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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출간10주년 개정판
황대권
도솔 2012.09.12.
베스트
자연 에세이 57위 자연 에세이 top20 11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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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출간 10주년 기념판 서문
초판 서문
추천의 글 / 이해인

1. 안동교도소에서Ⅰ(92~93년)

내 작은 야생초밭 / 생쥐란 놈들이 / 사회참관 / 홍콩 영화 / 인재를 당한 내 꽃밭 / 며느리밑씻개-며느리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 스타펠리아-자라고 영그는 데는 다 때가 있다 / 참외꽃의 애잔함 / 달개비-참으로 희한한 꽃 / 이 풀더미를 한 평만 떼어다 / 들풀모듬 / 제비꽃-어릴 적 오랑캐꽃이라 불렀던 / 모듬풀 물김치 / 풀과 꽃이 만발한 교도소 / 그리운 얼굴들-요료법Ⅰ / 입안에서 살살 녹는 밤 / 야초차에 탐닉하다

2. 안동교도소에서 (94년)

씨앗 / 끈기를 가지고 행하되 조화와 균형 속에서! / 야생초들은 귀중한 옥중 동지 / 한밤의 콘서트 / 꽃밭이 아니라 완존히 똥밭 / 강도와 교도관 / 강아지풀-고 작은 털북숭이 속에 / 뻗어라, 오이 덩굴 / 닭의덩굴-무슨 덩굴이 좋을까? / 오줌은 최고의 생수-요료법Ⅱ / 지꽃-나를 다스리는 꽃 / 녹두-겉모습은 콩과 식물 중 가장 보잘것없으나 / 주름잎-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저 작은 꽃을 피워 내기 위하여 / 방가지똥-그래도 난 여름이 좋다 / 여뀌-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참 예쁜 풀 / 거미-날씨가 더울수록 활개 치는 동물 / 루드베키아-생명력과 보존력이 뛰어난 서양 꽃 / 황금-花開半酒微醉 / 까마중-작고 동그란‘시꺼멈’속에 조물주의 완전하심이 다 들어 있다

3. 안동교도소에서Ⅲ (94년)

목표물을 향한 무한한 인내심-사마귀 생태에 관한 첫 번째 보고서 / 매듭풀-먹을 수도 없는 게 자라기는 억시게 잘 자라는 풀 / 땅빈대-흰피를 뚝뚝 흘리며 울부짖는 / 정글의 법칙-사마귀 생태에 관한 두 번째 보고서 / 수까치깨-연약하면서 끈질긴 풀 / 돌콩-우리가 먹는 콩의 원조 / 왕고들빼기-야생초의 왕 / 마-우리 낭군 정력제 / 괭이밥-맛이 시큼 털털 /
쇠비름-가장 완벽한 야생 약초 / 중대가리풀-교도소를 대표하는 풀 / 비름-나의 주식 / 명아주-어릴 적 동네 할아버지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 / 박주가리 덩굴-꼬독꼬독, 말랑말랑한 하얀 솜뭉치의 맛 / 국화 없는 가을은 없다

4. 대구교도소에서(94~96년)

대구교도소로 이감 / Kwon Field / 초피나무 논쟁 / 함박꽃에 얽힌 논쟁 / 뽕방 아이들 / 나팔꽃 명상 / 과식을 하더니 기어코-모기 이야기 / 옥담 아래 뜀박질 / 양파계란부침 / 무위에 의한 학습 / 문신 / 조뱅이, ‘좆뱅이 치다’ / 관찰력 / 사람을 생긴 그대로 사랑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5. 대전교도소에서(97년)

