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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머니도 이름이 있어?" 오랜 세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할머니'로 불리느라 이름이 희미해진 여인, '섭순'. 빛바랜 그 이름을 손녀가 다시 꺼내어 불러본다. 들꽃을 좋아하고, 여름이면 모시옷을 다려 입던 할머니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할머니의 이름 '섭순' 안에 담았다. 섭순의 손녀이자 작가의 첫 그림책. - 유아 MD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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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 이름은 ‘섭순’
소녀는 할머니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기억 속에서 꺼내 놓는다. “우리 할머니는 작은 들꽃을 좋아했어요.” “목련이 필 때면 베란다까지 깨끗이 닦아 큰 창을 활짝 열어 두었어요.” “여름이 오면 흰 모시옷을 반듯이 다려 입었어요.” “무더운 날에는 달달한 과일을” “낙엽이 질 때면 밀가루를 반죽해 은행잎을 닮은 만두를 만들었어요.” 사계절의 순환과 함께 흐르는 세월 속에 그려진 ‘섭순’의 모습은 우리 할머니, 우리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 닿아 있다. “할머니, 이 꽃 이름이 뭐야?” “민들레.” “할머니, 할머니도 이름이 있어?” “그럼.” 할머니 이름은 ‘섭순’이다. 아들이 태어나기 바랐지만 ,딸이 태어나 섭섭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조차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할머니로 불릴 때가 훨씬 많았으니까. 할머니가 이름 없는 작은 들꽃을 좋아한 건 어쩌면 자신의 삶과 닮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섭순은 언제나 예쁜 것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사람이었기에, 작가는 따뜻한 색과 담담한 연출로 그를 추억하기로 했다. 시골 책방과 현대미술 작가의 만남 고진이 작가는 2012년부터 현대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기억과 공간, 관계’에 대한 작업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8년 동안 열 차례 넘는 개인전과 여러 전시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 그림책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딱 1년 전, 뜨거운 여름 어느 날, 고진이 작가가 우연히 딸기책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머리도 식힐 겸 강화에 온 작가는 그림책방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 책방이 출판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작가는 그림책으로 풀어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그림책으로 만들 수 있겠는지 물어왔다. 그 물음이 출발이 되어 1년 동안 작가, 디자이너, 편집자가 생각을 나누며 《섭순》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