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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 Flett
안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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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점점 싸늘해지고 계절은 빛을 잃어갔어요.
할머니 말로는, 할머니도 점점 빛을 잃어간대요. “내가 만들고 있는 것 좀 볼래, 카타레나” 할머니가 물었어요. “네, 할머니. 보고 싶어요.” 내가 대답했지요. --- p.25 할머니가 보여준 건 환하고 둥근 항아리였어요. 보름달을 꼭 닮았어요. 할머니는 달이 차고 기우는 이야기도 해 주었어요. 나도 할머니에게 크리족의 계절 이야기를 들려주었고요. 10월은 피미하우피심, 달이 옮겨가는 달이라는 뜻이에요. --- p.27 집으로 돌아갈 때, 할머니는 알뿌리가 가득 든 컵을 내 손에 쥐여 주었어요. 내년 가을에 심을 눈풀꽃 알뿌리. 꼭 조그만 달 같았어요. 그걸 보니 그림 그릴 생각이 퐁퐁 솟아났어요. 장갑 속 손가락이 가만있질 못하고 저 혼자 막 꼼지락댔어요. --- p.37 겨울 동안 할머니는 많이 쇠약해졌어요. 그래도 여전히 나는 할머니를 찾아갔고, 우리는 함께 새의 봄노래를 들었어요. 창문을 두드리는 나뭇가지 소리도요. 우리는 그렇게 가만히 봄이 오는 소리를 들었어요. 어느 날, 눈풀꽃이 살짝 고개를 내밀었어요. 할머니가 보면 참 좋아하실 텐데……. 그때 근사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 p.41 차근차근 그림을 둘러본 할머니가 이윽고 입을 열었어요. “꼭 마음에 흘러들어온 시 같구나…….” 나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들에 대해 할머니에게 이야기했어요. 진흙으로 빚는 것, 끈으로 엮는 것, 노래로 짓는 것, 종이로 만드는 것 그리고 낱말로 지어내는 모든 것들에 대해. 그러고는 할머니 곁에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 p.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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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족 공동체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살던 소녀 카타레나는 먼 길을 달려 새로운 언덕 마을에 정착한다. 낯선 곳에서 엄마와 자기 단 둘이 맞는 첫 밤, 카타레나는 춥고 삐걱거리는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렵다.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조차 얼어붙은 것만 같다. 눈풀꽃이 피어나고 나무에 새잎이 돋은 걸 보면 봄이 분명하지만, 소녀는 아직 겨울 풍경에 머물러 있다. 나고 자란 땅에서 뿌리 뽑히는 경험은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카타레나는 그만 잊고 만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게 마련이라는 것을. 아니 사실은 이미 봄의 한가운데 와 있다는 것을. 옆집 아그네스 할머니와의 만남은, 홀로 겨울에 남아 있던 소녀를 두려움에서 조금씩 꺼내 준다.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소녀는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와 지금 머물고 있는 세계를 조금씩 겹쳐간다. 들리지 않던 계절의 소리가 점점 명확해진다. 소녀의 얼어붙었던 손가락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 꼼지락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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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글로브 혼북 아너상 2020
캐나다 총독상 최종 후보 2019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2019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최고의 그림책 2019 커커스 최고의 그림책 2019 혼북 팡파르 최고의 그림책 2019 퀼 앤 콰이어 선정 도서 2019 2019년 캐나다 방송 협회 최고의 책 선정 미 인디언 청소년 문학상 명예상 시카고 공공 도서관 ‘최고의 책’ 선정 * 작가는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 예술 작업, 차고 지는 달과 변화하는 계절을 통해 성장과 상실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이 부드러운 이야기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면서 낯선 곳이 집처럼 친숙해지는 마법을 보여준다. -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 크리족 혼혈 작가 줄리 플렛의 부드럽고 시적인 글, 파스텔과 연필로 구성한 근사한 그림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담 속 여주인공들의 온기와 연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혼 북 〈옮기고 나서〉 - 황유진 자연과 예술, 그리고 우정을 통해 새로운 삶에 뿌리 내려가는 소녀 이야기 생의 길목 초입과 말미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우정은 봄볕처럼 따스합니다. 두 사람 사이 우정이 꽃피어나는 데에는 자연과 예술, 두 가지의 힘이 큽니다. 할머니의 뜰에서 사계절을 보내면서 카타레나는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자연의 힘을 다시금 보게 된다. 이지러졌던 달은 차오르고 멀리 떠나갔던 새는 돌아오고 겨우내 캐두었던 알뿌리를 심으면 꽃이 피어납니다. 끝인 줄만 알았던 곳에서 자연은 언제나 다시 시작할 줄 압니다. 카타레나는 그 힘으로 스스로 새로운 땅에 뿌리내리는 알뿌리가 됩니다. 그러나 차오른 달은 지고, 돌아온 새는 날아가고, 피어난 꽃은 결국 지고 맙니다. 겨울 뒤에 봄이 오듯 봄 뒤에는 한참의 계절을 지나 다시 겨울이 옵니다. 아그네스 할머니와의 만남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한 때 카타레나의 봄이 되어준 할머니는 날이 갈수록 생기를 잃습니다. 새 봄이 와도 집에 갇혀 있는 할머니에게 봄이 온전히 가닿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카타레나의 차례입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연어 스튜는 차게 식은 할머니의 몸을 데워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카타레나는 새 그림을 모아 병석에 누운 할머니에게 봄을 선물합니다. 할머니 마음에 흘러들어온 시의 샘물은 잠시잠깐 그녀를 새의 노래로 가득 채웁니다. 예술은 사람이 삶에 뿌리내리는 방식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줍니다. 아그네스 할머니는 진흙을 빚어, 카타레나는 그림을 그려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에 묶어둡니다. 나무와 새와 꽃과 달은 두 사람의 손을 통해 작품이 되어 생명을 얻습니다. 뿌리 잃은 것에 새 뿌리를 자라게 할 수 있는 힘, 흘러가는 것을 붙들어둘 수 있는 힘- 자세히 관찰하고, 그리고, 빚고, 간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힘을 기릅니다. 부유하는 삶을 영속하도록, 시들어가는 생명을 언제고 반짝거리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예술의 가장 큰 힘입니다. 돈벌이와 관계없이 두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예술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