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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뷰 총점6.4 리뷰 10건 | 판매지수 7,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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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28g | 128*188*20mm
ISBN13 9791167521859
ISBN10 1167521854

이 상품의 태그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글을 시작하며

Part 1

2021. 7. 25(일)
스위스 안락사 동행 제안을 받았습니다

8. 10(화)
영혼의 내시경

8. 13(금)
스위스행 항공권을 받다

8. 21(토)
생애 마지막 생일

8. 22(일)
죽으러 가기 위한 코로나 검사

8. 23(월)
죽음의 대기 번호 ‘444’

8. 24 새벽(화)
네덜란드를 경유하여 스위스로

8. 24 오후(화)
드디어 그를 만나다

8. 25(수)
귀천을 하루 앞둔 날

8. 26(목)
조력사로 생을 마감하다

Part 2

죽음을 두렵지 않게 맞는 방법
죽어가는 사람과 함께한 5개월
내가 만난 큰 바위 얼굴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두 가지 문제
삶과 죽음의 맞선 자리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나 죽고 그대 살아서
죽음을 쓰는 사람
막상 내 죽음이 닥쳐 봐, 그게 되나
영성의 배내옷, 영성의 수의
죽음은 옷 벗기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이 예술
나의 영끌리스트
죽음 앞의 소망
사후 세계의 확신
신이 뭐가 아쉬워서

글을 마치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책을 내는 저의 목적은 내게 인연이 닿은 한 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그것을 계기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인생이 얼마나 유한한가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죽음이 막연한 게 아니라, 생전 안 죽을 것 같은 게 아니라, 동전처럼 삶의 이면에 딱 붙어있는 거란 사실을 그분의 죽음을 통해 확연히 깨달았던 것입니다. 안락사에 초점을 두기 전에 죽음 자체가 이제는 양지로 나와야 합니다. 사는 이야기의 한 자락으로 죽음도 일상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모든 죽음은 삶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 p.10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지인이 있습니다. 우리 삶은 모두 시한부지만 그분은 그 선이 보다 명확해졌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호주에 살고 있는 암 환자이고 스위스에서 도움을 받아 생을 마칠 계획을 세워두셨지요. 엊그제 갑자기 그분이 제게 스위스로 조력사 여행을 떠날 때 동행해 줄 수 있을지 의사를 물었습니다. 함께 갈 수 있다면 경비는 당연히 본인이 부담하겠다는 말씀과 함께. 저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저에 대한 그분의 신뢰에 대한 놀라움, 여행의 특성에 대한 놀라움, 제 역할에 대한 놀라움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정말 그분의 죽음 여행(기어이 이 말을 꺼냅니다. 참 많이 망설였습니다.)의 동행자가 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배웅하게 된다면 돌아온 이후 제 삶은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 pp.22~23

“오늘이 호주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제 COVID 테스트를 받았고 결과도 나왔습니다. 오늘 새벽에는 옷장의 옷들을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습니다. 키우던 강아지는 사무실 위층에 사시던 한국인 가정에서 돌봐 주기로 했습니다. 낯선 곳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놓이네요. 아내와 나는 내일 오후 3시에 출발해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스위스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 p.35

조력사 단체에서 담당 의사가 찾아왔고, 마지막 면담을 한 후 ‘최종 사인’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두렵지는 않은데 어릴 때 달리기 출발선에 섰을 때처럼, 아니면 대중 앞에서 연설하기 전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되네요. 어떤 면에선 설레기도 해요.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저승사자가 찾아오는 거지만 엄밀히는 내가 저승사자를 찾아가는 거지.”라고 하셔서 우리를 또 한 번 망연한 두려움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 p.66

“이제부터 충분히 시간을 드릴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고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준비가 되면 저희를 부르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 후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습니다. 그분 조카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우리도 따라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렇게 와 줘서 고마워요. 모두들 수고 많았어요.” 담담한 어투에 따스한 표정,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예행연습’을 했으면 저럴 수 있을까요.“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제가 물었습니다. “글쎄요... 어디든 가겠지요.” “좋은 데로 가실 것 같나요?” “있다면 갈 것 같아요.” “지금 누가 가장 보고 싶으신가요?”“어머니요. 부모님이 마중 나와 계시면 좋겠어요.”
--- pp.96~97