대전교도소로 이감 / 위대(胃大)한 청개구리 / 수크령-가을 들판의 왕자 / 두감쑥차 / 가을 운동회 / 비둘기의 자식 사랑 / 십전대보잼 /

뿌리내리기 / 황대권
편집자 노트 / 나무선
2002~2012 [야생초 편지] 10년 연대기

저자 소개 1

黃大權

1955년 서울생. 서울 농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했다. 그 후, 국제사면위원회의 초청으로 영국에 있는 슈마허 대학과 임페리얼 대학에서 생태디자인과 농업생태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라남도 영광에서 농부로 살면서 생명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공동체 세상을 꿈꾸며 '생명평화결사'모임을 꾸려가는 한편, 생태 공동체와 농업에 관한 글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영광 핵발전소를 둘러싼 문제들에 맞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대표로 활동하고
1955년 서울생. 서울 농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했다. 그 후, 국제사면위원회의 초청으로 영국에 있는 슈마허 대학과 임페리얼 대학에서 생태디자인과 농업생태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라남도 영광에서 농부로 살면서 생명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공동체 세상을 꿈꾸며 '생명평화결사'모임을 꾸려가는 한편, 생태 공동체와 농업에 관한 글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영광 핵발전소를 둘러싼 문제들에 맞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작은것이 아름답다> 글틀지기로도 함께하고 있다.

『야생초편지』를 출간하여 MBC 「느낌표」 선정도서, 동아·조선·중앙·문화일보 등에서 2002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 『백척간두에 서서 - 공동체 시대를 위한 명상』, 『다시 백척간두에 서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 황대권의 유럽 인권 기행』,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여행, 공동체』, 『생태공동체 가비오타스 이야기』, 『고맙다 잡초야』, 공저로 『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역서로『가비오따쓰』, 『새벽의 건설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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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76g | 153*224*20mm
ISBN13
9788972202394

책 속으로

극미와 극대의 세계에서
지난 광복절에 출소하신 선생님 한 분이 편지를 보내 왔는데, 집에 들어가서 처음엔 물건을 찾으러 이 방 저 방 다니고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도 이상했다는 거야. 이십 년을 팔 닿는 거리에 물건을 두고 생활하다가 갑자기 넓어진 공간에서 물건을 찾아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도 낯설었다는 거지.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극미와 극대의 세계만이 있는 거야. 극미의 세계는 독방 속의 지리한 일상들이고, 극대는 징역 밖의 그리운 이들과 세상 소식들이지. 중간이란 게 없어. 극미와 극대만을 체험하는 사람은 성격도 그와 비슷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은 일에 지극히 소심하게 집착하는가 하면, 터무니없는 큰 꿈을 품기도 하고. 나한테서 혹시 그런 것 느끼지 못하겠니? 그러기에 우리 수인들에게 있어 이 '편지하는 행위'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단다. --- p.39

이 풀 무더기를 한 평만 떼어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풀 무더기를 한 평만 떼어다 교도소 운동장으로 옮겨 놓을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운동시간 내내 그 풀밭에 머리를 박고 지낼 수 있을 텐데……. --- p.44

모듬풀 물김치
이름하여 모듬풀 물김치. 오늘 점심식사 때 뚜껑을 열었는데 맛이 일품이다. 조금 씁쓰름했지만 시원한 게 오후의 더위를 말끔히 씻어 주더구나. 이곳의 젊은 동료들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꺼리는 눈치이더니 일단 맛을 보고 나서는 모두들 좋다고 난리야.
사실 모듬풀 물김치는 기존의 무, 배추 물김치와 비교해 볼 때 영양가나 신선도, 기력(氣力)에 있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하다. 자연 상태에서 천지의 기를 듬뿍 받고 자라난 야생초를 십여 가지 뒤섞어 발효시킨 것이니, 밋밋한 배추 한 가지로 만든 것과 비교가 되겠니? 이번 물김치에 들어간 재료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볼까? 씀바귀, 민들레, 달맞이꽃, 명아주, 고들빼기, 제비꽃, 뽀리뱅이, 조뱅이, 방가지똥, 질경이, 박주가리 덩굴, 돌콩, 닭의덩굴, 들깨, 사철쑥, 개망초……, 그 밖에 몇 가지 더 들어갔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구나. 화단에 있는 것들을 다 뜯어 모은 거나 다름없지. 너도 한번 맛을 볼 기회가 있으면 좋으련만……. --- p.55

옥중 동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주어진 자연의 혜택을 느긋하게 즐기는 데 시간을 더 쏟았을 것이다. 물론 풍요로운 생활환경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열악한 생활환경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 수 없다. --- p.76

