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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성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고분고분하고 차분하게 해 줄 알약들은 퉤 뱉어 냈다. 간호보조원에게는 호통을 쳤다.
“난 여기에 짐승처럼 갇혀 있소!”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댁들은 날 뭘로 생각하는 거요? 원숭이?” 얼굴이 시뻘게진 할아버지가 욕을 퍼부어 대서, 아빠는 나한테 귀를 막으라고 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 테지. --- p.10 나는 답하고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털어놨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마치 입이 저 혼자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여름마다 우리가 같이한 일들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 코골이에 잠이 들면 얼마나 기분 좋은지를. 그리고 할아버지가 모든 일에 얼마나 능한지를. 커다란 돌을 파내는 일처럼, 변소 지붕에 아스팔트 바른 새 방수포를 얹는 일처럼. 이야기하면 할수록 할아버지는 더욱 젊어지고 더욱 힘세졌다. --- p.19 할아버지는 주황빛이 도는 금속으로 된 기관실 문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표지판에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적혀 있었지만, 나는 문을 조금 열어 놓았다. 할아버지가 엔진 소리를 듣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느끼며 멋진 기름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할아버지는 창밖으로 우리가 지나는 섬들을, 바다에 솟아 있는 암석들을, 이런 특별한 날이라 조금 더 각별하게 빛나는 소나무들과 전나무들과 활엽수들을 바라보았다. --- p.52 “할머니가 거기 있었어요. 발코니에서 우리한테 손짓했고요. 할아버지랑 진작 갔어야죠. 할아버지가 거기 가고 싶어 하는 거 몰랐어요? 아빠는 할아버지를 눈곱만큼도 신경 안 쓰죠. 아빠는 할아버지 병문안도 더럽게 가기 싫어하잖아요!” 그 말들은 나에게서 세차게 흘러나왔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말하는지도. 할아버지의 말과 할아버지의 분노가 나왔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빠가 진실을 들었으면 했다. 그럼 아빠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다. --- p.109~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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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궂은 할아버지와 꾀돌이 손자,
병원 밖으로 탈출하다! 꼬마 고트프리드는 할아버지가 화를 내는 순간이 즐거웠다. 그럴 때면 삶이 더 흥미진진해졌으니까. 할아버지는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알고 보니 심장에 문제가 있었고, 그 탓에 할아버지는 병실에 오래 눕게 됐다. 못 견딜 때면 비상벨을 마구 누르면서. 할아버지가 시골에 있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지붕 위에 방수포를 깔고, 커다란 돌도 치웠을 테니까. 그런데 아빠는 병원에 가기 싫은 눈치다. 고트프리드가 축구 훈련에 간다며 병문안을 미룰 때도, 안타깝다는 소리만 하고는 십자말풀이를 하러 갔다. 몰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 고트프리드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도망치면 어떨까요?” 할아버지와 손주는 계획을 하나 짠다. 할아버지 다리가 부러지기 전까지 살았던 시골로 탈출하기로. 빵집 청년 론니까지 더해, 거짓말쟁이 삼인조는 무사히 시골에 다녀온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평생이 깃든 집에 공들여 작별 인사를 했다. 양복을 태우고, 월귤 잼을 들고, 할머니 사진도 챙겨 왔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시간이 없단다.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다시 모험을 떠나려면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나. 꼬마 고트프리드는 다시 할아버지의 모험을 돕게 됐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 모험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삶을 긍정하는 따스한 유머 때로는 거짓말이 진실을 말하는 방법이고,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할아버지의 호통이 아니더라도, 손주의 순진한 물음을 듣지 않았어도 우리는 안다. 종종 삶의 무게가 눈을 가려 진짜를 보지 못하는 때가 있으니까. 어른이 되면 잘잘못을 따지는 데에 힘을 쏟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며, 쉽게 던지는 농담에도 금방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삶을 긍정하는 따스한 유머에서 온다. 그렇기에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험』은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이야기다. 삶의 여러 얼굴을 포착하고, 그 빈틈에 유머를 심어 놓는 스타르크의 특기는 이 이야기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돌아오지 못할 모험을 떠난 아동문학의 거장은 거짓과 진실,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허무면 비로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이야기를 빌려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