죽음에 대한 공부는 마치 세상의 안과 밖 경계선을 더듬는 것 같습니다. 해안선처럼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선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선은 가르고 막는 역할이 아니라 만나고 접속케 하는 의미를 갖습니다(그렇다면 ‘경계’라고 해서는 안 되겠지요). 삶에게 죽음을, 죽음에게 삶을 소개하는 맞선 자리 같은 거죠.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둘이 함께 탄생하고 함께 소멸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전의 한 면, 삶 쪽만 봅니다. 다른 면에 대해서는 마치 없는 듯이 굽니다. 그러다 어느 날 동전이 얼굴을 확 바꾸는 순간, 죽음에 잡아먹히고 맙니다.
--- pp.134~135

죽음은 지상에 자아의 옷, 에고의 옷을 반납하는 일입니다. 옷에 겹겹이 갇혀 속살이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었던 사람일수록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중목욕탕에 처음 갔을 때처럼. 꽉 끼는 옷을 입은 사람일수록 벗을 때 애를 먹겠지요. 그러기에 평소에 옷을 좀 헐렁하게 입어야 합니다. 때가 되면 훌러덩 벗을 수 있도록 가볍고 편한 옷으로.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도 저 옷 밑에 나하고 똑같은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연민과 사랑으로 볼 수 있어야겠지요. 내 것이라고 움켜쥔 손은 다소나마 힘을 풀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옷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테고요. 자아는 본래의 내가 아닙니다. 그 깨달음이 온다면 죽음이 훨씬 덜 무서울 것 같아요. 그냥 옷을 벗는 거니까요.
--- pp.161~162

일반석도 아닌 비즈니스석을 타고 스위스까지 ‘거창한’ 배웅을 나갔지만 정작 저는 가시는 분의 행선지를 몰랐습니다. 사실 본인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기막힌 일 아닌가요? 행장을 완벽히 꾸리고 국제 공항으로 나갔는데 그 많은 나라 중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당황스럽겠습니까. 되돌아보면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만난 하나님을 그때 만났더라면 그분 손에 천국행 티켓을 쥐어드렸을 테지만, 그리고 천국행 티켓은 스위스에서는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드렸을 테지만 이제는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 pp.187~18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스위스행 편도티켓을 쥔, 일면식도 없던 조력자살 희망자와 동행한 저자의 기록

우리나라도 안락사나 조력사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때에 2016년과 2018년에 이어 2021년,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로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택한 말기 암 환자와 동행한 후, 내밀한 시선과 섬세한 필체로 담담히 써 내려간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는 우리 내면에 충격적이면서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법 제정 운운 이전에 삶과 죽음이 일상 대화 속으로 들어오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조력사로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과 스위스까지 함께 가줄 수 있는가?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어느 날 한 독자로부터 스위스 조력사 동행 제안을 받는다. 본인 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책에는 죽음 여행을 떠나기 전, 죽음과 삶을 성찰하며 두 사람이 나눈 깊은 인문적 대화와, 실제로 죽어야 하는 사람과 그 죽음을 간접 체험하는 사람의 공포와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위스로 떠나기 전, 저자는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돌려보리라 마음을 다잡지만 결국 죽음의 침상에 눕고 마는 그를 보며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든다.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 당신도 조력사를 택하겠는가?

특별한 배웅을 하고 온 저자는 안락사와 조력사 논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위태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에 동행했다고 해서 본인이 조력사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조력사 현장을 경험한 후 기독교인이 된 저자는 생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며 따라서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조력사는 또다른 조력사를 부를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와 함께.

회원리뷰 (10건) 리뷰 총점6.4

혜택 및 유의사항?
삶을 스스로 내려놓는다는 것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3.02.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살고 죽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아무도 없다. 건강상 별 문제없이 지내는 와중에도 이따금 나이 드는 내 자신을 살피게 되고, 나의 죽음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언제, 어떠한 형태로 겪게 될지는 모르나, 아직은 멀었다고 믿고 싶다. 많은 이들의 사정도 비슷할 것 같다.  판단을 잠시 중단키로 했다. 감정이 격해지고, 자칫 세상을 떠난 이를 향한 비난의 말이 튀어나올;
리뷰제목

살고 죽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아무도 없다. 건강상 별 문제없이 지내는 와중에도 이따금 나이 드는 내 자신을 살피게 되고, 나의 죽음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언제, 어떠한 형태로 겪게 될지는 모르나, 아직은 멀었다고 믿고 싶다. 많은 이들의 사정도 비슷할 것 같다. 

판단을 잠시 중단키로 했다. 감정이 격해지고, 자칫 세상을 떠난 이를 향한 비난의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조심스러웠다. 저자의 태도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는 죽음을 경험함으로 인해 삶을 향한 강고한 신념을 지니게 된 듯했다. 결코 스스로 삶을 내려놓아서는 아니 된다는, 이는 특정 종교에 기반한 믿음이기도 하였고, 동시에 남은 식구들을 바라보며 피어난 생각 같기도 하였다. 

