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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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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씨 일족은 사냥꾼들을 모아놓고도 한참 후에야 나타났다.
누군가 깨워 눈을 뜨니, 일족이 들어오고 있었다. 권 씨 영감을 위시한 젊은 사내 셋이었다. 그 뒤로 한쪽 다리가 뒤틀려 질질 끄는 여자와 열 살 나이에서 더는 자라지 못한 뚱뚱한 여자가 따라 들어왔다. 여자들은 사냥꾼들에게 끓인 물 한 잔씩을 돌렸다. 일족은 비교적 양호한 변이(變異)의 여자들에게 손님 접대를 맡긴 것이다. --- p.21 끔찍하게 비대한 머리와 그 때문에 반쯤 감겨 짓눌린 두 눈이 흉물스러운 놈이었다. 대낮인데도 기어 나온 녀석은 바리케이드 위에서 날카로운 이빨로 뭔가를 뜯어먹고 있었다. 괭이나 들개일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것들은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 놈이 질긴 육질을 찢어내려 애쓰는 소리가 안쓰럽게 들려왔다. --- p.59 그는 떠나는 배에 타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홍콩에 도착했을 때, 산타마리아호는 항구에 정박할 수 없었다. 육지가 무정부 상태였기 때문이다. 뮤턴트가 들끓었고 폭도와 사람들은 혼란 속에서 주거지와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뒤엉켜 있었다. 근해에 닻을 내린 산타마리아호는 육지의 조력자들로부터 연료와 식량과 물품을 조달해 배에 실었다. 아이들 사이에 부모들이 엄청난 돈을 지급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선장과 선원들이 그 일을 처리하는 동안, 승객들 사이에선 기어이 불신과 대립이 터졌다. 다른 가족들이 할아버지에게 하선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의 가족과는 함께 여행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 p.115 “사람들은 본디 무지했단다. 믿거라, 늙어가는 이의 말이니 믿어도 돼…… 얼마나 그런고 하니, 세상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문명을 누렸단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문화는 첨단을 달렸지. 그러나 인간이란 얼마나 무지한지, 그것이 자기의 수준인 줄 착각했단다. 문명을 누리면 자신들의 수준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처럼 말이야…… 문명의 복잡함을 이해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해. 나머지는 무지한 채로 휩쓸리며 쫓아갈 뿐이지. 언제나처럼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말이야.” --- p.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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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AI시대를 훌쩍 뛰어넘은 먼 미래. 대재앙이 세상을 집어삼켰다. 인간은 더 이상 태어나지 않고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에 남겨진 자들은 각자 종족을 유지하며 가까스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여자들은 더 이상 새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고, 잉태한다 하더라도 대게가 사산아거나 칠삭둥이에 불과하다. 광화문 일대에서 가장 굳건한 일족을 가진 권 씨 영감. 그는 주변에서 유능하다는 사냥꾼들을 불러 모으고, 수 년 전에 돌쟁이들에게 납치된 젊은 막내딸을 찾아오면 금 서 돈을 주겠다는 임무를 제안한다. 권 씨 영감의 막내딸은 온전한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진짜배기 딸인 것. 하지만 이 임무를 완수하는 데에는 두 가지 걸림돌이 뒤따른다. 첫째는 딸을 납치해간 돌쟁이들과 맞서 싸울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둘째는 막내딸을 찾으러 가는 인근에 ‘천사들의 섬’이 있다는 것. 돌쟁이들은 대재앙의 죄를 뒤집어쓰고 태어난 식인종으로, 밤에 활동하는 난폭한 종족이다. 아무리 유능한 사냥꾼이라도 그들과 맞서 싸우는 건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또한 ‘천사’들은 다른 일족과 절대 상대하지 않는 무리로, 천사들 안에 돌쟁이가 있다는 소문까지 나도는데… 과연 사냥꾼들은 7일 만에 막내딸과 함께 권 씨 영감 앞에 나타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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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은 단 7일.
