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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3 제1회 올해의 책 후보도서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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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608쪽 | 823g | 148*210*35mm
ISBN13 9788971393192
ISBN10 89713931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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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나이를 초월한 두 영혼의 아름다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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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에게 답합니다.1-18 퇴계가 고봉에게

구경서具景瑞1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전해 준 그대의 편지를 받아 보았습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상황이 잘 갖추어져 있어, 먼 곳에 막혀있어 답답했던 마음이 얼음 녹고 안개 걷히는 것보다 더 시원하게 풀렸습니다. 크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산간 벽지에 살고 있어서 서울 소식을 듣는 경우가 드물어, 그사이 고향에 내려갔다가 병으로 사직한 것과 명을 받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 일 같은 곡절을 모두 알지 못했는데, 이제 편지를 받고서야 알았습니다. 따라서 한번 시험하려 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분이 어떠했을지는 짐작이 됩니다. 이것이 오늘날 벼슬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고, 오늘날의 사람이 옛사람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이것으로 말미암아 나뉘어지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경력을 쌓으면 더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늙고 미천한 저는 병으로 인해 한가히 지내고 있으니, 임금의 은혜가 하늘과 같습니다. 다만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의 직책이 지금까지 해임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봄 소명을 받았을 때 사직을 청한 뒤로는 감히 다시 사직을 청하지 못했으니, 스스로의 마음만 불안할 뿐 아니라, 듣자니 여론도 사직하지 않는 것을 비난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여론이 매우 당연하지만 지난날에 사직으로 인해 낭패를 보았기 때문에 더욱 움츠리고 조심되어 감히 사직의 뜻을 밝히지 못하고, 대간의 탄핵으로 파직되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의리에도 맞지 않고 염치도 모르는 짓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지난 겨울 자중子中이 제게 왔을 때, 그대가 제 편지에 답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을 이미 말했습니다. 말재주만으로 경쟁하다시피 하는 것은 참으로 무익하고, 진실한 공부는 매번 하다가 말다가 하는 것이 괴롭습니다. 그러나 하다가 말다가 하는 잘못을 자세히 생각해 보면 기질과 습관의 치우침, 물욕의 가림, 세상사의 구속, 이 세 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곳은 산중이라서 물욕의 가림과 세상사의 구속은 적지만, 치우친 기질과 습관은 바로잡기 어려워, 뜰 앞을 서성이면서 매번 강직한 친구의 도움 받기를 생각하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대의 편지를 받으니 마치 큰 보물을 얻은 것 같아, 펴서 읽어 보고는 깊이 감복한 나머지, 늙고 혼미하다는 이유로 감히 스스로를 포기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대도 지난날 스스로 방종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만, 오늘에 와서 사람들이 그대의 풍모를 상상하고 흠모하기를 그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이겠습니까? 부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다 하여, 마음속으로 너무 근심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보내 주신 별지는 저의 어리석음을 많이 깨우쳐 주니, 천하의 서적을 다 읽어 보아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우 다행입니다.
경서가 돌아가는 길에 이 글을 부칩니다. 이만 줄이오니 살펴 주시기를 빕니다. 삼가 절하며

답합니다.
계해 2월 24일, 황이 머리 숙입니다.
--- pp. 101 ~ 103
제가 세상을 업신여기고 다른 사람을 낮추어 본다고 하는 말을 들으셨다는데, 저는 그런 마음이 없다고 스스로 믿습니다. 그러나 의논하는 때에 기운을 가라앉히지 못해 남들의 험담을 불러 일으켰으니, 참으로 아프게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치우친 성품을 바로잡는 것이 마땅합니다. 말을 삼가는 데 모자라고 몸을 단속하는 데 소홀한 병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평소에 스스로 알고 있던 것이라 늘 경계하고 반성했음에도 그런 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뿌리가 깊고 두텁지 못한 까닭에, 일이 있을 때마다 드러나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뿌리가 얕지만 그 위에 노력을 더한다면 아마 조금은 나아질 것입니다.

술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근래에 병이 잦았기 때문에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몸을 기르고 덕德을 기르는 데 모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정말로 굳게 절제하여 술에 빠지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p. 317
세상 사람들은 제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서 잘못 천거했다고 다투어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잘못 천거했다는 뉘우침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것은 제가 그대에게 바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같이 알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대가 평생 뛰어난 재주를 마구 써 버리고 방탕한 습관에 묶이며, 술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고 놀이와 방종에 빠져서, 마침내 성현의 세계와 수만리 멀리 떨어지게 된다면, 이는 곧 세상 사람들의 공격이 진실로 사람을 제대로 안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비록 잘못 천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해도 그럴 수 있겠습니까?
--- p. 306
이른바 미진했다 함은 다름이 아니라 학문을 이루지도 못했으면서 자신을 높이고, 시대를 헤아리지 못했으면서 세상을 일구는 데에 용감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실패한 까닭이니, 큰 이름을 걸고 큰 일을 맡은 사람은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 p.34
저는 늘 말하기를 “처세가 어려운 경우 나는 내 배움이 완전하지 못함을 걱정할 뿐이다. 내 배움이 만약 완전하다면 반드시 처세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했습니다.
--- p.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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