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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514g | 137*203*30mm
ISBN13 9788954634274
ISBN10 895463427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 작가는 미치광이 아니면 천재다”
20세기 영문학의 ‘마녀’ 셜리 잭슨의 대표 단편선

6월 27일 10시,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이 시간이면 풍년을 기원하는 제비뽑기 행사를 치르기 위해 광장에 모여든다. 젖먹이 어린 아이부터 77세 노인까지 모두 제비를 뽑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미국 문학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리는 표제작 「제비뽑기」를 비롯해 일상의 광기와 공포를 다룬 25개 작품들이 실린 셜리 잭슨의 명단편집.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들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열일곱 번째 책을 선보인다. 앞서 출간된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힐 하우스의 유령』에 이어 처음으로 정식 소개되는 셜리 잭슨의 단편집 『제비뽑기』는 잭슨을 20세기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우뚝 서게 만든 대표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전체 5부로 나눠진 이 단편집에는 1부에 6개, 2부에 7개, 3부에 6개, 4부에 6개 단편으로 총 25개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 소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지옥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야만성과 악을 폭로하여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을 받는다. 또한 1부를 제외한 각 부의 앞머리에 악마에 관한 짧은 인용이, 마지막 5부에서는 악마로 추정되는 남자가 여성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미국 민요의 가사가 실려 있어 분위기를 더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013 취중 대화
021 유령 신랑
047 어머니가 만드셨던 것처럼
063 결투 재판
073 빌리지의 주민
083 R.H. 메이시와 보낸 시간


093 마녀
101 이탈자
123 당신 먼저, 친애하는 알퐁스
131 찰스
141 리넨에 둘러싸여 보내는 오후
151 꽃으로 꾸며진 정원
191 도러시와 할머니와 해군들


203 담화
207 엘리자베스
263 오래된 좋은 회사
271 인형
283 모호함의 일곱 가지 유형
295 아일랜드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어요


309 당연하지요
317 소금 기둥
341 커다란 신발을 신은 남자들
355 치아
383 지미가 보낸 편지
389 제비뽑기

Ⅴ 에필로그
407

410 작가 정보 | 셜리 잭슨
420 해설 | 김용언

저자 소개 (2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 작가에게는 직접 사과를 듣고 싶다”
평론가 앤서니 부처는 1949년 발표된 단편집 『제비뽑기』에 대해 “가공하리만치 무서운 시선으로 인간의 본질적인 야만성을 포착하는 대단히 뛰어난 작품들” 이라고 평했다. 수록 단편들 중에서도 단연 유명하며 뛰어난 작품은 표제작인 단편 「제비뽑기」다.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그리다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잔인한 결말로 끝을 맺는 이 작품은 문명사회의 이름 아래 숨겨져 있던 인간의 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 잔혹한 행위와 행위가 벌어지는 날의 따사롭고 맑은 날씨를 대비시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주제의식과 이야기의 재미, 충격적인 반전까지 대단하다는 점에서, 「제비뽑기」는 “미국 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단편”이라는 칭호와 스티븐 킹과 미야베 미유키가 꼽은 “최고의 공포 소설 중 하나”라는 칭호를 동시에 얻는 등, 인간 사회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했다는 평을 받으며 현대에는 영문학 교과서에 빼놓지 않고 포함되고 있다.
1948년 저명한 시사 잡지 《뉴요커》에 발표된 이 단편은 셜리 잭슨이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잭슨은 이 작품을 통해 비평가들의 격렬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는데, 《뉴요커》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며 비난하는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하지만 잭슨은 작가가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독자들에게 굴하지 않았으며, 「제비뽑기」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이야기로 말하려고 했던 것을 설명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어와 지금 당장, 바로 내가 속한 마을에서 벌어질 수도 있을 잔혹한 의례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보편적인 몰인간성과 무의미한 폭력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불쾌할 정도로 생생하게 각색해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1948년 7월 22일)

자신의 작품을 둘러싸고 어떤 논란이 일든 셜리 잭슨은 가치관을 굽히지 않았다. 잭슨은 독자가 받는 충격과 상관없이 자신이 천착하던 일상적인 악, 평범한 악에 대한 단편들을 계속해서 발표하여, 장편과 단편을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숨겨져 있는 야만성을 전달하는 데 꾸준히 힘썼다.

