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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고형렬
문학동네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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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DECEMBER 2013
터미널 옥상 승차장
벚나무에 올라간 고양이
흰 눈
이 도시의 모든 아파트는
나이테의 생활고
사랑하지 않는 시간
벋정다리 귀뚜라미의 유리창
신혼의 강설기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가
지루한 오후, 대형 매장에서
죽음에 부쳐진 자
어두워지는 지하도
너의 취업공고판 뒤에서
태양 마중
파리
풀과 물고기
풍찬노숙
서초동
혹한의 유리창 속
유리알 도시의 빌딩 속에서

2부
바보 스피커
검은 거울의 유리창에서
날개
너무나 삭막한 연말, 그와 함께 죽다
멀리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눈달밤
부수식물의 방
미생전(未生前) 경험의 시
시간의 압축을 반대한다
제설차(除雪車)
염좌나무가 자살을 시도하다
그의 죽음에 대한 반문
흑백필름을 지나가는 은행나무
98층의 시
부천, 가로수 아래 벤치에서
청춘의 광화문
지구
위도 35.467147, 경도 129.349180

3부
세한목(歲寒木)
대기권 밖에서 고구마 먹기
겨울의 상공 호텔
거울을 비추는 헤드라이트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집은 출간된다
꼬불꼬불한 거울
눈, 마천루의 눈
도시 새벽의 공황
빠져나오지 못하는 인간의 거울
무소의 뿔
죽음에도 위성도시가 있다
21세기의 한 시절에
여자의 잠
강설이 시작되는 유리창 속에
어둠을 향해 서 있는 나목
무생물의 거리
퇴계로 교각을 쳐다보는 얼굴들
처음에 소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참새
왜가리
그 파랑새


4부
시각장애인의 아침을 위하여
경악의 사각 백지
공룡의 머리
그 우물 눈송이들의 시간
내벽(內壁)을 울리는
눈의 다우스
고향 도치처럼
몽골, 그후 아파트의 세월
둘째손가락의 속눈썹
아름다워지는 디옥시리보핵산의 빛
비사회적 제비
구름 얼음을 깨는 남(南) 시인
기억은 시간에 갇히지 않는다
인조(人造)
오르키스의 자생란
눈물지렁이
다시 작년의 지하도를 통과하며
저녁, 거울을 보면 그 안에
2012년 11월 23일
일년초 댑싸리는 올해도
맹꽁이자물쇠


해설 | ‘유리 도시’의 비정과 서정
| 최현식(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저자 소개 1

高炯烈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의 시집 외에 『등대와 뿔』 같은 에세이를 통하여 갇힌 자아를 치유하고 성찰했다.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에서는 자기영토로 향하는 연어의 끊임없는 회귀정신에 글쓰기의 실험을 접목시켰다.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참상을 그린 8천행의 장시 『리틀보이』는 일본에 소개되어 반향을 일으켰으며, 장시 『붕새』를 소량 제작하여 지인에게 나누고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의 시집 외에 『등대와 뿔』 같은 에세이를 통하여 갇힌 자아를 치유하고 성찰했다.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에서는 자기영토로 향하는 연어의 끊임없는 회귀정신에 글쓰기의 실험을 접목시켰다.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참상을 그린 8천행의 장시 『리틀보이』는 일본에 소개되어 반향을 일으켰으며, 장시 『붕새』를 소량 제작하여 지인에게 나누고 품절하면서 “이 모든 언어를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 바친다”는 선언과 함께 분서를 통한 언어의 미완을 확인하고 자기 갱신을 재촉했다. 『시평』을 창간하고 13년 동안 900여 편의 아시아 시를 소개하며 시의 지궁한 희망을 공유하는 한편, 뉴욕의 아세안기금을 받아 시의 축제를 열면서 『Becoming』(한국)을 주재하고『Sound of Asia』(인니)에 참여하는 등 아시아 시 교류에 앞장섰다.

낯선 현실과 영토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동화시키면서 내재적 초월과 전이를 지속해가는 고형렬은 15년 동안 삶의 방황소요와 마음의 무위한 업을 찾아 장자 에세이 12,000매를 완성했다. 최근엔 시바타 산키치, 린망 시인 등과 함께 동북아 최초의 국제동인 [몬순]을 결성했으며, 베트남의 마이반펀 시인과의 2인시집 『대양(大洋)의 쌍둥이』를 간행하기도 했다. 백석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현대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대청봉 수박밭』 『해청』 『사진리 대설』 『성에꽃 눈부처』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유리체를 통과하다』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장시 『리틀 보이』 『붕(鵬)새』,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 『고형렬 에세이 장자』(전7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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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03g | 130*224*20mm
ISBN13
9788954621458

책 속으로

풍찬노숙

나의 고통을 아는 양 나를 노래하지 말고
나의 편을 드는 양 저들을 미워하지 말라
그러면서 너의 정치적 문학적 위상을 쌓지 말라
고교 시절에 본 차별의 사상으로

절망하지 않고 아직도 분노하지만
차라리 자신을 노래하고 단호하게 질책해라
차라리 노천(露天)이 되고 침묵이 되어라

풍찬노숙, 이 사회의 길은 영겁으로 열려 있다
그 길 자체가 길, 번쩍이는 얼음길
빛난다, 그 찢어진 발바닥의 길
너의 정의를 위해 권력을 가지려 하지 말라

너는 그 차별의 길 위에서 죽을 수 있을까
중년에 가출한 한 중년처럼
죽음을 우리에게 바치고 허무를 가질 수 있을까
도시의 골목까지만 왔다가 눈물이 얼어붙는
어느 풍찬노숙

미생전(未生前) 경험의 시

우리는 이미 다 가고 없는 사람들로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모르는 죽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꿈이란 게 있을까
돌아오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대신하는 것인가
그들이 돌아오면 우리는 돌아가야 하는 대체 존재들일까
물이 지나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모른 채
나는 그들과 정말 저 양평군 지평면 그 언저리에서 사는 것일까
저 지평 언저리 역시 하나의 꿈이라면
저 하늘과 별과 산과 집들이 아직은 깨어날 수 없는 꿈이라면
내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의 미생전 어느 날이라면

지구

저 도시는 얼마나 먼길을 걸어왔을까

지구의 모든 잡동사니를 짊어지고

거대한 금고와 국가

나무와 바람과 건물과 비와 도로를 가지고

후회도 끄덕도 하지 않은 도시

백합은 피고, 태양엔 수소가 탄다

자동차가 질주하고 광석과 석유를 때는

도시의 겨울 아침

이 도시는 얼마나 더 먼길을 걷게 될까

저 지구 위에서

산과 바다와 강, 화학 공단과 항만과 함께

수많은 인간과 식물과 동물과 함께

얼마나 원시적인 현대 지구인가

그의 발바닥은 다 닳아 없어졌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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