만(慢)
내가 야생초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 속의 만을 다스리고자 하는 뜻도 숨어 있다. 인간의 손때가 묻은 관상용 화초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이나 교만이 야생초에는 없기 때문이지. 아무리 화사한 꽃을 피우는 야생초라 할지라도 가만히 십 분만 들여다보면 그렇게 소박해 보일 수가 없다. 자연 속에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있을지언정 남을 우습게 보는 교만은 없거든. 우리 인간만이 생존경쟁을 넘어서서 남을 무시하고 제 잘난 맛에 빠져 자연의 향기를 잃고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여 나만이 옳고 잘났다며 뻐기는 인간들은 크건 작건 못생겼건 잘 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 피워 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야생초를 사랑하면서 교만한 자가 있다면 그는 다른 목적으로 야생초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p.102

동적 평화
평화란 절대적 평온, 정지, 무사, 고요의 상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부단히 움직이고 사고하는 '동적평형(動的平衡)' 상태라는 것이지. 사회가 평화롭다, 두 사람 사이가 평화롭다고 할 적에는, 내부적으로 부단히 교류가 이루어지고 대화가 진행되어 신진대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화단 구석에 수줍은 듯 얌전히 피어 있는 주름잎꽃을 보면서 다시 한번 묵내뢰를 떠올린다. 아무도 보아 주지 않는 저 작은 꽃을 피워 내기 위하여, 화단 구석의 내밀한 공간 속에 의젓하게 자리하기 위하여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주름잎의 내면을 그려 본다. --- p.109

비름과 배추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왜 사람들이 비름 같은 팔방미인을 제쳐 놓고 배추 따위를 중히 여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들은 단지 여러 가지로 요리해서 먹기만 할 뿐 비름과 같은 다양한 약효가 있기나 한가? 우리가 즐겨 먹는 대부분의 야채가 그렇다. 그것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재배되는 동안 자연에 대한 적응력이 상당히 저하돼 버렸고, 또 그렇기 때문에 천지 기운을 흡수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지게 되고 말았다. 그것들은 인간의 입맛에 맞게 인공적으로 길들여진 식물들이다. 우리가 식탁 위의 자연주의를 부르짖는 것은 무슨 색다른 맛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나친 인공적 조작에 의해 잃어버린 자연 그대로의 입맛을 되찾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과의 합일에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것이지. --- p.174

옥담 아래 뜀박질
뜀박질이 끝나고 숨을 고르기 위해 담 밑에 서서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담 너머 미루나무 사이로. 아, 선아! 내 눈앞에 펼쳐진 그 찬란한 색깔의 대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하이얀 담벼락과 반쯤 단풍이 든 황록색의 미루나무, 그리고 그 사이로 마치 내 영혼을 빨아들일 듯한 깊이를 지니고 흰 담과 황록의 나무를 떠받치고 있는 코발트빛 하늘. 이 기막힌 색의 대비는 늦가을의 서늘한 공기와 강렬한 햇빛이 아니면 빚어낼 수 없는 대자연의 작품. 그것을 감히 그릴 수는 없고 여기에 스케치만 해 둔다. 나는 숨을 고르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가 오히려 숨을 죽이고 말았다. --- p.218

관찰력
그림 그리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는 관찰력이다. 관람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일수록 화가의 관찰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관찰력은 훈련에 의해 강화된다. 그런데 그저 대상을 오래 바라본다고 해서 관찰력이 강해지는 게 아니란다. 대상의 각 부분을 서로 비교 대비시켜 가면서 바라보아야 관찰력이 강해진다. 우리는 보통 어떤 대상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나서는 그것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 사람더러 보지 않고 그것을 설명해 보라(또는 그려 보라)고 하면 탁 막혀 버리는 것을 종종 본다. 관찰하는 데 있어 시간은 별로 중요한 변수가 못된다. 관찰력이 탁월한 사람은 아무리 짧은 시간이 주어져도 단번에 대상의 특징과 디테일을 잡아낸다. --- p.230

