우리의 결별을 몸으로 느껴야 한다. 자연이 우리와 다르며 우리가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고 느껴야 한다. 우리는 숲 나들이를 고통의 치료제로 내미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숲의 치유 효과를 믿고, 숲이 우리를 처음으로 돌려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도 평생 숲에서 혼자 살면 정말 좋을 것이라는 낭만적 생각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나 몇 번 안 되는 실제 경험은 너무 달랐다. 놀랄 정도로 불편했고, 뭐 하러 이런 짓을 하나 싶을 정도로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데도 숲을 향한 낭만적 동경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자연에 있지도 않은 특성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 왜 그럴까? 그래서 뭐가 좋을까? 자연의 본성이란 대체 무엇일까? 아침에 불어온 따스한 미풍은 봄을 알리고 메마른 낙엽을 쓸어 가는 바람은 가을을 예언하지만, 마감에 쫓겨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할 때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낑낑대며 차 트렁크에서 부엌으로 나를 때는 그런 순간들을 감지하지 못한다. 여유가 있어야, 온전히 집중해야, 주변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어야 자연의 변화가 보인다. 늦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나는 슬슬 준비에 들어갔다. 할일은 많지 않았다. 차바퀴에 스노타이어를 끼우고 가파른 산을 오를 것도 아니고, 냉동 비상식량을 만들어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등산 장비를 점검하고 필요할지도 모를 몇 가지 물건을 종이에 적었다. 밤이면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타진했다. 너무 멀리 갈 수는 없었다. 시간이 모자랐다. 처음엔 부족한 시간이 단점이라고 느꼈지만 몇 주가 흐르자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가건 가까이 가건, 깊은 숲으로 들어가건 집 근처 숲에 가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1월의 어느 밤에 혼자 숲에서 텐트에 앉아 있으면, 인가가 45분 거리에 있건 사흘을 가야 하는 곳에 있건, 지상에 남은 마지막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테니까 말이다. 바로 그것이 탐험의 핵심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숲에서 1년’은 모든 것이 작은 탐험이 될 것이다. 경험도, 거리도, 숲에서 머무는 시간도, 그 무엇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대규모여서는 안 될 것이다. 홀로 숲을 걸을 때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게 정상일지 모른다. 머리가 비어야 비로소 해방감이 느껴지는 것 아닐까. 설사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단순한 것들이다. 춥다, 덥다. 무겁다, 가볍다. 신난다, 슬프다. 배고프다, 배부르다. 피곤하다, 개운하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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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잊고, 휴대폰을 버리고 온전히 나를 찾는 시간
가만히, 멍하니 앉아 삶의 의미를 묻다 “며칠 후 늦은 오후, 나는 마침내 길을 나섰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혼자 보낼 7월의 하룻밤. 휴가 중의 휴가, 특권 중의 특권, 행복 한가운데 자리한 행복.” 이 책은 생활인, 직장인으로 살며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고,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현대판 ‘월든 실천편’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거창한 목표나 기대 대신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만의 호젓한 시간을 갖고 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싶었다.”고 숲을 탐험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꼭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해야, 북극을 탐험해야, 해외여행을 떠나야 모험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빠이자 남편이자 일하는 노동자이므로 큰마음 먹고 떠나야 하는 탐험은 시도할 시간도, 여력도 없다. 그래서 그는 선택했다. 가까운 숲을 탐험하기로. 오랫동안 품어온 일상 탈출의 꿈을 실천에 옮겨 한 달에 하루를 숲에서 보낸다. 목적도 정해진 코스도 없다. 발길 닿는 곳에 텐트를 치고, 좋아하는 플라이낚시를 하고, 아들과 숲을 탐험한다. 가느다란 불빛에 의지해 책을 읽거나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세상 끝을 향해 가는 극한의 여정이 주는 해방감보다 더 큰 해방감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로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도 마음만 먹는다면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언제든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것. 현실에 쫓겨 숨 돌릴 틈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책은 말한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은 행복하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 완전히 쉬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삶을 견딜 새로운 힘이 된다.”고. 이 작은 탐험은 지친 이들에게 위안과 휴식을 주고, 작가처럼 자연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아름다운 도전을 시작할 용기를 선물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실소를 자아내는 숲속 방랑기 서재에 지은 오두막 한 채 같은 책 “나는 도시를 더 좋아해서 숲으로 가지 않는 사람들을 무척 존경한다. 꼭 자연과 함께해야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나은 인간인지 더 못한 인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폭이 넓은 삶을 사느냐 좁은 삶을 사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느끼느냐, 무엇을 해야 기쁘냐가 중요하다.” 이 책의 미덕은 강요하거나 과장하지 않음에 있다. 책 어디에도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비현실적인 구호는 없다. 오히려 혹독한 추위에 떨고, 벌레에 쏘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에 벌벌 떠는가 하면 이쯤에서 포기할까 고민하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이처럼 숲에 텐트를 치며 일어나는 이런저런 소동은 험난하고 너무 현실적이라 실소를 자아낸다. 평소 자연에 낭만적인 환상을 품었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내가 왜 여기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라고 탄식할 땐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지 말지 의구심마저 든다. 하지만 거기서 끝났다면 이 책은 결코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책은 단 하루일지언정 번잡한 일상을 뒤로 하고 모든 인간관계를 벗어던진 채 숲으로 들어간다는 행위,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 모두가 그곳에 선 사람을 한 뼘 더 성장시키는 과정임을 일깨운다. 번거롭고 자잘한 일들을 땀 흘려 해결하는 즐거움, 더디고 거칠지만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쁨, 너무나 가깝고 너무나 익숙해 미처 몰랐던 가족과 일의 의미를 되새긴다. 나아가 살아온 날을 조용히 반추하고 살아갈 날을 차분히 계획한다. 잊고 지냈던 내면의 욕망을 성찰하고 일상에서 쌓아온 나쁜 찌꺼기들을 비운다. 때로는 친구와 동행하거나 아들과 밤을 보내며 훗날 아들에게 기억될 자신의 모습을 궁금해한다. 세상과 개인이 어떻게 연대할지 고민하고, 우리가 망쳐놓은 환경을 우려하기도 한다. 오래전 소로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은 숲 이야기지만 실은 숲을 통해 일상의 반대편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하루하루의 일상이 쌓여 만들어가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치지만 결코 등질 수 없어 더욱 애틋한 삶의 본모습을 만난다. 일상에 활력을 주는 작은 탐험을 시작하라 어디든 찾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것 저자가 체험한 노르웨이의 숲과 한국의 숲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풍경이 다르다고 해서 자연에 머물며 느끼는 생각과 깨달음까지 다르진 않을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은 자연 속에 머물 때 비로소 본연의 자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에 맞춰 하루하루를 늘 살던 대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일에 떠밀려 연말에 도달한 뒤에야 허탈감에 빠지고, SNS 세상에 갇혀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데 몰두하며, 마음대로 타인을 평가하고 생각을 강요하며 격렬하게 싸우는 동안 정작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내주었는가? 전쟁하듯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우리가 진짜 놓치고 사는 것은 무엇인가? 책을 다 읽을 때쯤 독자는 묵직한 몇 가지 질문과 시원한 청량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그러했듯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각자에게 맞는 작은 일탈을 계획해도 좋지 않을까. 숲은 어디에나 있다. 뚜벅뚜벅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숲은, 자연은 언제나 두 팔 벌려 우리를 따뜻이 안아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자연과 함께 조금 더 성장할 것이다. 저자가 책 말미에 소개한 「책상머리 샌님이 알아야 할 야생 정보」가 여러분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