살다 보면 가까운 이의 죽음을 목도하는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허나 저자의 경험은 독특했다. 비슷한 경험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기도 했다. 오랜 논란 끝에 더는 진전 없는 치료의 과정을 중단하는 게 서서히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아직까진 그리고 향후 오래도록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얻어 제 삶을 끊는 행위가 정당하게 여겨지는 일은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돌아가신 분과 저자의 관계 또한 오묘했다. 혈연이나 지연, 학연 따위로 엮이지 않은 작가와 독자. 그것도 호주 교민. 머나먼 스위스로의 여행경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오래도록 교류가 있어 왔으니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초청을 했겠지만 이해가 쉽지 않았다. 애초부터 이해하려 들었던 게 잘못일 수도 있다. 오래도록 그를 괴롭혔을 통증, 좀체 나아지지 않는 몸 상태로 인한 좌절과 절망을 안다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죽음으로의 초청 역시 내겐 매우 어려웠다.

그저 과정을 따랐다. 스위스에 가기로 결정을 해 놓고도 끊임없이 흔들리던 마음, 출국을 위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양성이 뜨길 바란 저자의 심정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함께 비행기에 오른 이들은 자신들의 설득으로 죽음을 바라보던 한 생명이 뒤돌아설 수 있으리란 일말의 희망을 지닌 상태였다. 정작 당사자는 저승사자를 자신이 직접 찾아 나선 것에 불과하다며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누군가는 죽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와중에도 저자는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일상이 계속 전개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심한 자괴감을 안겨다 주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다 하여도 죽음은 오롯이 홀로 치뤄내야 할 과업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죽음을 결코 제 것마냥 끌어안을 수 없고, 그저 불편을 느꼈으며 불안을 호소하는 모습이, 초청에 응한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손님임을 분명히 말해주었다.

죽음에 어울리는 장소가 과연 있을까. 예전에는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잦았으나 이젠 아니다. 모두가 집 떠나 병원에서 객사(!)하는 시대다 보니 저자 또한 정갈을 뛰어넘어 고색창연함을 풍기는 병원을 상상했다. 그러나 이들을 데리러 온 사람의 모습은 우리가 장례식장에서 흔히 보곤 했던 정장 차림이 아니었으며, 들어선 공간 또한 죽음과는 동떨어져 보였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죽음의 순간이었다. 단지 묘사의 힘이었을까. 평소처럼 쏟아지는 졸음에 눈꺼풀이 감기듯 상대는 떠났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레버를 잡아당김으로써 생을 마감한 이의 명복을 빌 따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와 같은 죽음은 아직까지 보편적이지 못하다. 떠난 이의 아내는 호주에서 죽음의 이유를 설명해야만 하는 순간을 만날 때마다 힘겨워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무심하게, 때론 배려하는 말투로 던지는 물음이 화살이 되어 심장에 박혔다. 애도가 쉽지 않은 죽음, 어떠한 죽음도 쉬울 리 없지만 안락사는 특히 그랬다.

종교에 대해서는 깊지 읽지 않았다. 이 문제는 설득의 문제일 수 없고, 특정 종교에 귀의한다 하여 해결될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나는 다시금 묻기로 했다. 마지막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혹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상실할 정도의 상황에 놓였다면, 그래도 나는 살고 싶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왠지 그 순간이 되어도 자신있게 답을 하긴 힘들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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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버지의 죽음 가까이에서 내 죽음을 함께 생각한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2.10.20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1990년 가을에 1900년을 출생연도로 삼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추석 연휴와 겹쳐 5일 동안 장례를 치렀다. 쌍문동에 있는 병원 장례식장이었는데, 당시의 여자 친구가 찾아왔을 때 함께 만화방에 갔다 왔다. 5일은 꽤 긴 시간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우는 장면을 처음 보았다. 군인을 직업으로 삼은 아버지가 우는 것을 그 전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담배를 태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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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가을에 1900년을 출생연도로 삼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추석 연휴와 겹쳐 5일 동안 장례를 치렀다. 쌍문동에 있는 병원 장례식장이었는데, 당시의 여자 친구가 찾아왔을 때 함께 만화방에 갔다 왔다. 5일은 꽤 긴 시간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우는 장면을 처음 보았다. 군인을 직업으로 삼은 아버지가 우는 것을 그 전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담배를 태우는 것도 그때 처음 보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조력사는 안락사와 함께 인위적으로 생명을 중단하는 방법이지만, 안락사는 타인에 의한 생명 중단으로,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로 나뉩니다. 한편 조력사는 외부의 도움을 받되 스스로 치사량의 약물을 마시거나 주사를 놓는 자살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소극적 안락사는 합법입니다.” (p.5)

