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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대만영화계의 뉴페이스 / 크리스 베리 이안, [음식남녀]를 만들려고 고국 대만으로 돌아가다 / 스티븐 레아 [음식남녀]: 눈을 위한 향연 / 브룩 코머 상투적인 유머와 유혹 / 그레이엄 풀러 이안에 대한 의견 / 오렌 무버만 숙취 / 고드프리 체셔 [라이드 위드 데블]: 이안 인터뷰 / 엘런 킴 이안과 제임스 샤머스 / 닐 노먼 용의 등장 / 데이비드 E. 윌리엄스 이안이 헐크와 씨름하다 / 폴 피셔 고지대로 말을 달려라 / 피터 보엔 파이어스톰 / 리베카 데이비스 잔인한 의도들 / 닉 제임스 진정으로 명랑한 이야기를 기초로 / 데이비드 콜먼 [테이킹 우드스탁]을 위한 이안 인터뷰 / 존 히스콕 경계선 넘나들기 / 글렌 케니 [라이프 오브 파이]에 대한 이안의 의견 / 제이슨 리로이 이안이 [라이프 오브 파이]를 스크린에 데려간 여정에 대해 말하다 / 알렉스 빌링턴 그는 어떻게 영화로 만드는 게 불가능한 [라이프 오브 파이]를 만들었나 / 존 히스콕 이안이 [제미니 맨]으로 “디지털시네마를 위한 새로운 미학”을 창조하려 애쓰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다 / 제러미 케이 옮긴이의 말 연보 필모그래피 찾아보기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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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흥분시킨 소재가 무엇이건 그 소재들은 특정한 장르나 복합적인 장르를 요구할 겁니다. 그 장르는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고 나는 영화가 제대로 작동하는 방법을 열심히 배울 겁니다. 나는 규칙들을 배우고는, 그중 일부를 위반할 겁니다. 감독은 규칙들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과 의사소통할 수단을 하나도 갖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규칙들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중 일부를 위반해야 합니다. 나는 장르를 하나의 요소로서 선택하지 않습니다. 소재 자체가 요소입니다. 그러고 나면 나는 내게 필요한 장르가 무엇인지를 결정할 겁니다. 그게 바로 내가 작업하는 방식입니다.”
--- p.33 영어 영화들을 연출하는 아웃사이더로서, 나는 아는 것이 적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짐작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런 짐작들이 더 정확하고 객관적일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이 관찰해야 하고 캐릭터들에게 더 많이 공감해야만 하니까요. 그런 공감은 영화를 연출할 때 유익합니다. --- pp.77~78 나는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던져서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강요하기를 바랍니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와 내 가족입니다. 나는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지만 가족은 내 작업을 위해 희생돼왔습니다. 영화는 자신들의 꿈을 내 어깨에 올려놓는 사람들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나 자신의 삶보다 훨씬 더 거대한 것입니다. 접시들을 작대기 위에 올려놓고는 떨어뜨리지 않고 돌리려고 애쓰는 묘기를 부리는 것처럼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 p.82 고통은 최상의 모닝콜입니다. 고통은 우리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깨닫게 만드는 증상으로서, 영적으로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우리 신경계에서 통증을 들어낸다면, 우리는 무방비 상태가 되면서 뭐가 잘못됐는지를 모르게 됩니다. 진정한 통증은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 p.83 내게 있어 연출은 배움입니다. 인생은 배움입니다. 배움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배움 자체가 목표입니다. 그게 인생에 오톨도톨한 질감을 줍니다. --- p.83 [헐크]에서 방사선에 의해 촉발된 분노에 가득한 브루스 배너나 [브로크백 마운틴]의 갈등하는 카우보이 연인들처럼, 상황의 강요를 받으면서 원치 않는 행보나 입장을 취하거나 선택을 해야 하는 열정적이지만 양면적인 인물. “미국인들은 히어로를 좋아합니다.” 그의 설명이다. “미국인들은 입장이 선명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건 나한테는 맞는 말이 아닙니다. 나는 절대적인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캐릭터들에, 상황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유지하려고 많은 것을 감내하는 캐릭터들에 동질감을 느낍니다. 이 캐릭터들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를 공격하지 못합니다. 그게 그들의 매력이자 약점입니다.” --- p.195 1993년에 이안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결혼하는 게이 대만 남성을 다룬 두 번째 영화 [결혼 피로연]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로, 이안의 영화들은 분류되기를 거부해왔다. “나는 분류 불가능한 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안은 껄껄 웃었다. “나는 내가 평생토록 일종의 아웃사이더였다고, 외부인이었다고 봅니다.” --- p.202 “나는 내 인생보다는 내가 만들고 있는 영화에 뿌리를 더 잘 내리고 동질감을 더 잘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의 설명이다. “그 허구화된 세계는 실제 세계보다 더 사리에 맞는 듯 보입니다. 