10분 동안의 미각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방안에 앉아서 차려주는 음식을 받아먹기만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직접 농사를 지어서 스스로 조리까지 해서 밥을 먹으니 새삼 먹는다는 행위 하나하나가 엄청난 일인지 실감한다. 5~6개월을 애지중지 길러서 맛있게 조리해 놓으면-특히 고구마순의 경우는 껍질을 벗기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먹는 데는 고작 10분 남짓. 고 10분 동안의 미각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 오래고 정성이 깃든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평생을 부엌과 텃밭에서 일하셔야 했던 우리 어머님들의 인고와 희생이 단지 남성중심주의를 강화하는 데에 기여했다면 그것처럼 비극적인 것이 없다. 말없이 그것을 견뎌 낸 여인들의 깨달음의 깊이를 지아비들은 도저히 넘겨다 볼 수 없을 것이거늘, 손에 물 묻히는 행위를 미안해하기는커녕 수치스럽게 여기는 풍조가 여전히 막강하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특히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에 우리 여인들의 고달픔은 식구들의 웃음소리에 반비례할 뿐이지. 내가 가정에 복귀하면 필히 이것부터 바로잡으리라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지만, 오랜 세월 굳어진 습관이라 하루아침에 고쳐지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 p.245

십전대보잼
이름하여 '십전대보잼'. 한약 이름을 잠깐 빌렸다. 무려 십여 가지 재료를 넣어 졸이고 졸여 만들었거든. 요즘 엘니뇬가 뭔가로 날이 푹해서 겨울답지 않게 땅이 물렁물렁해. 그래서 지난주에 삽을 들고 나가 민들레 뿌리를 캤지. 겨울이라 살이 통통한 게 뿌리가 아주 굵고 길어. 어떤 것은 굵기가 엄지손가락만 하고 길이가 내 한 팔 뻗은 것보다 더 긴 것도 있어. 이렇게 민들레 뿌리를 한 광주리 캐다 보니 곁들여 냉이, 도라지, 시금치 뿌리도 캐게 되었다. 처음엔 이것으로 뿌리된장국을 끓여 먹으려다가 양이 너무 많아서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넣고 푹 고아서 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기다가 고구마, 호박, 마늘, 사과, 인삼가루(누가 약으로 먹으려고 산 캡슐을 얻어다 넣었음) 등 열 가지 농산물을 넣고 무려 5일 동안 뭉근히 졸여서 세상에 둘도 없는 잼을 만들었다는 것 아니냐. 이것 만드느라 온갖 눈치 다 보고 난로 안 쓰는 시간에 짬을 내어 계속 붙어 서서 주걱으로 휘젓고 한 고생이라니!

--- p.258

출판사 리뷰

학원간첩단 조작사건에 연루, 13년 2개월간 수감되었던 저자가 감옥에서 유일한 벗으로 삼았던 야생풀들에 대한 편지글들을 모았다. 행동의 자유가 없는 감옥에서 야생풀 하나하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더불어 즐긴 이야기를 당시 편지에 함께 그려 넣었던, 잎 모양 하나하나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들과 함께 묶은 책. 단순한 들꽃의 생태, 자연과 생명의 신비 예찬을 넘어 권력의 폭압으로 자유를 구속당한 한 인간의 삶과 인간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성찰이 담겨 있다.

*2003년 상반기 서점 베스트셀러 1위. *동아일보, 문화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세계일보가 선정한 2002년 최고의 책 *2003년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느낌표 선정도서

양심수 황대권이 감옥에서 띄운
들풀 향기 가득한 생명의 고백서

1. 어떤 책인가?

이 책은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1985년부터 13년 2개월 동안 양심수 생활을 한 황대권의 옥중 서간 중 야생초에 관련된 것만을 골라 펴낸 것이다. 놀랍게도 이미 20년 전부터 생태학에 기반을 둔 공동체 운동에 관심을 두어왔던 저자는 아주 사소한 풀 한 포기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을 통해 온전한 자기 혁명과 전혀 다르게 세상 보는 법을 일깨워 주고 있다.

국내보다는 이미 국외에서 더 많이 알려져 버린 저자는 2001년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40주년 기념 달력 1월의 인물 모델로 선정돼 살아 있는 양심으로 국제 사회에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대안사회 운동의 핵심 관심사인 생태공동체 운동의 구심 역할을 하고 있는 저자는 최근 펴낸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 2002.8)의 필자이며 [생태 공동체 연구 모임 www.commune.or.kr]의 리더이기도 하다.