● 호러 소설의 틀을 뛰어넘는 셜리 잭슨표 공포
‘20세기 최고의 공포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는 셜리 잭슨은 생전 악마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둥‘마녀’라는 소문이 많았던 작가다. 특히 ‘고딕 시대풍의 고립된 분위기’, ‘저택에 사는 사람들’, ‘초자연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독자들의 공포를 자아내는 고딕 호러 장르에서 『힐 하우스의 유령』(엘릭시르, 2014)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뒤에는 유령 같은 오컬트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작가로만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힐 하우스의 유령』이 호러 장르의 고전으로 불리며 두 번이나 영화화되는 등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평론가들이 만장일치로 단편집 『제비뽑기』를 셜리 잭슨의 대표작으로 꼽는다는 것은 잭슨이 장르의 틀로만 해석할 수 없는 작가임을 시사한다.
잭슨은 『제비뽑기』의 25개 단편들에서 장르적 장치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그저 평소 인간이 자각 없이 행하는 야만적인 행위와 악의에 찬 행동을 정면에서 보여줄 뿐이다. 잭슨이 무심한 어투로 잔인하리만큼 독자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수법과 암암리에 인간의 악의를 읽어 내리는 가시 돋친 문체, 순수한 이야기의 힘만으로 긴장감과 공포를 쌓아올리는 방식을 보면, 어째서 셜리 잭슨이 장르의 거장이며 동시에 장르의 틀로 해석할 수 없는 작가인지 알 수 있다.

●‘마녀’가 ‘마녀’를 다루는 방식
셜리 잭슨은 십 대에 이미 우울증을 앓았던 전적이 있을뿐더러 마흔여덟이라는 이른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신경증을 달고 살았다. 잭슨의 어머니가 어릴 적부터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녀의 성격을 전혀 감싸주지 않은데다 잭슨이 틀에 박힌 요조숙녀나 현모양처의 삶을 살기를 끊임없이 바랐던 탓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잭슨은 자신이 겪었던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대한 압력을 ‘마녀’ 등의 오컬트 요소를 상징으로 활용해 표현하는 데 능했다. 실상 남성 중심 사회의 편견이 총집합되어 일어난 일이었던 ‘마녀재판’의 희생자들, ‘마녀’는 여성이자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총칭이나 다름없다. 잭슨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엘릭시르, 2014)에서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배척당하는 주인공 자매가 ‘마녀’였으며,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는 어머니와 언니에게 짓눌려 살다 끝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 엘리너가 ‘마녀’였다. 그리고 단편집 『제비뽑기』에서 잭슨은 단편 개개에서 모두 기존 사회의 권위에 밀려날 수밖에 없는 소외되고 고립된 여성을 그려 현대사회의 ‘마녀’ 들을 표현하고 있다.
잭슨이 ‘마녀’나 ‘악마’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컸던데다 악마의 목소리를 듣는 척도 잘해 마을에서 ‘마녀’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기록도 있지만, 이런 주제 의식은 그녀가 빠져들었던 오컬트 요소와 주제가 단순히 결합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잭슨은 작품 속에서 신은 물론이고 악마와 인간의 사회규범에 있어서도 전혀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사회에 순응함으로서 생겨나는 악에 대해 끈질기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비뽑기』에 드러난 ‘마녀재판’의 실체
단편집 『제비뽑기』 속에서 1부를 제외한 각 부의 앞머리에 실려 있는 발췌문은 17세기 영국 궁정 목사였던 조지프 글랜빌이 쓴 『사두키스무스 트리움파투스』의 일부분이다. 조지프 글랜빌은 내세와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유대교 종파에 맞서 악마의 존재를 증명하여 신의 존재까지 증명하고자 『사두키스무스 트리움파투스』를 썼으며, 악마의 존재를 증거하는 예로 악마에 홀린 여자들, 즉 ‘마녀’로 판정받아 마녀재판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단편집 『제비뽑기』 에 실린 발췌문 또한 모두 『사두키스무스 트리움파투스』에 실려 있던 ‘마녀재판’의 희생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마지막 5부에서만 악마로 추정되는 남자가 여성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미국 민요의 가사가 실려 있어 ‘마녀’와 희생양의 은유를 한층 강화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제비뽑기』는 의외로 그녀가 쓴 작품 중 ‘마녀’의 존재가 가장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리워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비뽑기』가 마법과 유령의 그림자가 어렴풋이라도 드리워져 있었던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힐 하우스의 유령』과는 달리 장르적 장치가 전혀 활용되지 않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편 개개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집으로 보면, 『제비뽑기』는 셜리 잭슨이 남성으로서 자신이 믿는 종교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마녀’로 죽어간 여성들을 ‘악마의 하수인’이라고 밀어붙인 글랜빌에 맞서는 책이다. 잭슨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마녀’라는 상징으로 치환하며 사회라는 이름 속에 숨어 있는 ‘악’을 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을 통해 보면 『제비뽑기』의 전체 구성도 놀랍기 짝이 없다. 1부에서 셜리 잭슨은 소통이 단절되고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괴리감을 겪으며 살아가는 여성들, 남자에 의지해서야 존재감을 갖는 여성 등을 그린다. 2부에서는 아직 사회화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이미 사회에 물들어 압력을 행사하는 여성을 그리는데, 이 여성들이 행사하는 압력조차 완전하지 않아 언제든 전복될 수 있음이 곳곳에 드러난다. 3부에서는 2부에서 보여주었던 여성의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어 결혼하여 배우자를 갖고 확실한 사회의 일원에 속한 여성이라 할지라도 직장에서나 집안에서나 뚜렷한 권위를 갖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3부의 첫 단편 「담화」는 남성들이 쓸데없이 어렵게 쓰는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하여 끔찍한 괴리감을 겪는 여성을 그린다. 그리고 여성의 정체성 붕괴가 표면화되는 4부 마지막은, 남성 주도로 오랫동안 해마다 치뤄졌던 의식을 통해 여성이 실체적인 죽음에까지 이르는 단편 「제비뽑기」가 장식하고 있다.