그 세계에는 발단과 전개와 결말이 있으니까요. 그 세계는 의미와 지혜를 줍니다. 따라서 내 입장에서는 실제 세계보다 거기에서 사는 게 더 쉽습니다.” “그곳은 추상적인 세계라고 짐작하는데, 그게 그 세계의 존재 방식입니다.” --- p.204 대만에서 나는 예술하고는 무척 거리가 멀게 자랐습니다. 우리 가족, 나아가 우리 문화권의 사고방식은 뭔가 실용적인 것을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한 다음 미국으로 유학해서 학위를 받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대입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지나치게 긴장하는 바람에요. 대만의 예술대학에 진학해서 연극과 영화를 전공했습니다. 70년대 초인 그 시절에 대만에서 영화 쪽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배우로서 무대에 일단 선 이후로 나는 연기에 푹 빠졌습니다. 학교에서 대단히 행복했지만 대만에는 서양식 극단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나는 영화를 많이 보기 시작했습니다. 베리만, 르누아르 같은 거장들이 만든 영화를 많이 봤죠. 23세 때 일리노이대학에 진학해서 연극을 전공했습니다. 거기에 2년 있었죠. 그게 내 인생을 바꿔놨습니다. 나는 서구문화를 미친 듯 집어삼켰습니다. 문학이나 과학, 사회과학 보다는 연극에 미쳐버렸죠. --- pp.206~207 한 곳에 머물 경우 내가 모든 영화에 불어넣는 것을 좋아하는 신선함을 잃게 될 거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한 장르에만 머물 경우 나는 덜 솔직해지게 될까 두렵습니다. 특정한 장르에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내가 나 자신이 속임수를 쓰는 것을 허용할지도 모르니까요. 최상의 작업을 하려면, 나 자신을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해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하는 곳에 세워야만 한다고 느낍니다. 내가 첫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식으로 느낄 수 있는 곳에요. 내가 무엇인가를 반복하는 중이라는, 또는 나 자신을 반복하는 중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면 나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감수했을 때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낍니다. --- p.212 내 입장에서 [헐크]의 주제는 [와호장룡]의 주제와 연계돼있습니다. 그 영화에서 “숨은 용”은 문화에 내재하지만 억압된 것입니다. 동양에서 그것은 섹스이고 [헐크]의 미국에서 “숨은 용”은 분노와 폭력입니다. --- p.215 내 가장 우수한 부분은 배우들에게 준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나는 그들이 예술적인 순간들을 펼치도록 해서 셀룰로이드에 영원토록 고정되게 만들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합니다. 거기에는 분명 전투를 벌이는 듯한 측면이 있습니다. 영화 만들기는 나한테는 무척 신성한 일이고, 배우들도 그 점을 인지한다고 생각합니다. --- p.218 나는 스토리텔러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죠. 따라서 그 사실은 내가 하는 작업의 본질을, 내가 창조하는 환상들을 정말로 변화시킵니다. 믿음과 이야기는 우리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현실로 받아들이는가, 그것들이 어떤 면에서 현실보다 더 중요한가. 내게 있어서는 그게 진실입니다. --- p.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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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와 성장담의 고백
아웃사이더를 향한 애정을 영화에 담다 문화적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든 이안. 뜻밖에도, 필모그래피에서 연상되는 자유로운 성향과 정반대였던 성장기를 내밀하게 고백한다. 조부모가 중국 공산당에 처형당해 혼자 대만으로 온 아버지가 이안을 낳고, 그에게 걸었던 크나큰 기대 때문에 진정한 자아를 대면할 수 없었다는 것. 예술을 멀리했던 학자 집안의 분위기와 당시 대만에 만연한 가부장제 문화에 눌려 항상 조용했고, 스스로 표현하기를 “가장 멍한 아이”였다고 하는 그는 연극과 영화를 접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는다. 이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으로 영화 유학을 떠나고, 미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지만 끝내 영화감독으로 성공한다. 성장기에 겪었던 갈등과 이방인으로 살았던 경험은 그가 연출한 작품들의 캐릭터와 드라마에 잘 녹아있다. [결혼 피로연](1993)에서 손주 보기를 고대하는 부모님에게 게이임을 숨기고 위장결혼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웨이퉁, 내면의 욕망을 감추고 살아가는 [와호장룡](2000)의 무사들, 보수적인 미국 서부에서 성(性) 정체성을 숨기는 [브로크백 마운틴](2005)의 카우보이, 억압적인 어머니 밑에서 성(性)적인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타이버가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연루되면서 자기 해방을 맞이하는 이야기 [테이킹 우드스탁](2009)까지, 캐릭터의 면면은 다양하지만 관통하는 정서는 비슷하다. 