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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형, 울지 좀 마라 눈먼 가수의 길/눈물이 가려 보이지 않네/하모니카 블루스/라이터를 그으며/밤 기차에서/해인(海印)/혼몽(昏?)의 집/타버린 불꽃의 흔적/암 병동/시인의 상가(喪家)/종점 근처/헛꽃/나는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어떤 끝에서/공장의 달 2부 눈에 불이 있고 뺨에 빛이 있는 친구 야생의 기억/차바퀴에 부서지는 별빛/나그네 새/겨울 막북(漠北)/내가 잡은 메뚜기를 날려보낸 여자에게/작은 이슬 노래/광야를 가득 채운 유령/8백 개의 고원에서/자무카의 노래/내 머리통 속에서/슬픈 열대/궁남지를 떠나가는 연잎 행렬을 거슬러 걸으며 3부 불현듯 멀어지고 있어요 부음/날궂이/함평 밤바다에/꼬마 광대에 대한 기억/서커스/먼바다에 떠 있는 나의 광대에게/붙잡을 수 없는 노래/꽃무릇 피다/약장수들/사라진 마을에 대한 기억/중년/산그늘/30년이란다/봄 트로트 4부 나는 여전히 과거 속에 산다 버림받은 시/식상한 예술가의 초상. 하나/식상한 예술가의 초상. 둘/평양/북행/예언자/2008년의 청계천을 사유하는 촛불들/컬트 서울/사라진 별을 기리는 노래/인터넷 반군들/이슬 묻은 꽃잎을 줍다/명천 선생/신동엽 생가에서/해 지는 집/별빛 뒤에 서 계신가봐/시간의 물살 위에서 해설|통속성의 미학화 |이택광(문학평론가) |
Kim Hyeong-soo,金炯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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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시궁창 같다는 사람이 있었다 정직하게 걸을수록 안전하지 않다 고운 잎이 벌레 먹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 한때 순정을 이지메하던 병동에서 나는 인생 수업을 마쳤다 오늘도 젖은 물방울들이 서로 부서지는 속을 나는 흐르고 있다 2 이사회가 있었던 다음날 영근 형이 전화해서 마구 욕질을 해대었다 속에서 짜증이 올라 불끈 받아치기 직전 한없이 서러운 울음을 쏟아낸다 그 자식 네 끼는 굶은 얼굴이드라 면도조차 안 하고 그럴 거면 명편(名篇)이라도 좀 내놓지 내가 1980년대의 종점인 줄 알았는데 남일이가 종점이었어 갑자기 무장해제되어 얌전하게 꿇어버렸다 형, 울지 좀 마라 3 멀리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가 제 무덤을 파는 노인처럼 보였다 쉬는 날 마포 삼층에 앉아 담뱃불을 붙일 때면 연기 같은 영혼 천삼백 개가 파는 천삼백 개의 무덤이 보인다 나도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 --- 「나는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 중에서 나는 모르지 고향집 들판 어스름 속을 혼자 떠난 황새 그것이 너인지 아닌지 발 하나 옮길 때 위태로이 구부리던 줄을 타다 몇 번 쓰러질 뻔했던 어릴 때 곡마단에서 외줄 타던 어머니가 도망쳐 온종일 분장실에 숨어서 울던 그 한쪽 발이 네 건지 아닌지 외롭고 막막할 때 그 애가 되어 하오의 무대를 가로지른 외줄처럼 가지만 올 길은 없는 거라 믿으면서 아 삶이라는 게 정말 가기 위해 있는 건지 닿기 위해 있는 건지 --- 「꼬마 광대에 대한 기억」 중에서 밀래미 사람들은 세 가지 말을 하지 않아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돈이 필요해요. 그런 말 하는 자를 약장수라 했어요. 사람의 귀만 보면 나팔을 불고 손뼉을 치는 --- 「사라진 마을에 대한 기억」 중에서 |
시인을 성자로 알던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24년이나 휴지기를 두었지만 나의 옛 마음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이토록 삶을 기뻐하지 못했을까? 돌아갈 길이 끊긴 자리에 한사코 서 있는 모양이라니! 그래도 네번째 시집이라 불러야 한다. 2019년 12월 김형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