●영향을 준 작품
“‘공포’를 재료로 작업하는 건 언제나 즐거워요. 공포를 가져다가 이해하고 빠져들어 본 뒤에 내가 두려워했던 상황과 합쳐 보고, 그 모든 것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이요. 난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 속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셜리 잭슨은 시인 하워드 네메로프에게 쓰고 부치지 않은 편지에서 한 말처럼 공포를 즐기는 작가였다. 비록 생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인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를 완성한 뒤에는 공포증이 심해져 몇 달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등 불행을 겪은 끝에 숨을 거두었지만, 자신이 느꼈던 공포를 냉정하게 관찰해 환상적인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셜리 잭슨은 평생 동안 편견과 차별을 증오하며 살았다. 자신을 고립시키고 자신에게서 공포를 일으키는 원천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신이 느낀 공포로 새로운 공포를 끄집어내는 셜리 잭슨의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통찰이 들어 있으며, 이는 『신들의 전쟁』 등의 작품을 쓴 훌륭한 SF 작가인 닐 게이먼, 호러의 거장 스티븐 킹, 『나는 전설이다』를 쓴 리처드 매드슨, 『머더리스 브루클린』을 쓴 조너선 레섬, 『좀비』를 쓴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의 뛰어난 장르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2008년 출간된 뒤 영화화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 시리즈 또한 《뉴요커》와 《옵저버》, 《내셔널 포스트》 등에서 셜리 잭슨의 단편 「제비뽑기」에서 기본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라고 추정하는 등, 신진 작가들에게도 변함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에는 호러와 심리 서스펜스 장르에 혁신적인 작품들을 남긴 셜리 잭슨의 공헌을 기려 셜리 잭슨 상이 제정되었으며, 이 상은 그 해에 발표된 호러 작품이나 어두운 심리 서스펜스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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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The Lottery] 세상에서 가장 충격적인 짧은 단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게스 | 2016.08.18 | 추천7 | 댓글12 리뷰제목
표제작 제비뽑기의 원제 The Lottery는 우리에게 행운의 거액 당첨이라는 복권을 연상시킨다. 흔히 로또 맞았다고 할 때의 행운의 느낌때문에  제비뽑기라는 번역이 원제 The Lottery가 주는 반전적 충격을 희석시키는건 아닌가 싶다. 결론은 어마어마하게 충격적이라는 거다. 전건우의 <밤의 이야기꾼들>에 실린 이야기 중의 하나인 <눈의여왕>을 읽으면서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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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제비뽑기의 원제 The Lottery는 우리에게 행운의 거액 당첨이라는 복권을 연상시킨다. 흔히 로또 맞았다고 할 때의 행운의 느낌때문에  제비뽑기라는 번역이 원제 The Lottery가 주는 반전적 충격을 희석시키는건 아닌가 싶다. 결론은 어마어마하게 충격적이라는 거다. 


전건우의 <밤의 이야기꾼들>에 실린 이야기 중의 하나인 <눈의여왕>을 읽으면서 이 책의 표제작으로 실린 셜리잭슨의 The Lottery가 생각났다. 오밤중에 캄캄한 폐가에 모여 앉아 자신들을 기묘한 이야기들을 차례로 전하는 것을 취재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건우의 <밤의 이야기꾼들>중 마지막 노인이 이야기한 <눈의 여왕>은 The Lottery에서 마을 사람들이 행했던 방법과 비슷한 방법으로 인간의 본질적 야만성과 악을 폭로한다. The Lottery는 지금은 사라졌다고 판단되는 관습과 주술적 믿음을 다루기도 하는데, 알 수 없는 먼 미래를 상상한 커트 보니것의 <2BR02B>와도 상통하는 데가 있다. 궁극적으로 어떤 집단의 관습은 그 집단의 믿음에 기초하는데, 그 믿음이 무엇을 위해서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선택한 가치가 과연 무엇을 희생시키는가를 어떻게 교묘하게 숨기고 있는지를 생각나게 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그러니까 2BR02B는 집단이 어떤 희생을 치르고 구축한 시스템이 무엇을 파괴시키고 있는가를 다루는데, 그렇게 해서 구축된 시스템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가.. 그것이 혹은 어떤 시스템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고, 세상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오히려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제는 읽을 때는 단순히 충격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라고만 생각했던 스토리의 파편들이 두뇌에서 여기저기 튕겨가며 이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은유로 치환된다는 거다. 