 

  할머니의 죽음 이후 나는 바로 지금, 가장 죽음 가까이에 있다. 죽음을 직감, 같은 것이 아니라 죽음을 실감,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아버지는 4월 초 코로나에 걸렸고, 그때 이후 급전직하로 건강이 나빠졌다. 이미 3년 전부터 폐암을 앓고 있었지만 기적에 가깝게 관리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현저한 인지기능저하가 발생하고 말았다. 아기의 울음처럼 많아진 아버지의 울음을 겪어내는 중이다. 

 

  “이 세상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다거나 극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루빨리 떠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불안하거나 두렵지도 않습니다. 저 같은 중환자들은 의료진의 말 한마디, 검사 결과에 생사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환자 대부분은 긴장, 초조,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 결과를 기다리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는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pp.13~14)

 

  인지기능저하와 함께 여러 신체기능저하도 뒤따랐다. 애초에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던 신장이 나빠진 이후 회복되지 못하였다. 지지난 주부터 투석이 시작되었다. 폐가 아닌 다른 곳을 발원지로 하는, 피부암의 일종인 메르켈세포암이 생겼다. 예후가 좋지 않은 휘귀암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것 또한 지지난 주의 일이다. 콧잔등에 도드라진 종양을 없애는 방사선 치료가 10회차를 넘어섰다.

 

  “거기까지 간 사람 중에서 막상 닥쳐서는 마음을 바꾸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70%는 마음을 돌린다지요? 우리가 잘 설득해서 한국으로 모시고 옵시다. 한국에서 치료받도록 잘 말씀드려 보지요. 의료의 질적 면에서, 특히 암 환자 치료는 한국이 호주보다 앞서 있다고 봐야죠.” (p.48)

 

  죽음에 가까이 있는 동안 죽음과 관련한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였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는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이 부제가 붙어 있다. 부제 그대로이다. 몇 년 전, 까페 여름의 선배와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선배는 생각보다 안락사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대신 그쪽에 보낼 편지를 영문으로 작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도 하였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밸브를 손수 돌리세요. 그러면 수 초 안에 편안히 잠드실 겁니다.”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분이 밸브를 돌렸습니다.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설명을 하던 남자도 흠칫 놀랐고 우리의 입에서도 짧은 탄식이 나왔습니다.

  “아 졸리다...”

  그 말을 끝으로 5~8초 남짓한 사이에 고개가 옆으로 떨어졌고, 입가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밸브를 돌려 약물을 주입, 삶과 죽음의 경계를 찰나로 넘던 그 순간, 저는 그분의 발이 식어갈 때까지 잡고 있었던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p.97~98)

 

  오래전 젊은 시절 묘비명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태어날 때는 내 의지가 아니었으나, 죽을 때는 내 의지대로 간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요지의 문장을 떠올렸다. 죽음이 가까이 있으니 죽음에 관한 책이 잘 읽힌다. 지금부터 우에노 지즈코라는 일본의 사회학자가 쓴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한다》라는 책을 읽을 생각이다. 아내와 나는 자식을 두지 않기로 작정하였고 그렇게 했다. 아버지의 죽음 가까이에서 내 죽음을 함께 생각한다. 


신아연 /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책과나무 / 174쪽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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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조력사에 대한 내용은 흥미로우나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2점 m*****u | 2022.10.0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내용에 관심도 없고 과하면 거부감이 들어서 그런지 1부의 조력사 과정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만 2부에는 계속 종교얘기만 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스위스 안락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과정을 나름대로 상세하게 알 수 있게 설명한 부분은 흥미롭게 읽었어요삶을 포기하는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다;
리뷰제목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내용에 관심도 없고 과하면 거부감이 들어서 그런지 1부의 조력사 과정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만 2부에는 계속 종교얘기만 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스위스 안락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과정을 나름대로 상세하게 알 수 있게 설명한 부분은 흥미롭게 읽었어요
삶을 포기하는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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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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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기독교인이 된 사람이 안락사 반대 의견을 쓴 책입니다. 쓸데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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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 | 2023.02.10
평점1점
1부와 2부의 결이 너무 다르네요. 한 권을 온전히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는지 의아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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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 2023.01.14
평점1점
죽은 후 천국이 정말 있으면 어쩌실 겁니까. 확률은 반반입니다.- 작가의 수준에 경악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골드 a******4 | 20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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