이 책은 80년대와 90년대의 자본과 정보의 홍수 시대에 풀꽃처럼 살아남은 양심의 현주소를 생생히 목격할 수 있는 희귀한 서간 자료이다. 또한 아직 이 땅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풀 공부와 먹거리와 볼거리와 영성 그리고 대안적 삶의 방식이 편지 속에 어우러진 가장 미시적이면서 거시적인 자연 이야기이다. 책에 수록된 모든 그림 역시 미대를 지망했던 저자의 솜씨로, 감옥에서 그린 그대로이다. 그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글과 그림들이 감옥 속에서 쓰였다는 아이러니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 감옥에서 생태주의자로 변신한 저자 황대권은 누구인가?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뉴욕 소재 사회과학대학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1985년 어느 날, 황대권은 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1년 6월 8일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극이었다고 그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널리 밝혀졌지만, 그때는 이미 그가 서른이던 1985년부터 1998년 마흔 네 살이 될 때까지, 황금 같은 청춘의 13년 2개월을 징역에서 보낸 후였다.

'내 인생을 내 의지로 내가 바꿔나갈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젊은 시절, 무기징역 선고는 날벼락 같은 것이었고 그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그것은 이제까지 그가 살아온 길과 세상의 이치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연히 교도소 벽에 도배된 가톨릭신문의 천주교 순교사를 읽고 자신 또한 분단된 국가의 희생자 또는 순교자라는 생각에, 열세 살 어린 나이에 고문을 견디다 순교한 유대철 성인의 세례명인 베드로를 우리말로 바꾸어 바우(Bau)라는 이름으로 종교 생활을 시작하였다. 60일 동안의 모진 고문과, 추가징역도 두려워하지 않고 난동을 부린 죄로 온몸과 팔마저 묶어 가두는 두 달간의 징벌방 생활로 체험한 두 번의 죽음. 당시 하염없이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노래를 부르며 기도했지만, 그는 신으로부터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교도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이 좌절되자 그는 고정된 인격신을 넘어 모든 것에 편재한 하느님을 추구하게 되었다. 도가사상은 그런 생각의 변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사소한 물건이나 벌레, 풀 같은 존재들이 신령스런 존재, 생명을 가진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감옥 안에 야생초 화단을 만들어 100여 종에 가까운 풀들을 심어 가꾸며 징역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감옥의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감옥은 더 이상 그에게 투쟁의 장소가 아니라 존재를 실현하는 곳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 이후 많은 문제들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앰네스티(Amnesty)에서 지원이 들어오고 외국으로의 서신 왕래가 허락되어 영국 펜클럽 회원 자격으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마침내 1998년 오랜 영어 생활에서 풀려나 전남 영광에서 농사를 지을 때, 노르웨이 국영방송(NIR)이 찾아와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영하여 노르웨이 전역에 알려지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1999년부터 2년 동안은 유럽에 머물며 영국의 임페리얼 대학에서 생태농업을 공부하면서,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과 유럽의 대안공동체들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귀국 후 그는 이근행, 유정길, 정호진 목사 등과 함께 공동체 운동을 전개하고, 2004년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과 이병철 귀농운동본부 대표를 만나며 ‘생명평화운동’에 투신한다. 그동안 [생명평화결사]에서 교육위원장, 운영위원장 등을 지냈고, 지금은 출소 후 최초의 정착지인 영광에서 [생명평화마을]을 일구고 있다.

3. 야생초는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옥중 동지

"도대체 이 몸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생겨 먹었으며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그걸 관찰하게 됩니다. 저는 생태주의를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 p.275)

그는 감옥에서 생태주의자로 변신하게 되었다. 한 평짜리 방안에 혼자 딱 앉아 있으면 자기 몸밖에 갖고 놀게 없다고 말하면서. 한 평짜리 방안에서 내가 우주라는 것을 깨달으면 주변의 사물이 달라 보이고, 파리도, 거미도, 모기도 내 몸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즉 내가 접하는 모든 것이 내 몸의 확장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만성 기관지염에 요통에 치통에 고생하다 몸을 치유하기 위해 자연요법을 시작했고, 운동시간에 나가서 운동장에 난 풀들을 내 몸의 일부로 깨닫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몸을 고치기 위해 풀들을 먹기 시작하고, 관찰하면서 점점 생태주의자가 되었다.