참고로 셜리 잭슨은 The Lottery는 영문학 교과서에 자주 실리기 때문에 영미권 환경에서는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소설이라고 한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모호한 이 소설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마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들고 약간의 축제분위기마저 감돌면서 목가적 분위기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농담을 해가며 칠십칠년 이상 오래된 이 관습이 어떤 마을에서는 없어졌다며, 그런 젋고 어리석은 인간들이라며 쯧쯧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이런 저런 잡담이 이어진다. 약간 늦게 도착한 테시 허치슨 부인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 깜빡 잊어버렸었다고 하고, 사람들은 그녀가 없는 채로 시작할 뻔 했다고 그렇게 가볍게 시작된다. 진행자는 한명씩 마을 사람들의 성을 호출하고 종이를 뽑아 들고 순서대로 한명씩 가장이 먼저 종이를 뽑아 어떤 집안이 당첨되는지가 먼저 결정되는데, 빌 허친슨이다. 


소설을 내고, 독자들의 사과하라는 압력까지 들었다는 하는데, 애초 처음에 그 독자들을 화나게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소설 속에 있다. 우리 인간을 어떻게 취급하는 거야? 혹은 인간을 뭘로 아는 거야? 라는 반격이 가능할만한 소설이다. 마지막 문단에 가서는 선명하게 시각적인 장면이 연상되어서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지켜져왔던 것들 남겨진 것들 중에는 희생양을 기반으로 한 것을 찾자면 못찾을 것도 없을 것이다. 당첨자가 밝혀지자, 빨리빨리 끝내고 일하러 가자는 마을 사람들의 그 무심함이 더욱 소름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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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두뽀사리 | 2015.07.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제비뽑기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방 17 셜리 잭슨 지음 엘릭시르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 『힐 하우스의 유령』 에 이어 처음으로 정식 소개되는 셜리 잭슨(1916~1965)의 단편집 『제비뽑기』는 잭슨을 20세기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우뚝 서게 만든 대표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으로 꼽는다고 한다.  또한, 오락성에 가치를 두고 단순히 장르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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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방 17

셜리 잭슨 지음

엘릭시르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 힐 하우스의 유령』 에 이어 처음으로 정식 소개되는 셜리 잭슨(1916~1965)의 단편집 『제비뽑기』는 잭슨을 20세기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우뚝 서게 만든 대표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으로 꼽는다고 한다.  또한, 오락성에 가치를 두고 단순히 장르 소설을 쓴 작가로 볼 것인가, 장르의 틀을 넘어 뛰어난 주제 의식과 문학성까지 이룩해 낸 작가로 볼 것인가가 평론가들 사이에서 논쟁거리라고 한다. 앞서 소개한 두 작품을 찾아서 읽어야할지 어떨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박태주 작가의 『제비뽑기』제비뽑기라는 제목의 책과 혼동하지 않으시기 바란다~
전체 5부로 나눠진 이 단편집에는 첫 번째 단원에 6편, 두 번째 단원에 7편, 세 번째 단원에 6편, 네 번째 단원에 6편 단편으로 총 25개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장편소설보다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편을 읽을 때는 매번 등장인물과 상황을 새롭게 파악해야한다는 점이 귀찮고 몰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처럼 그저 설렁설렁 책을 읽어나가는 사람에게는 매순간수난을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일이 그만큼 힘에 겹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25편이나 되니 등장인물의 이름을 짓는 일도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이 작품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 소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지옥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 인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야만성과 악을 폭로하여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을 받는다고 한다. 거짓말을 천역덕스럽게 늘어놓는 아이, 인종 차별에 사로잡혀 이웃을 외면하는 사람들, 질투심으로 타인을 배척하는 경우 등……, 그러나 이런 일들에서 야만성이랄지, 악이랄지 미스터리라는 정황을 포착한다는 것이 글쎄? 잘 납득되지는 않는다. 또한 1부를 제외한 각 부의 앞머리에 악마에 관한 짧은 인용이, 마지막 5부에서는 악마로 추정되는 남자가 여성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미국 민요의 가사가 실려 있어 분위기를 더한다고 하지만, 내가 미국인이 아니고, 미국 문화에 낯선 관계로 미국 민요가 바로 떠올려지지 않으니 글쎄, 잘 모르겠더라~

오늘은 기말고사를 치루고 있는 고등학생 큰 딸이 문학 시험을 잘 못 치뤘다고 맥이 빠져서 힘들어하는데다가, 나까지 민원인 들의 문제로 상처를 받아 참으로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 사람들의 말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여겨지지만, 이런 일들이 한 개인에게 뿐 만 아니라, 도서관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의연할 수 만은 없는 듯 하다.

