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대방이 일대일로만 맺어진 관계가 아닌, 나와 아이, 상대방과 상대방의 아이, 이렇게 2인 1조로 만나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아이를 매개로 어떤 관계보다 쉽고 빠르게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반대로 아이 때문에 어떤 관계보다도 쉽게 등을 돌릴 수 있는 관계다. 아이들이 치고받고 싸우거나, 서로에게 상처라도 입히면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흥분한다. 결국 아이들이 나중에 다시 친해지고 싶어도, 엄마들 눈치를 보느라 같이 못 노는 일도 일어난다. 결국 어제의 절친이 오늘의 원수가 되어버린다.
--- p.7, 「프롤로그_난이도 최상의 인간관계가 시작된다」중에서
“저도 다음 주에 퇴소하는데, 혹시 저도 함께해도 괜찮을까요?”
너무 절박하거나 들이대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하지만 안 끼워줘도 상관없다는 식의 오만함도 풍기지 않아야 한다. 짐짓 초연하면서도 겸손하게 물어봤다.
“그럼요! 좋아요.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나름의 계산이 가미된 나의 용기가 초라해지지 않도록 다른 산모들도 반갑게 환영해줬다. 야호! 내게도 조리원 동기가 생긴 것이다. 친구에게도 연락해서 마구 자랑을 해댔다.
“나도 조동 생겼다!”
친구는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
“웰컴 투 더 엄마들의 세계.”
--- p.22, 「1장_나가면 불편하고, 안 나가면 불안한 엄마들의 모임」중에서
엄마들 모임은 파국으로 끝난다는 속설과는 다르게 수십 년간 지속되는 모임도 있는데, 오래가는 모임을 보면 ‘아이 자랑하지 않기’가 그 비결인 경우가 많다. 바꿔 말하면 모임이 유지되기 어려운 이유도 ‘아이 자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쪽이 자랑하면 다른 한쪽은 질투하게 되고, 결국 사이에 금이 가버린다. 그런데도 엄마들이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게 자식 자랑이다. 남의 집 자식 자랑을 듣고만 있자니 속이 상해서 어떻게든 자랑거리를 만들어 참여하기도 한다.
“만날 책만 보아대니 시력이 엄청 나빠졌어. 영재고 합격하면 뭐하냐고.” 자기 아이를 흉보는 듯 말하지만 실은 자랑이다. 그만큼 엄마들이 모이면 누구라 할 것 없이 자식 자랑을 한다. 하지만 자식 자랑을 하는 순간 누군가는 시기와 질투를 느낄 것이고, 혹시라도 그 아이가 작은 흠을 보였을 때 더욱 고소해할지 모른다. 그러니 자식 자랑은 모두를 위해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 p.106~107, 「3장_엄마들 모임에서 지켜야 할 품격 있는 태도 여덟 가지」중에서
“다들 잘 들어가셨죠? 오늘도 역시나 즐거웠어요.”
4, 3, 2, 1, ……. 메시지에 1이 없어졌는데도 아무도 답이 없었다.
‘다들 바쁜가 보네……. 아이 재우는 시간인가 보다. 나중에 톡 남기겠지.’
평소에는 쉴 새 없이 소통하는 단톡방이었지만 이런 날도 있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육퇴 후에도, 다음 날 아침에도 단톡방은 조용했다. 그제야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든 가을 엄마는 채빈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필시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예고도 없이 벌어진 황당한 상황에서 가을 엄마는 어쩔 줄 몰랐다.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상상이 가는가? 잘 놀고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간 친구 넷이 한꺼번에 절연이라도 한 듯 연락을 끊으면 어떤 기분일지. 게다가 절친이었던 채빈 엄마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유를 모르니 불안감은 더 커져갔다.
--- p.185~186, 「6장_여자들 99퍼센트가 겪는다는 ‘은밀한 따돌림’」중에서
우리는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다양한 방어기제를 갖고 살아간다. 상처받기 두려워 스스로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작동하는 건 본능이다. 면역체계가 병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내듯이, 상처로부터 자아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방어기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을 얼마나 유연하고 건강하게 사용하는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해도 결국 관계를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건강하지 않은 것이다. 갈등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나 자신을 계속 속인다면, 결국 질 좋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나 자신도 발전할 수 없게 된다. 방어기제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들여다보고 대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 p.244, 「7장_방어기제를 알면 관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중에서
지금은 예전처럼 자주 만나는 엄마들 모임도 없고, 친한 엄마들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난다. 대신 한번 만나면 고등학교 동창끼리 만난 듯 신나게 수다를 떨고 돌아온다. 누가 좋은 소식을 전하면 진심으로 기뻐하고, 속상한 소식을 들으면 함께 슬퍼하고, 분노가 끓어오르는 이야기를 건네면 함께 이를 바득바득 갈며 공감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들과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서는 상대방의 말을 반추하거나 내 실수를 곱씹는 일도 드물다. 그저 다음에 만날 날까지 모두가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만 남아 있다. 시작은 아이 친구 엄마였지만 지금은 내 친구가 된 사람들. 만나면 즐겁고 헤어지고 나서도 깔끔한 관계. 그래서 다음 만남이 기다려지는 관계. 가끔씩 만나기에 누릴 수 있는 기쁨 아닐까.
--- p.280~281, 「9장_단단한 나, 단단한 엄마, 그리고 단단한 아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