이안은 자신과 같은 처지인 영화 속 아웃사이더 캐릭터에게 깊이 공감하면서 이들을 통해 보편적인 것을 찾아내려 시도했다고 전한다. 부모 세대로 표현되는 전통과 갈등하는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한다고 명확하게 밝히는 이안은 상이한 입장에 선 캐릭터들을 사려 깊게 표현한다. 나아가 [아이스 스톰](1997)에서는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탐구하면서 세대 간의 조화를 꾀한다. 이렇듯 이안은 아웃사이더 캐릭터에 애정을 보내고 억압적인 관습에 도전하는 동시에, 캐릭터와 드라마를 깊이 있게 다루는 영화들로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23세 때 미국에 처음 온 경험이, (내가 떠나온 곳에 대해서는 더 이상 믿지 않지만) 미국에서 미국인이 아닌 존재가 된 경험이, 내가 이전에 그랬듯 앞으로도 평생 외부인이자 아웃사이더가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에 나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게, 솔직한(straight) 세상을 보는 게 대단히 쉬워졌습니다. 내 영화들에서 나는 늘 [라이드 위드 데블]의 토비 매과이어와 제프리 라이트 캐릭터 같은 아웃사이더들에게 동질감을 느낍니다. 더불어, 나는 사건의 실상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미국과 남북전쟁, 70년대는 우리가 들은 얘기 그대로가 아닙니다. 따라서 소재가 내 눈에 대단히 생생히 보이고, 다른 관점을 갖고 있으며, 우리가 공공장소나 미디어에서 보는 것이 아니면 나는 그것을 대단히 흥미로운 시선으로 봅니다.” ─157쪽에서 스토리텔링에 뿌리내리고 영화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다 내가 만드는 종류의 영화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드라마입니다. 내 영화들은 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영화여야 합니다. 인간의 얼굴보다 관객의 관심을 더 오래 붙들어두는 것은 없고, 관객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도 없습니다. 스토리텔링과 드라마, 인간의 얼굴 이 모든 게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의 핵심을 이룹니다. 나는 앞서 만든 영화들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 비주얼에 더 신경 쓰면서 영화를 만들고 또 만듭니다. 앞선 작품들하고 차이 나는 것을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당한 노력을 해야만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캐릭터들과 관련돼야 합니다. ─215~216쪽에서 책에서 한 인터뷰어는 “작가·감독 이안처럼 캐릭터와 이야기의 활용법을 철저히 통달한 현대 영화감독은 드물다”고 언급한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이안은 자신이 중시하는 건 장르나 영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드라마임을 밝힌다. 장르보다는 자신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감응하는 소재가 먼저고, 그것이 요구하는 장르를 찾는다는 것. 촬영에 관해서도 그는 근사한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영상이 캐릭터와 스토리를 추동해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다. 타고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소재와 드라마, 영화적 기술을 조율해 나갔던 제작 과정들에서 그의 영화를 향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다. 탄탄한 드라마를 창작하기 위해 다양한 시대와 사회 구조를 탐구하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를테면 [테이킹 우드스탁] 촬영 때, 60년대의 히피들을 묘사하기 위해 배우, 엑스트라에게 당시 신문 기사와 글, 히피 용어 등을 정리한 “히피 핸드북”을 만들어 주고, 우드스탁 페스티벌 즈음의 정치, 문화적 분위기를 담은 영화, 다큐, 음악 등의 목록을 정해서 감상하게 했다. 나아가 히피들의 외모와 동작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연출하는 모습에서 이안의 학구적이고 완벽주의적 면모를 볼 수 있다. 제작 당시 최첨단 영상 기술을 도입했던 [헐크](2003)와 [라이프 오브 파이](2012)에서도 이런 면모가 잘 드러난다. CG 캐릭터인 헐크를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감독 자신이 직접 모션 캡처 복장을 입고 헐크의 표정을 연기했던 일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호랑이 CG 캐릭터 제작과 실제 같은 ‘물’ 연출을 위해 고심했던 기억, 3D에 대한 도전까지 책에 담았다. [라이프 오브 파이]로 3D 기술을 성공적으로 다룬 이안은 이제 눈을 돌려 [빌리 린의 롱 하프타임 워크]부터 초당 120프레임이라는 새로운 영화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이 기술을 도입한 최신작 [제미니 맨]은 올해 관객과 만날 준비가 한창이다. 스토리텔링에 뿌리를 내리고 영화 기술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안이 스크린에 또 어떤 신세계를 펼쳐낼지 기대하며 지켜볼 일이다. 작가·감독 이안처럼 캐릭터와 이야기의 활용법을 철저히 통달한 현대 영화감독은 드물다. 장편영화를 불과 일곱 편 만드는 동안, 그는 탄탄한 드라마를 창작하기 위해 무척이나 다양한 시대와 사회 구조를 탐구하는 능력을 가진 ‘영화적 카멜레온’으로 스스로 입지를 다졌다. ─126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