총 다섯 단원으로 나누고 있으며, 첫 단원에는 「취중 대화」, 「유령 신랑」, 「어머니가 만드셨던 것처럼」, 「결투 재판」, 「빌리지의 주민」, 「R.H. 메이시와 보낸 시간」을

두 번째 단원에는 「마녀」, 「이탈자」, 「당신 먼저, 친애하는 알퐁스」, 「찰스」, 「리넨에 둘러싸여 보내는 오후」, 「꽃으로 꾸며진 정원」, 「도러시와 할머니와 해군들」을

세 번째 단원에는

「담화」, 「엘리자베스」, 「오래된 좋은 회사」, 「인형」, 「모호함의 일곱 가지 유형」, 「아일랜드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어요」을

네 번째 단원에는

 「당연하지요」, 「소금 기둥」, 「커다란 신발을 신은 남자들」, 「치아」, 「지미가 보낸 편지」, 「제비뽑기」를

마지막 단원에는  「에필로그」를 싣고 있다.

두 번째 단원의 마지막 작품인 「도러시와 할머니와 해군들」(191쪽)에서 등장하는 '도러시'라는 이름과 네 번째 단원 「치아」에 등장하는 '클래라'라는 이름의 표기법은 참으로 낯설다.  이를 보면서 '도로시'가 아닐까? 싶었다. 표기법이 어느 것이 맞는가 하는 문제는 제처두고라도, 이렇게 표기되는 것이 사뭇 이상한 듯 하다. 게다가 각각의 제목을 감싼 검은 띄가 자꾸 책갈피에서 튀어나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2015.7.2.(목)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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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당신도 언제든 똑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봄볕조는병아리 | 2015.04.06 | 추천5 | 댓글1 리뷰제목
당신도언제든똑같은피해자가될수있기에
 불행에는 인력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그러하듯이 인간의 이성으로 가늠조차 어려운 거대한 비극은 우리의 영혼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한 영혼의 필사라고 할만한 문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대에 커다란 상흔을 남긴 비극 안에서 문학은 자유롭지 못하고 그 이유에 대한 '왜'와 대안을 위한 '어떻게'를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테어도어 아도르노가 2차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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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에는 인력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그러하듯이 인간의 이성으로 가늠조차 어려운 거대한 비극은 우리의 영혼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한 영혼의 필사라고 할만한 문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대에 커다란 상흔을 남긴 비극 안에서 문학은 자유롭지 못하고 그 이유에 대한 '왜'와 대안을 위한 '어떻게'를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테어도어 아도르노가 2차 대전 후에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처럼.


 그것을 무엇보다 이번에 나온 미국의 여성 작가 셜리 잭슨의 두번째 단편집인 '제비뽑기'에서 확인하게 된다. 이 작품은 1949년에 나왔다. 그렇다는 것은 여기에 담겨진 25편의 이야기들이 2차 대전이 남긴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기에 쓰여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여전히 전쟁이 남긴 절망과 아픔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고 있었을 때에 태어난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읽으면 과연 그러할까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모든 단편에서 전쟁에 관한 것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전혀 안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지극히 사소한 일상적인 장면만 계속될 뿐이다. 이웃을 사귀고, 누군가를 방문하거나 누군가의 방문을 받고 사소한 대화를 나눈다. 그 뿐이다. 셜리 잭슨은  46년과 48년에 걸쳐 이 단편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47년에 알베르 카뮈는 2차 대전을 흑사병에 비유한 '페스트'를 썼다.) 그토록 시대의 어둠을 가져온 커다란 전쟁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 작품이 세계 제2차 대전의 강력한 자장 안에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비록 겉모습은 한없이 일상적일지라도 그 속에선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킨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되새기고 헤아리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리는 시작에서부터 알 수 있다. 가장 처음에 소개되는 짤막한 단편인 '취중 대화'는 지금부터 우리가 읽으려는 25개의 단편들이 사실은 그러한 작업임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은데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 열일곱 살이에요. 큰 차이가 있죠." 그녀가 고개를 들더니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네 나이 무렵이었을 때...." 그는 지나치게 강조하며 말했다. " ... 여자애들은 칵테일이나 남자친구와의 애무만 생각했지."

 "그게 문제예요. 아저씨가 어렸을 적에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언가를 두려워했다면 현재가 이렇게 형편없지는 않을 거예요." 그녀가 진지하게 대꾸했다. (P.17)


 미래 역시 밝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열일곱 살의 소녀는 전쟁에 책임있는 과거의 어른들이 무언가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를 망쳤다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은 과연 무엇을 두려워해야 했던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타자에 대한 두려움이다. 물론 그것은 타자를 두렵게 여겼어야 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 보다는 타자를 마음대로 재단하고 편리하게 배척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주입한 프레임을 무분별하게 수용하여 타인에 대한 편견과 적대로 똘똘 뭉친 괴물과도 같은 우리의 자화상을 말이다. 감히 우리라는 말을 쓰는 것은 이것이 오늘, 여기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역사가 보여주듯이 그러한 태도는 2차 대전을 낳았다.