돌쟁이들에게 납치된 막내딸을 찾아야만 한다. 대재앙 이후, 불빛이 꺼져버린 도시엔 점점 생명의 빛이 꺼져가고 남겨진 자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초짜 사냥꾼 ‘둥이’는 베테랑 사냥꾼들과 함께 진짜배기인 권 씨 영감의 막내딸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그 여정이 만만치가 않다. 바람처럼 소문을 전하는 다섯 사냥꾼들의 좌충우돌 짜릿한 모험담이 지금부터 생생하게 펼쳐진다. 대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서울의 도시. 네온사인으로 휘황찬란했던 과거 도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제대로 된 생명조차 태어나지 않는 시대. 초짜 사냥꾼 ‘둥이’는 일족을 벗어나 서울로 가서 진짜배기를 찾으라는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시작된 어느 날, 진정한 사냥꾼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과감히 일족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할아버지는 대재앙 이전과 이후를 모두 겪은 이였다. 당시는 재앙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사람들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었다. 모두가 종말을 이야기했다. 늘어난 돌쟁이는 사람들을 물어뜯고 폭도들은 돌쟁이와 사람 양쪽을 공격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떠났다고 한다. 가진 이와 배운 이들. 그들은 여러 척의 커다란 배를 타고 떠났고 못 가진 자와 못 배운 자들만 남았다. 남겨진 자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본문 중) 광화문에서 만난 권 씨 영감은 유능한 사냥꾼들을 불러 놓고 심각하면서도 제안 하나를 한다. 멀쩡한 사람을 뜯어먹는 식인종 돌쟁이들의 습격을 피해 진짜배기인 막내딸을 찾아오면 금 세 돈과 함께 딸과 허니문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 ‘둥이’는 베테랑 사냥꾼들과 함께 권 씨 영감의 의뢰를 받아들이고 막내딸을 찾기위해 길을 떠난다. 놈들은 가지 않았다. 내가 있는 차량 지붕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로, 놈들이 교각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득 놈들의 소리가 공단에서 들은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놈들인 걸까? 여기까지 사냥꾼들을 쫓아온 거야? 확신할 수 없지만 의심은 두려움으로 커졌다. 심장이 벌렁거리며 뛰었다. 겁먹지 마, 놈들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어. 그래도 몸이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본문 중) “그래, 인간이 문명을 건설했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이 허망한 문명을…… 사람들은 그것이 언제나 계속될 줄 알았단다. 물론 처음에는 계속 발전하고 확장했지. 더는 확장할 수 없게 되자 내면으로 들어갔고. 네트와 게놈, AI 같은 것들 말이야. 그게 뭐더라, 그래 생명공학, 그거면 인간 자체의 비밀을 풀고 한 차원 더 진화할 거라 믿었어. 어떤 식인고 하니…….” (본문 중) 권 씨 영감의 막내딸을 찾기 위해 떠나던 길에서 만나게 된 바우사냥꾼. 그는 막내딸을 ‘천사들의 섬’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이 세계에서 무작정 천사들의 섬에 들어가는 건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천만한 일. 천사들 중에도 돌쟁이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과연 사냥꾼들은 천사들의 섬에 들어가 막내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시커먼 갯벌 너머에 작은 섬이 있고 그 너머에 더 큰 섬이 있었다. 그 섬과 연결된 다리를 한동안 감상했는데, 바다 위에서 유연하게 뻗은 아주 긴 다리였다. 제대로 서 있었더라면 꽤나 장관일 것 같았다. 그러나 다리는 섬 쪽 부근에서 끊어졌고, 무너진 교각 덩어리가 바닷속에서 비죽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보기 흉했다. 위쪽에도 다리가 있었는데, 바다 위의 다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큰 다리였다. 섬 쪽 다리 끝에 초소 같은 게 보였고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너무 멀어 사람인지 돌쟁이인지는 분간이 어려웠다. (본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