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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하프
옮긴이의 말 남다른 사람들을 위한 세상의 한 자리 / 트루먼 커포티 연보 |
Truman Capote,본명:Truman Streckfus Per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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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하프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언제였을까? 오래전, 우리가 그 멀구슬나무에 살았던 가을. 초가을이었다, 그때는. 물론 그 이야기를 내게 해준 사람은 돌리였다. 그걸 그렇게 부른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달리 없었으니까. 풀잎 하프라고. --- p.9
장작 스토브도 있고 열어놓은 벽난로도 있어서 부엌은 소 혓바닥처럼 뜨뜻했다. 겨울이 가장 가까이 와 닿는 곳에선 영하의 푸른 숨결 때문에 창문에 성에가 꼈다. 어떤 마법사가 내게 선물을 주려 한다면, 그 부엌의 목소리들로 가득 찬 병을 하나 주었으면 좋겠다. 하하하 웃는 소리와 불이 속삭이는 소리. 아니면 버터와 설탕, 빵 냄새가 찰랑찰랑하는 병을 하나 주었으면. --- p.19 바람이 나뭇잎을 놀라게 하고 종처럼 울리며 밤 구름을 갈랐다. 별빛 소나기가 풀려났다. 우리 촛불들은, 별에 찔린 하늘이 열리자 그 백열빛에 겁을 먹은 듯 뒤집어졌고, 우리 머리 위로는, 겨울 같은 저 먼 늦은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은 한 조각 눈송이 같았고, 가깝고 먼 생물들이 그에 응답했다. 등이 굽고 달의 눈을 한 개구리, 할퀴는 목소리의 살쾡이. 캐서린은 장미 퀼트 이불을 꺼내 돌리에게 두르라고 했다. 그러더니 두 팔로는 나를 감싸고 내가 캐서린의 가슴에 머리를 기댈 때까지 쓰다듬었다. 너 춥니? 나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꿈틀꿈틀 붙었다. 캐서린은 오래된 부엌처럼 좋고 따뜻했다. --- pp.79~80 한밤의 집들은 갑작스레 측은한 빛을 발하며 재난을 알리는 법이다. 캐서린은 몇 년 동안이나 쓰지 않았던 불을 다 켜며 방에서 방으로 헤매 다녔다. 나는 망가진 의상 속에서 몸을 바르르 떨며 휘황찬란한 현관 복도에서 판사와 함께 긴 의자에 앉았다. 그는 플란넬 잠옷 위에 비옷을 걸치고 즉시 달려왔다. 베레나가 접근할 때마다 그는 어린 소녀처럼 벗은 다리를 얌전히 모았다. [......] 그때 나는 돌리가 우리를 떠났다는 사실을 더없이 똑똑히 알았다. 조금 전, 돌리는 우리 눈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스쳐 갔다. 상상 속에서 나는 돌리를 따랐다. 돌리는 광장을 가로질러 교회로 갔다. 이제는 언덕에 다다랐다. 인디언그래스가 아래서 빛을 발했다. 돌리는 그렇게 멀리 떠나버렸다. --- pp.182~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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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버림받고 시골 친척집에 맡겨진 소년 콜린. 그곳에서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진 예순 살의 사촌 돌리와, 여느 남자보다 전투적으로 돈을 모으는 돌리의 동생 베레나, 빠진 이 대신 솜을 채워넣어 아무도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 든 흑인 하녀 캐서린을 만난다. 어느 날 독단적인 베레나를 떠나 멀구슬나무 위의 오두막에 거처를 마련한 콜린과 돌리와 캐서린, 이 사랑스러운 세 ‘바보’는 나무 오두막에서 그들만의 달콤하지만 위험천만한 시간들을 보내는데…… 세상에서 소외된 쓸쓸한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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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모아 기억해.