 '제비뽑기'는 거창할 지도 모르지만 그 비극의 반복을 막기위해서 그런 때의 사람들이 가진 진실된 자화상을 밝혀 달리 행동할 수 있는 성찰의 동기를 주기 위한 단편집이다. 그것을 위해 셜리 잭슨은 '제비뽑기' 단편집을 모두 4부로 나누고 각각을 기둥 삼아 마치 정교한 건축물을 세우는 것처럼 유기적(네 기둥이 차츰 발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으로 하나하나 파악해 나간다.


 첫 기둥은 이유에 관한 것이다.


 왜 우리는 타인을 그저 불안한 존재로 그리고 배척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게 되었을까?

 '취중 대화'에 뒤이은 두 편인 '유령신랑'과 '어머니가 만드셨던 것처럼'은 근원적인 상황에 대한 비유적 묘사이다. 거기서 전통적인 타인에 대한 신뢰(유령신랑)와 환대(어머니가 만드셨던 것처럼)는 배반당한다. 더이상 타인들은 내가 믿는 대로, 내 생각 대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문득 실종되고 속을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 홀연히 나 자신의 존재까지 상실한 위험을 가져온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어지는 '결투재판'과 '빌리지의 주민' 그리고 'R.H 메이시와 보낸 시간'은 그 이유를 보여주는 단편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방의 의미인데, 셜리 잭슨의 작품에서 방이 가지는 의미란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이 그러하듯이 그 방을 소유한 자의 존재 자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단편들에서 셜리 잭슨은 그 방의 주인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또한 아무리 바뀐다고 한들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즉 개인의 정체성이 더이상 고유하지 않고 마치 대량생산된 기성품처럼 언제든 교환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존재감의 축소가 타인에 대한 불안과 배척을 낳았다고 그녀는 아주 일상적인 사건을 통해 넌지시 암시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기둥은 현재다.


 첫 번째 기둥이 가져온 결과이자 정확히는 2차 대전을 가져온 궁극적인 원인이 될 것이다. 역시나 처음에 나온 '마녀'는 두 번째 기둥에 담긴 이야기들의 핵심을 집약하고 있다. 거기서 기차 안에서 꼬마가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는 자기 여동생을 토막내어 먹어버렸다고 태연히 말한다. 불안을 야기하는 타인이 이제 오로지 제거의 대상이 된 것이다. 뒤이은 '이탈자','당신 먼저, 친애하는 알퐁스', '찰스', '리넨에 둘러싸여 보내는 오후', '꽃으로 꾸며진 정원', '도로시와 할머니와 해군들' 모두 그러하다.


 특히나 압권은 '이탈자'인데 이 단편의 주인공 월폴 부인은 '레이디'라는 개를 기르고 있다. 하루는 이웃집에서 온 전화를 받는다. '레이디'가 담을 넘어와 자신의 닭을 잡아 죽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 번 피 맛을 본 개는 전혀 막을 수 없으니 주인공에게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은근히 죽일 것을 내비친다. 놀란 주인공은 레이디를 구하기 위해 방도를 찾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없애야 한다는 것 뿐이다. 그것도 너무나 즐겁게 말한다.


 월폴 부인은 생각했다. 상냥하게 대해야 해. 시골 기준으로 보면 저 영감이 나쁜 놈도 아니고 배신자도 아니야. 누구나 닭을 죽이는 개에 한 마디씩 하겠지. 그렇다고 저렇게 기뻐할 필요는 없을 텐데.(P. 111)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 '이탈자'는 이제 아무런 배려도 받지 못한다. 용서도 없다. 다만 제거할 뿐이다. 같은 고백을 우리는 '꽃으로 꾸며진 정원'의 매클레인 부인에게서도 듣게된다. 그녀는 도시에서 시골로 갓 이사온 이방인이다. 그녀가 가진 도회적인 삶의 자취 때문에 그녀는 차츰 소문의 주인공이 되고 그러다 마을에서 배척당한 흑인을 정원사로 고용하자(오로지 그 이유 하나로!) 그녀 자신마저 소외되어 버린다.


 이제는 마을 사람들이 말도 안 섞으려고 해요. 전에는 울타리 너머로 버턴 부인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면 부인이 가까이 다가와 함께 정원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죠. 그런데 이제는 '안녕하세요'라고만 대답하고 집안으로 들어가버려요. 아무도 우리한테 웃지도 않고 말도 붙이지 않죠."(P.188)


 뒤에 폭풍이 불어 버튼 부인의 나무가 매클레인 부인 집으로 쓰러지고 그동안 열심히 가꾸던 정원을 다 망쳐버렸는데도 버튼 부인은 한 번 쓱 보고는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단호히 닫아버릴 뿐이다. '당신과는 완전히 끝났다.'는 표현이다. 결국 매클레인 부인은 이렇게 쓸쓸히 말하게 된다.