안동을 고향이라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7년을 안동교도소에서 있으면서 운동장 한구석에 야생초 화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잡초를 도대체 왜 화단에 심어 놓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이들에게 야생초가 뿌리 뽑혀 인재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비록 교도소에서 자라는 풀은 10여 종에서 20여 종을 넘지 않지만 사회참관을 하며 땅만 보며 뽑은 풀들로 가꾼 야초들은 100여 종 가까이 되었다. 심고 기른 것뿐만 아니라 일일이 '식물지'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감옥에서는 자기 글을 써서 가지고 있지를 못하기 때문에 편지 형식으로 기록하여 밖으로 내보내야만 했다. 이 책의 야생초 편지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주어진 자연의 혜택을 느긋하게 즐기는 데 시간을 더 쏟았을 것이다. 물론 풍요로운 생활환경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열악한 생활환경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 수 없다.
(/ p.76)

4. 야생초와 더불어 짓는 농사를 꿈꾸는 이상주의자

야생초는 '잘못된 곳에 난 잘못된 풀'이 아니다. 이는 인간중심적 정으로 오늘날 농사짓는 사람들의 마음이 일반적으로 이렇다고 말한다. 그래서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뽑고, 베고, 약을 치고, 태우고, 하여튼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다. 여기서 환경오염이나 식품오염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구상에 다양한 생물종들이 현저하게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식물종이 약 35만여 종인데, 인간이 재배해서 먹고 있는 것이 약 3천여 종이라 한다. 나머지 34만 7천여 종의 식물들은 잡초라 하여 없애버리는 잘못을 인류는 지금 범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 황대권은 잡초가 아니라 야초라는 말을 쓴다. 야초는 하나하나가 모두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 가치가 아직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은 풀이다. 야초가 쓸데없이 그 자리에 난 건 하나도 없다. 다 자연이, 그 땅이 필요해서 야초를 그 자리에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야생초와 더불어 짓는 농사를 짓자고 말한다. 그 이점은 이렇다.
첫 번째, 야생초와 함께 농사를 짓게 되면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로, 야생초와 함께 농사를 짓게 되면 토양침식과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세 번째로, CO2 증가를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네 번째로, 다양한 야초들이 자라게 되면 환경과 경관이 좋아진다.
다섯 번째로,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우리 영양원이 풍부해진다.
그 다음 여섯 번째로 야생초와 함께 농사를 짓게 되면 다양한 생필품 재료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이점으로 들고 있는 것은, 야생초와 함께 농사를 짓게 되면 자연과 공생하면서 조화롭게 살 수 있다, 즉 자기 삶의 총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생초와 더불어 농사를 짓자면 먼저, 자연농법을 실시해야 한다. 둘째로 꼭 제초를 해야 한다면 선택적인 제초를 하는 것이다. 작물에 피해를 주는 풀만 제거해야 하면 제거를 하더라도 그 자리에 놓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땅이 필요해서 만든 야생초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작물에게나 사람에게 다 이득이 되는 것이다. 셋째로는 야생초의 다양한 용도를 개발하는 일이다.
이렇게 농사를 지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건 농업을 상업주의에서 해방시키는 것만이 대안이다.

"농업문제는 자기 자신이 해결한다.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책임진다." 앞으로 방법이란 이것밖에 없다고 봅니다. 농업을 상업주의로부터 해방시켜야 합니다.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뉴욕 소재 사회과학대학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1985년 어느 날, 황대권은 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1년 6월 8일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극이었다고 그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널리 밝혀졌지만, 그때는 이미 그가 서른이던 1985년부터 1998년 마흔 네 살이 될 때까지, 황금 같은 청춘의 13년 2개월을 징역에서 보낸 후였다.

그는 활발한 저술과 강연의 와중에 청년시절부터의 오랜 숙원이었던 생태공동체의 실현에 온 열정을 쏟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생태공동체 연구모임(www.commune.or.kr)을 이끌고 있다.

저서 [백척간두에 서서: 공동체 시대를 위한 명상](사회평론, 1993)과 세계 공동체 탐방기인 공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 2002), 역서 [가비오따스](말, 2002)와 논문 [대체 농업의 상호비교에 대한 연구:자연농업을 중심으로]가 있다.
현재 지난 2년 동안의 유럽 체험을 바탕으로, 인권과 생태문제의 연관 속에서 정치·사회구조, 인간관계를 재조명하는 ‘유럽기행’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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