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11월 19일 |
---|---|
쪽수, 무게, 크기 | 472쪽 | 454g | 128*200*23mm |
ISBN13 | 9791170520580 |
ISBN10 | 1170520588 |
출간일 | 2021년 11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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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72쪽 | 454g | 128*200*23mm |
ISBN13 | 9791170520580 |
ISBN10 | 1170520588 |
MD 한마디
[루틴이 재난이 된 세계] 몸에 밴 습관만 반복하다 죽는 전염병이 유행한다.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돌진했고 세계는 텅 비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중국계 미국인 캔디스만 회사에 남아 모든 상황을 블로그에 기록한다. 루틴이 재난이 된 세계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소설 MD 김소정
종말의 시대, 습관이란 굴레에 갇혀 버린 밀레니얼 세대의 초상! 팬데믹, 이민, 직장, 가족, 자본주의란 테마를 아우른 화제의 소설 영라이언스 픽션 상·화이팅 상·커커스 상·FAW 문학상·VCU 캐벌 상 수상 펜/헤밍웨이 상 노미네이트 미국 문단을 이끌 차세대 작가로 손꼽히는 링 마의 데뷔작 『단절』이 출간되었다. 밀레니얼 세대 이민자 여성의 시각으로 중국에서 유래한 신종 질병으로 인해 닥친 종말을 그려낸 이 작품은 2018년 출간된 이후 [뉴요커], [NPR], [허핑턴 포스트], [엘르], [마리끌레르] 등 여러 매체에서 선정한 그해의 도서에 올랐고 영라이언스 픽션 상, 커커스 상, FAW 문학상, VCU 캐벌 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매년 전미에서 유망한 작가들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는 화이팅 재단(Whiting Foundation)은 2020년 링 마를 수상자로 선정하며 “좀비 소설, 로드 무비, 이민자 소설, 신랄한 풍자, 첫사랑 이야기라는 이질적인 장르가 융합된 ‘슈퍼 장르’로, 이러한 형식은 치명적 전염병을 통해서 말기 자본주의의 양상과 특히 문화적 향수를 포함한 현대 미국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서술적 렌즈를 제공한다.”고 평했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단절』은 작중에 묘사된 상황의 유사성뿐 아니라,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란 외피 안에 부조리한 직장 문화와 이민자 서사, 소비지상주의 등의 다양한 테마를 녹여낸 섬세한 묘사로 입소문을 타며 팬데믹 시대에 읽어야 할 도서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
프롤로그 9 1장 18 2장 47 3장 59 4장 100 5장 124 6장 131 7장 155 8장 165 9장 177 10장 194 11장 216 12장 233 13장 244 14장 246 15장 262 16장 277 17장 311 18장 339 19장 358 20장 376 21장 390 22장 401 23장 429 24장 437 25장 450 26장 458 감사의 말 470 |
팬데믹을 겪는 것과 병에 걸리는 걸 무서워하는 것과 병에 걸리진 않았지만 걸린 것처럼 살아가는 것의 차이에 대해 나누고 싶어지는 책.
이 소설이 말하는 건 꽤 다양해서 읽는 사람의 관심사에 따라 다른 걸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독서모임 하기 좋아봬. 이민자 서사 속에 자본주의, 도시, 성공한 삶, 쓸모있는 사람, 공동체, 팬데믹이 다 들어가있다. 소설 속 세상에는 선열병이란 이름의 팬데믹이 유행하고 있다. 증상은 ‘몸에 박혀버린 루틴’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 루틴은 무의식 속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 이를 테면 월요일에 휴가를 냈는데도 그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월요일이다’ 자각하고 몸이 긴장했다가 이내 풀어지는 것.
성실해야 살아남는다는 건 진리일까? 학습된 걸까? 어릴 때부터 엄마가 경고해서일까? 인생에 상상력이 부족하면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 한참을 더 헤매게 된다. 이제껏 하던 걸 하게 된다. 그것이 안전하다고 믿게 된다. 안전이란 내가 늘 하던 걸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할까? 사십 년 가까이 학습된 채로 살았는데 이제와 학습과 무관한 자유를 상상해본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내가 선열병에 걸리면 어떤 행동을 반복할까’ 고민하게 된다. 병에 걸리진 않았지만 루틴, 시스템에 내 몸을 끼워맞추는 삶에 대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만든 기억들과 무의식에 대해.