 "이만 포기해야 할까요, 존스씨? 도시로 돌아가 정원은 완전히 단념하고 살아야 할까요?"(P. 190)


 개인이 가진 존재감의 축소는 이렇게 타인에 대한 배척을 가져왔다. 자신의 약점을 약점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타인의 희생시킴으로써 보강한 것이다. 이러한 타인에 대한 아전인수적인 태도는 급기야 2차 대전을 가져온 방아쇠가 되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즘 그리고 일본의 군국주의라는 세 갈래 길의 궁극엔 그것이 있었다.


 세 번째 기둥은 그러한 모습에 대한 질타다.


 여기엔 1부와 2부에서 셜리 잭슨의 분신들이 당했던 부조리에 대한 셜리 잭슨의 비판이 있다. '담화'에서는 정작 현실의 문제들은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현란하기만 하고 복잡하게 만들뿐인 말과 이론만을 생산하는 지식인들을 비판한다. 그녀가 누구나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들만을 작품에 담는 이유를 우리는 여기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에서는 타인(대프니 힐)을 비판하면서 자신 역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비판한다. '엘리자베스'는 '오래된 좋은 회사', '인형' 그리고 '모호함의 일곱가지 유형'에까지 이르는 일관된 주제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엷어진 존재감을 물질적 성공이나 자기보다 더 큰 권위에 맹목적으로 기대려는 것으로 강화하려는 풍조에 대한 비판이다. 


 '오래된 좋은 회사'는 오로지 남편의 권위에 기대서만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아내들이 등장하며, '인형'엔 남편에게 온갖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면서도 떠나지 않는 아내가 등장한다. 그리고 '모호함의 일곱가지 유형'에서는 자기보다 더 많이 안다면 무작정 수용하고 보는 한 사내가 등장한다. 2차 대전을 일으킨 파시즘이 정확히 이런 경로로 출현했는데 당시의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의 국민들은 강력한 국가의 권위에 대한 무조건저긴 추종으로 점점 희석되어지는 존재감의 불안을 지웠던 것이다. 그런 그들을 셜리 잭슨은 세번째에 실린 단편들에서 그들과 아주 닮은 전형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냉소적으로 때로는 풍자적으로 비판한다. 결국 그들이 제거하고자 했던 타인들보다 더 잘났다고 할 수 있는가 묻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배척했던 이유조차 진실이라기 보다는 무조건적 추종에 불과했으므로 어리석음까지 더불어 공박한다.


 그 가장 통렬한 비판은 '인형'에서 아내가 당하는 박해를 목격한 여성이 참다 못해 분연히 일어나 복화술사인 남편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아내에 대한 경멸을 욕설로 표현하는) 인형의 빰을 세차게 후려치는 것에서 폭발한다. 마지막 단편인 '아일랜드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어요'에서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바탕되지 않는 동정심은 기만일 뿐이며 그것은 받는 자에게 더한 굴욕만 가져다 줄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당시 미국이 행했던 점령지에서 풀려난 유럽이나 우리나라처럼 식민지에서 해방된 아시아 그리고 제3세계 나라들에 대한 오만한 시혜자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노인(더러운 걸인으로 아처 부인의 방문 앞에서 쓰러지자 아처 부인과 마침 거기에 있던 이웃집 여인들은 그에게 식사를 마련해준다.)은 아처 부인에게 말했다. "제가 흔쾌히 마시기는 했지만 저라면 그렇게 형편없는 화이트와인을 손님에게 대접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어요. 부인."(P. 304)


 셜린 잭슨도 바로 이 말을 당시의 미국에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억지춘향의 동정심이 아니라 받는 당사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한 도움을 말이다. 이렇게 세 개의 기둥을 경유하고 나면 드디어 마지막으로 네 번째의 기둥을 마주하게 된다.


 네 번째의 기둥은 경고다.


 만일 지금까지의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지 않고 여전히 무조건적으로 수용한 편견을 가지고 타인을 배척한다면 이번에는 바로 당신이 그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 선명한 경고는 물론 '제비뽑기'에서 나타난다. 여기서 셜리 잭슨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그 악습이 역사적으로 아주 오래 이어져온 전통이라는 점이다. 그녀는 한 노인의 입을 통해 이 사실을 보여준다.