그런 다음 나뭇잎과 들판을 지나며 그 목소리들을 다시 불어 보내지.“ 서평 커포티의 문장을 읽으면 바람이 숲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풀들이 엮어내는 영롱한 하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_이다혜(씨네21) 다정한 웃음과 인간적인 따뜻함, 그리고 삶이란 좋은 것이라는 느낌으로 가득한 놀라운 책. _뉴욕 헤럴드 트리뷴 순응과 상식에 오염되지 않은 삶 속에 들어 있는 독특한 시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자연스러움과 경이로움, 기쁨이. _디 애틀랜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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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트루먼 커포티
오직 커포티만이 가능한 아름답고 슬픈 소설 세계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 트루먼 커포티 선집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로 대중에게 친숙할 뿐만 아니라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전대미문의 걸작 《인 콜드 블러드》로 문학사에 획을 그은 미국 작가 트루먼 커포티의 소설 세계를 총망라하는 선집이 출간되었다. 커포티가 스물네 살 때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자 9주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다른 목소리, 다른 방》, 독특한 유년 시절의 경험이 녹아든 자전소설 《풀잎 하프》, 퓰리처상 수상 작가 노먼 메일러로부터 “우리 세대 가장 완벽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티파니에서 아침을》, “20세기 소설의 지형도를 바꾼” 《인 콜드 블러드》, 문체의 대가 커포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단편 전집 《차가운 벽》(2012년 처음으로 공개된 미발표 유작 [요트 여행] 수록)까지, 오직 커포티만이 가능한 아름답고 고독한 소설 세계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선집이다. 헤밍웨이와 함께 전후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커포티는 천재적인 글솜씨와 타고난 스타성으로 데뷔 때부터 평단과 대중을 단번에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40대에 이미 자신의 작품만으로 백만장자에 오른 몇 안 되는 스타 작가 중 하나였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불우한 어린 시절의 경험과 남다른 성 정체성에 대한 불안과 고독을 일찍이 글쓰기를 통해 위로받았던 커포티는 10대 때 집필한 작품 중 하나인 단편 [미리엄]이 처음 잡지에 실리면서 작가로 등단했다. 그의 나이 불과 스물한 살이었지만, 미국 문단은 범상치 않은 그의 재능에 주목했고 3년 뒤 첫 장편이 발표되자 “윌리엄 포크너와 에드거 앨런 포를 잇는 후계자”의 자리를 내어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중 역시 “병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젊은 천재 작가의 등장을 기꺼이 환영했다. 당대의 예술가들 또한 커포티와 교류하며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았는데,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앤디 워홀과 메릴린 먼로다. 워홀의 첫 개인전 제목이 [트루먼 커포티의 글에 바탕을 둔 열다섯 점의 드로잉]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먼로와 함께했던 짧은 오후를 되살려낸 커포티의 에세이 [아름다운 아이]는 (자신과 비슷한 유년기를 가진, 그리고 결국 비슷한 죽음을 맞은) 먼로의 삶과 내면을 이해한 탁월한 글로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여러 글과 인터뷰를 통해 커포티에게 받은 영향을 숨기지 않았는데, 하루키가 커포티의 문장을 전범으로 삼아 습작했다는 이야기와,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커포티의 단편 [마지막 문을 닫아라]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는 일화는 세대를 넘어선 고전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잘것없는 출생, 고독했던 유년 시절, 천부적 재능으로 작가 인생의 정점까지 오른 성공, 그리고 희대의 걸작이라는 마지막 작품 이후에 찾아온 전락과 허망한 죽음…… 165센티미터에 채 못 미치는 작은 키에 가늘고 새된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좌중이 모인 자리에서는 언제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둔 타고난 이야기꾼 트루먼 커포티는 그렇게 모든 것을 가진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내면의 공허와 고독을 떨치지 못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뉴욕 타임스 부고란에는 다음과 같은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트루먼 커포티. 명징하게 빛나는 탁월한 문장으로 전후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었던 그가 59세의 나이로 어제 로스앤젤레스에서 숨졌다. 소설가이자 단편 작가로 이름이 높던 커포티는 《인 콜드 블러드》로 논픽션 소설 장르를 개척한 문단의 유명인사였다. 10대 시절 쓴 단편 [미리엄]으로 등단한 이래 총 13권의 작품집을 남겼으나, [……] 명성과 부, 그리고 쾌락을 좇는 데 자신의 시간과 재능, 건강을 탕진했다." 그 화려한 고독 속에서 벼려낸 몇 편 안 되는 그의 소설들은 오직 커포티만이 쓸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슬픈 세계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데뷔작부터 20세기 소설의 지형도를 바꾼 마지막 역작까지, 생전에 발표된 커포티의 소설 전부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선집은,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타’ 작가이자 고전이 된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진정한 ‘작가’ 트루먼 커포티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커포티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는 고독한 소년의 눈이 존재한다. _무라카미 하루키 커포티는 우리 세대 작가 중 가장 완벽한 작가다. 그는 한 단어 한 단어 엮어 리듬감 있는 가장 뛰어난 문장을 쓴다. _노먼 메일러(퓰리처상 수상 작가) 커포티의 문장을 읽으면 바람이 숲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풀들이 엮어내는 영롱한 하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_이다혜(씨네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