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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의 독서법

: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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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82g | 132*210*20mm
ISBN13 9791192836003
ISBN10 1192836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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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서는 체계가 없었다. 당시에는 내가 왜 이런 책에 끌리는지 깨닫지도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몇 안 되는 백인이 아닌 아이들 가운데 하나로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국외자에 관한 책에 끌렸음에 틀림없다. 오즈의 도로시, 원더랜드의 앨리스, 나디아의 루시도 낯선 땅의 국외자로서 일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세계에서 길 찾는 법을 익히려 애쓰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p.19

무엇보다 책은 점점 부족화·양극화되는 세계에서 더욱 소중해지는 공감을 촉진할 수 있다. 영국 소설가 진 리스는 이렇게 썼다. “책읽기는 우리 모두를 이민자로 만든다. 우리를 고향으로부터 멀리 데려간다. 하지만 더욱 중요하게, 어디서든 우리의 고향을 찾게 해준다.” (…) 정치와 사회의 분열로 쪼개진 세계에서, 문학은 시간과 장소를 가로질러, 문화와 종교 그리고 국경과 역사 시대를 가로질러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다. 우리의 것과 아주 다른 삶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인간 경험이 주는 기쁨과 상실감을 함께 나눠 갖는 느낌을 가져다줄 수 있다.
---p.23~24

아디치에는 사회와 감정의 세부를 낱낱이 들여다보는 열 추적 장치와도 같은 눈을 갖고 있다. 이런 재능으로 이페멜루의 경험을 놀랍도록 직접성 있게 전하는 한편, 일부 미국인들의 무신경한 인종주의와, 자유주의 정치를 휘장처럼 두르고 싶어하는 저 진보주의자들의 위선을 풍자한다. 외국인인 이페멜루는 짓궂은 유머로 미국 문화가 가진 수많은 이상한 점을 지적한다.
---p.27

나는 1982년 보르헤스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 수년 전 어머니에게 약속한 이후 매일 밤 빼놓지 않고 주기도문을 왼다고 보르헤스는 덧붙였다. “이 운명의 다른 쪽 끝에 누군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불가지론자가 된다는 건 모든 게 가능함을, 심지어 신도 가능함을 뜻합니다. 이 세상은 아주 이상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불가지론자가 된다는 건 내가 더 크고 더 미래적인 세계에 살게 합니다. 나를 더 관대하게 만들어요.”
---p.68~69

포크너의 콜라주 방식의 서사는 기억의 주관성, 인식의 한계, 다른 개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일의 어려움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고립감과 쓰라림을 느끼는 인물이 애디만은 아니다. 애디의 네 아들, 임신한 딸, 무뚝뚝한 남편, 애디의 여러 친구들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독백을 통해, 우리는 이들 모두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혼자라는 느낌과 어긋나 있다는 느낌은 인간 조건의 일부라고 포크너는 말한다.
---p.101~102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시인의 정확성과 과학자의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호프 자런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자런의 이 회고록은 자신의 천직을 발견하는 짜릿한 이야기이면서, 재능 있는 교사가 식물의 은밀한 삶에 대해 일러주는 지침서이다. 올리버 색스의 글이 신경학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글이 고생물학에 한 일을, 이 책은 식물학에 하고 있다.
---p.192

“무인도”에 가져갈 책(외딴섬에 난파될 경우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뭘 선택할 것인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셰익스피어 극을 이야기한다. 셰익스피어 극은 대단히 흥미로우며 다층적이고 복잡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언어가 단순해서 구조선이 도착할 때까지(또는 도착하지 않을 때까지)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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