 워너 영감이 코웃음을 쳤다. "어리석은 미치광이들. 요즘 젊은 놈들은 입만 열면 불평불만이라니까. 조만간 동굴에서 원시 생활을 하자고, 더이상 일하지 말자고 주장해댈 거야. 어디 한번 그렇게 살아보라고 해. '유월에 제비를 뽑아야 곡물이 금방 익는다'고 옛 어른들이 말씀하셨지. 제비뽑기를 안 하면 별꽃과 도토리로 끼니를 때우게 될 거야. 매년 해왔다고." 노인은 성마른 어조로 덧붙였다.(P.397)


 여기에서 보듯이 워너 영감은 2차 대전 때의 파시즘과 군국주의를 무조건적으로 추종했던 대중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만하다. 그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진실이라면서 태연히 쏟아낸다. 나중에 그는 무려 77년을 이렇게 해왔다고도 말하는데 그렇게 그가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제비뽑기'가 그 기원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만큼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즉 '제비뽑기'는 오늘의 잘못을 성찰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맞닥뜨리게 될 비극이며 워너 노인은 그런 우리의 미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제비뽑기'는 비유하자면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이 역사적으로 축적된 결과다. 그런 한나 아렌트는 악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악이란 무엇보다도 타자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제 우리가 타인의 뒷통수를 노리고 던졌던 부머랭은 다시금 돌아와 우리 자신을 노리고 있다. 네 번째의 단편들 중 '당연하지요'에서 타일러 부인이 문득 마주한 이웃의 독선적인 편견으로 인한 곤경이나 '소금기둥'에서 지금 자신을 둘러싼 모든 세계가 곧 소금기둥처럼 허물어질 것이란 예감에 결국 자신의 존재마저 소멸되어버릴 것 같아 두려움에 빠진 여인이 그랬듯이 말이다. 이러한 경고의 선명성은 아무래도 우리의 성찰이 시급하다는 것을 주지시키기 위함인 것 같다.


 이렇게 네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건축물과도 같은 '제비뽑기'를 간략히 소개해 보았는데 더하여 개인적으로 '제비뽑기'가 큰 수확이었다는 것도 밝혀두고 싶다. 이유는 이러하다. 


 그동안 셜리 잭슨은 사소한 일상에서마저 거기에 깃든 불안과 공포를 잘 잡아내는 작가로 유명했다. 또한 그것은 흔히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과 결부된 내적 성향의 반영으로만 여겨졌다. 그렇기에 사회적인 것과는 어느 정도 단절된 작가로 생각되었다.(작가 자신이 비사교적이었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되었다. 작가 자신의 이러한 모습은 앞서 소개한 '꽃으로 꾸며진 정원'에서 흑인에게 일자리를 주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소외를 당하는 매클레인 부인에게서 나타난다. 이러한 매클레인 부인의 곤경은 훗날 셜리 잭슨의 생전 마지막 작품인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에서 더욱 극적으로 형상화된다.)



 몰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회적인 것과 단절된 작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이번 독서를 통해 충분히 알게된 것이다. 셜리 잭슨이 민감한 더듬이로 그 어떤 작가들 보다도 사회적인 것과 예민하게 공명하는 작가임을 말이다. 가장 일상적인 것으로도 얼마든지 사회적인 문제의 근원을 진하게 우려낼 수 있는 작가. 그가 바로 셜리 잭슨이었다.

 

 이는 또한 왜 지금의 우리가 그녀의 책들을 그저 한 때 유명했던 작품들의 면목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우리가 가진 문제들과 관련해서도 거듭 읽어야 하는 가에 대한 이유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단편들에서 인물들이 마주하는 곤경은 그들만의 곤경이 아니었고 매클레인 부인을 소외시켰던 이웃들이나 워너 영감 같은 존재를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이 우리들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셜리 잭슨의 이야기를 읽다가 한 아이가 생각났다. 바로 내 주변에 있는 초등학생 아이의 실화다. 아이는 교회를 다녔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서울의 유명한 교회였다. 특히 부자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거기서 아이는 친구를 하나 사귀었다. 둘은 단짝친구가 되었다. 그러다 친구의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친구만큼이나 상냥하고 친절했다. 웃으며 자기 별장에 놀러오라고 하기도 하고 친구가 어디 어디 유명 사립 학교를 다녔고 다닐 것인지 줄줄 알려주었다. 그러다 아이에게 어느 학교를 다니냐고 물었다. 아이는 대답했다. 그러자 엄마의 얼굴이 일순 차갑게 변했다. 아이가 말한 학교는 엄마가 예상한 유명한 사립 학교가 아니라 강북의 평범한 초등학교였기 때문이다. 그 다음 주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교회를 나간 아이는 단짝 친구가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는 걸 보게 되었다. 결국 아이는 엄마에게 말했다.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이렇게 매클레인 부인은 아직도 우리 곁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영혼들이 이 세상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아무리 어린 영혼이라 할 지라도.

 아픔은 여전하다. 그런 의미에서 셜리 잭슨의 작품들은 확실히 현재형이었다. 타인과의 공존이 불안을 야기하고 누군가가 기피되고 배척되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그녀의 이야기는 부활할 것이다.



 

댓글 1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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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작가의 표현력이 최고시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큰콩이 | 2017.05.03
구매 평점5점
분명 잘 쓰인 작품인데 불쾌하다고 해야 하나요? 기묘한 느낌을 주네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gauloises | 2016.03.10
평점5점
등장하는 '도러시'라는 이름과 '클래라'라는 이름의 표기법은 참으로 낯설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두뽀사리 | 201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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