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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에필로그 / 옮긴이의 말 /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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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Ashizawa,あしざわ よう,芹澤 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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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발가락으로 까슬까슬한 콘크리트 가장자리를 꽉 붙잡았다.
역시 화장실에 가는 게 아니었다.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내 험담을 한 게 아닐까, 표적을 바꾸기로 한 것 아닐까,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발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 p.65 ‘더블 바인드(이중 구속)’라는 말은 아빠가 가르쳐줬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이에게 이리 오라고 한다. 하지만 굳은 표정과 거부하듯 엉거주춤한 자세는 이 말이 엄마의 본심이 아니라는 걸 나타낸다. 아이는 말을 우선해 엄마에게 다가가야 할까, 표정과 자세를 우선해 가만히 있어야 할까. 모순되는 두 가지 메시지에 아이는 오도가도 못 하는 상태에 빠진다. 한 쪽을 따르면 다른 쪽은 어기게 되는 두 가지 명제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사람의 판단력을 빼앗는 심리적인 수법이다. --- p.70 “……부모는 멋대로 분석하고 단정하죠. 자기도 한때는 어렸다는 이유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지금은 그래도 나중에는 어떻다는 둥, 그건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둥……. 아무것도 모르면서.” --- p.162 인간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뭘 무서워하고, 뭘 잘하고, 무슨 버릇이 있고, 뭘 생각하고, 뭐에 웃었는가. --- p.165 “베타는 수컷끼리 같이 놔두면 안 돼요. 얘들은 본능적으로 싸우거든요. 야생이었다면 진 쪽이 도망치면 되겠지만 수조에는 달아날 곳이 없어요.” --- p.199 용서할 수 없다는 증오와 죽어버리길 원하는 악의, 그 너머의 죽여버리겠다는 충동. 증오와 악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골이 있어서 제정신으로는 남을 죽이지 못한다고 믿어왔다. --- p.207 마호는 외톨이가 되는 걸 무엇보다도 겁낸다. 가나가 없는 지금, 내게 버려지면 걔는 외톨이다. 절대 나오지 마. 소리도 내지 말고. 실패하면 끝장이야. 그렇게 당부하면 적어도 몇 분은 참으려고 하지 않을까. --- p.258 사키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나하고는 상관없다. 둘 다 멋대로 죽었을 뿐. --- p.272 아빠가 어설퍼서 미안해. 하지만 이 방법밖에 생각이 안 났어. 가나를 평생 잊지 못하게 하는 방법. 저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벌. --- p.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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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인가, 살인인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비극 누구에게나 친구가 전부인 시절이 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존재. 친구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하지만, 겉으로는 잘 지내는 듯 보이는 이들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말투나 행동, 관심사에 따라 상대를 규정하고 쉽게 편 가르며 어느새 계급이 형성된다. 상층부와 하층부 그리고 어디에도 끼지 못한 계층까지 ‘스쿨 카스트’가 만들어진다. 잔잔한 수면 아래에서 각자는 자신이 속한 그룹 내에서 배제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나간다. 『죄의 여백』은 ‘학교 폭력’의 현주소를 사실적이면서도 가슴 아린 필체로 그려낸 학원 미스터리 물로 손꼽힌다. 하나뿐인 딸 가나가 제 발로 학교 난간에서 추락해 숨진다.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아버지 안도에게 딸의 ‘절친’이라는 두 친구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반전되는데… 과연 가나의 죽음은 자살인가, 살인인가? “야생이었다면 진 쪽이 도망치면 되겠지만, 수조에는 달아날 곳이 없어요.” (199p) 전학가면 된다, 공부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어른의 논리는 학교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학교’라는 세계를 무대로, 작가는 사춘기 학생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복잡한 감정, 일그러지기 쉬운 심리 상태를 깊숙이 파고든다. 위태롭게 유지되는 이들의 관계는 그 사이를 흔드는 작은 사건의 여파만으로도 무너진다. 마치 손쉬운 장난이라고 여긴 일이 엄청난 비극을 몰고 오듯이 평범한 일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 작품은 ‘친구’라는 말을 방패 삼아 벌어지는 일과 피해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에게까지 평생 트라우마를 남기는 아픔이 어떤 건지 그려내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꼭 들여다봐야 할 이야기’다. “악의란 무엇인가” 슬프도록 강렬한 서스펜스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화로도 제작된 『죄의 여백』은 아시자와 요가 서스펜스계의 실력파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해준 영광스러운 데뷔작이다. 작가는 “세상에 완전한 정의가 없듯 완전한 악의도 없다”라고 말한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한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의 시선을 그려내는 방식을 택한 이유도 그래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작가는 악의에 관한 다각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끝없이 독자에게 던진다. “명확한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우스워서 웃었을 뿐이다.” (270p) “반성이란 뭘까? 똑같은 의문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293p)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절망과 슬픔이 분노로 변해가는 심리와 죽음을 숨겨야만 하는 이들의 불안정한 내면 심리를 극명하게 대비하며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이 숨 막히는 전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닥뜨리며 그 질주를 멈추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반성하면 용서가 될까? 반성을 면죄부로 여기는 사람들, 거기에도 악의는 존재하지 않을까. 죄와 벌, 그사이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죄의 여백’이 존재한다. 이 책이 선사하는 악의에 관한 깊이 있는 시선은 책장을 덮어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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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풍부함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특히 ‘악의’에 대한 뛰어난 묘사, 여자아이들의 계급 구조가 흥미롭다.” - 이케가미 에이이치 (일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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