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0년 02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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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57쪽 | 695g | 132*225*35mm |
ISBN13 | 9788937460364 |
ISBN10 | 893746036X |
출간일 | 2000년 02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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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57쪽 | 695g | 132*225*35mm |
ISBN13 | 9788937460364 |
ISBN10 | 893746036X |
프랑스 사실주의 사조의 효시로 평가받는 작품인 ‘마담 보바리’가 고려대 불문과 교수의 4년간의 주석판 번역 작업의 결과로 재출간된 책. 파리에서 간행된 다섯 개의 불어 판본, 그 주석들, 이왕에 나와있는 한국어판, 영어 번역판들을 보완작업에 동원했다. 플로베르 전문가들에게 질문서를 보냈고, 수십 쪽에 달하는 답신을 원용하여 90여 개에 달하는 주석을 가진 ‘연구번역’을 선보이게 되는데, 그게 바로 이 책이다. |
‘마담 보바리’에 심혈을 기울인 플로베르를 알기 전과 알기 후의 책에 대한 나의 태도는
확 달라졌다. 작가의 귀중한 열정과 마음을 따라 단어, 문장, 서술에 집중하다 보니 책의 속도는 나아가지 않았다. 책을 온전히 읽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플로베르와 그의 작품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는 중이다. 이제 엠마도 보내줘야 한다.\
책은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엠마의 책 읽기가 그렇다. 책은 극약(비소)이 될 수도 있다.
「읽은 건 다 읽었어.(96p)」
엠마는 ‘책속에서 사랑과 욕망을 꿈꾸고 상상한다. 지적이고 독서를 좋아하는 그녀는 종교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수녀원의 식구들은 엠마의 뒤에서 수군거리고, 농부인 아버지는 똑똑한 딸이 버거워 엠마의 맞지도 않는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한 채- 샤를르와 결혼을 시킨다. 수녀원도, 아버지도,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그녀를 구해 주지 못한다. 그녀 자신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리본은 가장자리가 풀어져 있었다. 엠마는 그것을 불 속에 집어던져 버렸다. 그것은 마른 짚보다 더 빨리 탔다. 이윽고 제 위에 빨간 덤불 같은 것이 되어 남더니 드디어 천천히 무너져내렸다.(102p)」
건달 같은 샤를르의 아버지는 되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안되는 정신의 소유자다 보니 샤를르의 모친은 혼돈스러운 자신의 삶을 아들에게 몰입한다.
「샤를르의 모친은 자신의 삶이 고립되어 있다 보니 그 여자는 흩어지고 부서져버린 자신의 모든 허영심을 그 어린것의 머리에다 걸었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집착은 익살스럽지도 결단력도 질투도 없는 샤를르를 성장시키고 그는엠마가 주는 우아하고 세련된 태도에 편안함을 느낀다. 엠마가 원하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욕구는 강해져만 가고 샤를르의 태평함, 느긋함, 촌스러움이 둘 사이 내면의 간격을 벌여 놓는다.
샤를르는 엠마를 위해 용빌이라는 마을로 이사를 가지만 채워질 수 없는 환상으로 점점 변덕스러워져 간다.
「현실을 뛰어넘어 욕망에 눈이 어두워져 물질적 사치의 쾌락과 마음의 기쁨의 혼돈을 혼동하고 습관에서 오는 우아함과 감정의 섬세함을 혼동하기 시작한다.(90p)」
아이를 낳고서도 모성을 거부한다.
아무도 엠마를 구하지 못했을까
용빌의 사람들은 왜 숱한 편견들과 싸우지 않고 완고한 인습들과 충돌하는 것을 무서워하며 의사나 약사를 찾아와야 할 경우에도 여전히 구일 기도나 성유물이나 신부한테 의지하고 살까?(121p)
플로베르는 18세기 프랑스사회의 남성의 자유로움에 비해 여성은 끊임없이 법률의 속바에 묶여있는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실제로 이 이야기의 모티브는 불륜으로 인해 음독자살을 한여인의 이야기이다. 그당시 남성의 욕망은 인정되고 여성의 욕망은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엠마가 잘못했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성경을 보면 간음한 여자를 두고 사람들이 돌팔매질 한테 예수께서 “너희들 중 죄있는 자들만 돌을 쳐라”라는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가? 우리의 순수하고 연약한 욕망은 자본주의 횡포의 희생물은 아닐까? 우리는 샤를르인가?, 엠마인가
앞부분에 너무 세밀한 장면 묘사가 나와서 좀 지루하다 싶었는데 계속 읽다보니 와...역시 왜 이 책이 이렇게나 유명한지 계속 감탄하면서 읽었다.
어쩜 그렇게 여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글을 썼는지 내가 결혼생활하면서 느낀 그런 세세한 감정들이 너무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표현되어서 밑줄을 얼마나 그어댔는지 모른다.
도대체 언제쓰인 소설인지 궁금해서 년도도 찾아보기도 하고(무려 160여년전 소설이라니...) 오랫동안 대충의 줄거리만 알고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내자신을 반성했다. 좀더 빨리 읽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마담 보바리는 두고 두고 읽고 또 읽을것 같다. 어느글하나 의미없는 부분이 없다. 역시나 해설에서 본것처럼 쉽게 쓰인 부분이 없는 것이다. 작품해설부분을 읽고 막연히 생각했던 감상들이 완전히 정리가 되었고 이해도 쏙쏙 잘 되었다. 그리고 플로베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인지 느껴져서 더욱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