??
“네 아빠는 야심이 많은 사람이란다. 너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어 했지. 그런 삶이 가능한 곳은 미국뿐이었고. 너는 우리의 유일한 자식이야. 그러니 넌 아빠보다, 적어도 아빠만큼은 잘해야 해.
그런데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시는 거예요? 나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지했었는지를 인정하기가 두려운 마음에 엄마에게 되물었다.
네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거, 엄마는 마침내 그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네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단다.”
또 다른 팬데믹을 가상하여 쓴 소설이다. 이름하여 '선 열병'
"선이디오이데스라는 균이 선전 지역에서 생겨난 이후 중국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중략) 선 열병은 중국 내 경제특구인 제조업 밀집 지역의 공장에서 우연히 변종을 일으킨 진균 포자가 온갖 화학 물질이 과하게 뒤섞인 혼합물을 통해 증식한 결과였다" (342쪽)
소설의 중심 무대는 미국 뉴욕이다. 인구가 대다수 밀집 되어 있는 거대한 도시 뉴욕을 배경 삼아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이 사람들에게 침투하여 이성을 잃게 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주인공 캔디스 첸은 이민자 2세다. 성경을 판매하는 직업을 가진 그녀는 중국과 홍콩 등지를 오고가며 성경이 잘 인쇄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본사는 당연히 미국 뉴욕에 있다. 소설의 스토리 전개는 중첩되어 진행된다. 선 열병에 감염되어 살아남은 소수의 미국인들이 마지막까지 생존하기 위해 이쪽 저쪽을 옮겨다니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가 갑자기 선 열병이 감염되기 전의 장면들을 주인공 캔디스 첸의 발걸음에 따라 이야기가 소개된다. 감염병이 창궐하여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과 감염병이 막 시작되었을 때 반신반의하며 일상의 생활을 유지해 가는 장면들이 번갈아 가면서 소개된다.
가상 상황을 전제로 씌여진 소설이긴 하지만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은 팬데믹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아직도 우리가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2년 넘게 아니 앞으로 3~4년 정도까지 거뜬히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비추어 볼 때 감염병은 이제 우리 사람들에게 가장 피부로 와 닿는 관심사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과거에 있었던 흑사병, 콜레라, 독감, 사스가 옛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며 미래의 이야기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소설 속 가상의 감염병인 '선 열병' 조차도 그저 상상 속의 질병이 아닐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게 된다.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렇지도 않게 피난가지 않고 일상의 삶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목숨의 위태로움을 미리 깨닫고 가족들과 함께 일치감치 안전 지대로 옮기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대한 대도시가 서서히 죽음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이성을 잃은 걸어다니는 시체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볼 때 섬뜩함을 넘어 인생의 허무함을 생각하게 된다. 좀 전까지만 하더라도 패션의 일번지이라 원활한 경제 중심지였던 뉴욕이 약탈의 중심지가 되고 폐허가 되리라고는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감염병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그렇게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눈에 보여지는 전쟁보다 보여지지 않는 감염병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
감염병을 이슈로 다른 소설이지만 내게는 또 한 가지 소재가 눈에 들어왔다. 성경을 인쇄하는 과정 속에 불공정한 과정들이 개입되고 있는 상황을 그려낸 부분이다.
"우리가 당신네 나라의 유럽-미국 기독교 이념을 선전하기 위한 상징적인 텍스트를 제작하고 있는데 당신네와 당신네 고객들은 이 일에, 이 중요한 과업에 드는 제조 단가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고 공격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고, 인쇄 건마다 납품은 재촉하면서 인건비는 매년 삭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140쪽)
작가는 어떤 의도에서 이런 부분들을 소재로 가져 왔을까? 공정무역에 관한 부분이다. 성경을 인쇄하는 과정에서 인건비가 제대로 책정되고 있지 않는 부분, 제조 단가를 줄여 이익을 챙기려는 부분, 협상이라는 이름으로 인건비를 삭감하는 부분들이 읽는 내내 불편했다. 물건 값이 무조건 싸다고 해서 좋은 것 아닌 것 같다.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는 물건을 만드는 데 소모된 인건비를 제대로 보상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인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마저 선 열병에 감염되었다. 공장을 운영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성경 인쇄도 중단되었다. 이처럼 감염병은 최악의 경우 모든 경제를 올스톱할 수 있음은 엿볼 수 있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