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최후의 순간에 별은 자신의 외피를 벗어던져 그 내용물을 우주라는 광막한 무無이자 절대적인 모든 것의 공간에 흩뿌린다. 그렇게 퍼져나간 별 먼지 중 매년 4만 톤이 지구로 떨어지며, 여기에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통해 끊임없이 활용될 원소들이 들어 있다. 당신의 몸은 그런 우주적 사건의 결과물, 불타오르던 거대한 별의 잔해로 구성되어 있다. --- p.13
태양계 천체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움직이는지 잘 (혹은 대충이라도) 알기 전까지는 그들의 움직임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번 알고 나면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겸손한 이웃들은 모두 각자 그 긴 낮과 감춰진 밤 동안 느릿느릿하고 희미한 왈츠를 추고 있다. 멈추어서 숨을 고르거나 박수를 청하지도 않고, 그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 p.21
우리가 보는 것은 언제나 8분 전의 빛인데, 이러한 우주적 지연이 있다고 해서 해지는 풍경이 덜 아름답거나 일몰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실제로는 이미 져버린 뒤라고 해도, 지연된 태양빛은 당신이 보고 있는 일몰 풍경 속에 아직 남아 있다. --- p.27
이 원자 갤러리에서 우리는 그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 봐요! 이렇게 아주 작고 겸손한 것들이 모든 사물을 책임지고 있다니,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에요.”--- p.29
하지만 다 괜찮다. 우리가 밤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당혹스러워 할 때만큼은 과거를 곧장 바라보고 있는 것이니까. 빛은 초당 299,792,458미터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지만, 그 거리가 의미하는 건 빛이 우리가 그리워할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p.54
들숨에는 외부 대기에서 분해되고 남은, 아주 작지만 엄청난 양으로 우리의 내부에 도달할 우주 먼지의 잔해도 들어 있다. 분명 올해 언젠가 떨어진 유성의 입자도 들이마시게 될 것이다.--- p.67
별들과 다를 바 없이 언제나 달은 거기에 있다. 낮 동안에는 하늘이 너무 밝아서 별이 보이지 않지만, 달은 가끔 낮에도 밤보다 더 밝게 보인다. 이 우주라는 세상을 함께 알아나가고 함께 춤을 출, 조금씩 우리의 낮을 길게 늘여주고 우리를 느긋하게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 p.72
우리 몸을 구성하는 70억 곱하기 10억 곱하기 10억 개의 원자와 우주에 있는 다른 모든 원자를 다 합쳐도, 실제로는 99.9999999퍼센트가 빈 공간이다. 그러나 실제로 완전히 텅 빈 것은 아니다. 서로 가까이 겹쳐 있기를 거부하는 전자들과 파동 함수, 보이지 않는 양자장, 그리고 종이 한 쪽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거대한 개념들로 가득 차 있다. --- p.79
당신, 당신도 나이가 들었다. 탄소, 산소와 같은 당신 몸속의 수많은 원자는 거대한 별 안에서도 만들어진다. 당신은 별이 될 수도 있었던 그 모든 것과 아주 약간 구조가 다른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138억 년째 존재해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신이 가끔씩 지쳐 있는 것도 당연하다.--- p.86
당신과 손을 잡을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은 전자구름과 전자기장이다. 촉감은 사물 사이에 작용하고 있는, 아주 작지만 무척 중요한 척력일 뿐이다.--- p.113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이라 불리는 조상의 후손이다.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 조상은 대략 40억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p.117
이 같은 연소 과정, 그리고 근사한 풍경을 만드는 잔해 덕분에 ‘다환방향족탄화수소’라 불리는 물질이 온 우주 구석구석까지 흩뿌려진다. 이 화합물들 때문에 우주에서는 뜨거운 금속과 디젤 연기의 냄새,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달콤한 탄내의 향연이 빚어내는 기묘한 냄새가 난다.--- p.125
수십억 년 전의 과거에는 젊고 격렬한 별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아서 우주는 수레국화 같은 푸른빛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십억 년 동안에도 우주는 계속 변모할 것이고, 짜릿하게도, 점차 베이지색으로 물들어갈 것이다.
--- 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