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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리뷰 총점8.8 리뷰 155건 | 판매지수 849
베스트
국내도서 top100 5주
1 2 3 4 5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54g | 130*205*20mm
ISBN13 9791130614779
ISBN10 113061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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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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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조남주 「현남 오빠에게」
최은영 「당신의 평화」
김이설 「경년(更年)」
최정화 「모든 것을 제자리에」
손보미 「이방인」
구병모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김성중 「화성의 아이」
발문_이민경 「여성의 이야기에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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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조금 내 인생을 돌아보고 계획하고 스스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요. 제 삶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저는 출산 계획이 없습니다. 게다가 오빠는 기대에 차서 ‘강현남 주니어’니 ‘해랑 강씨 12대손’이니 그런 말을 하는데, 저는 해랑 강씨도 아니고 대를 이어야 하는 의무감을 지고 싶지도 않아요.
---「조남주「현남 오빠에게」」중에서

“너는 속이 깊은 아이야.” 정순은 말했다. 그녀의 말은 일견 맞았다. 유진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자신의 마음속을 깊이 파내어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묻어야 했으니까.
내가 누구한테 말하겠니.
누가 내 얘기를 들어주겠니.
정순은 그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자기 존재에 대한 인정으로 느껴졌던 그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진을 옥죄었다.
---「최은영, 「당신의 평화」」중에서

딸은 야무지고 살림밑천이라는 말이 왜 생긴 것인지 납득할 수 없었다. 딸 키우는 재미도 마찬가지였다. 딸과 아들의 차이가 아니라 각 아이들마다의 차이 아니냐고, 어찌 딸만 키우는 재미가 있느냐고, 나는 생전 딸 키우는 즐거움은 몰라도 대신 아들 키우는 맛은 정말 잘 알겠다고 말하던 엄마였던 것이다.
---「김이설, 「경년更年」」중에서

당시에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단 한 가지 생각은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방을 다 치우고 난 뒤에 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하지만 가능한 한 그 집이 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최정화「모든 것을 제자리에」」중에서

난 그저 추락하고 싶은 거야. 난 죽고 싶은 게 아니야. 나는 다시 살아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거야. 내가 나를 배신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야.
---「손보미「이방인」」중에서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이런 상호 파괴적인 게임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누구든, 이걸 발견한다면 가져가서 드세요. 그리고 부디 온 힘을 다해 도망치시기를.
- 구병모「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중에서

사진을 전송하고 난 다음에는 우주에서 모아온 소리를 재생해 함께 들었다. 어쩌다 우주선의 교신이 걸려들 때는 무척 기뻤다. 쌍둥이 로봇들은 자신들이 전송하는 푸른 별에 막연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애정’이라는 말을 알았고 ‘그리움’이라는 말도 알았다. 그것은 끝없이 한 방향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행위였다.
---「 김성중「화성의 아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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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조차 옮겨본 적 없지만
한 번쯤 혀뿌리까지 치밀었던 말

「현남 오빠에게」는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처음 발표하는 소설이다.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이 낯설기만 했던 스무 살 ‘나’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준 남자친구 ‘현남 오빠’에게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점 “다 너를 위한 거야”와 같은 말로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현남 오빠’에게 문득문득 어떤 불편함을 느낀다. “여성이라면 강력한 기시감에 혹시나 나도 현남 오빠를 만났던가 헷갈릴” 만큼 평균적인 한국 남자 ‘현남 오빠’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현남 오빠에게」는 ‘나’가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어떤 불편함, 어떤 꺼림칙함을 ‘폭력’이라고 느끼기까지의 긴 시간을 돌이켜보고 용기 내어 고백하는 생생한 심리 소설이자 서늘한 이별 편지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현남 오빠에게」 중에서)

참고 참았다가 쌓인 울분을 끝내 터뜨리고 마는 ‘나’의 속 시원한 외침은, 남자로 태어나 모든 사회 권역에서 한결같이 ‘기본값’이 되는 ‘남성’ 등장인물의 이름을 지우고 ‘여성’ 등장인물에 이름을 붙여주었던 『82년생 김지영』에서 한 발짝 나아가 ‘현남 오빠’로 상징되는 성차별 앞에서 당당히 마주서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당신의 평화」(최은영)와 「경년更年」(김이설)은 각각 서른 중반을 지난 여성 ‘유진’과 어느새 갱년기에 접어든 두 아이 엄마 ‘나’의 이야기다. 「당신의 평화」는 “언제나 제일 먼저 불려 다니면서도 막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과는 거리가 먼” 맏딸 ‘유진’이 그녀의 엄마 ‘정순’에게서 받은 오랜 집착과 애증 어린 마음의 앙금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애인이었던 ‘그’와 오래전 헤어지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유진’과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엄마 ‘정순’의 감정을 헤아리며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이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가부장제의 두 얼굴을 슬프게 마주하게 된다. 「경년更年」에서 또래 여자아이를 ‘엔조이’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열다섯 살 ‘아들아이’와 이제 초경을 시작한, 아이돌을 좋아하는 열두 살 철없는 ‘딸아이’를 둔 엄마 ‘나’는 여자를 대하는 아들의 태도에서 어떤 딜레마를 겪는다. “열세 시간 진통 끝에 낳”았고 “젖과 청춘을 먹여 키운” 소중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반 발짝 떨어져 ‘아들’의 행동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엄마 ‘나’의 모습은 이 사회에서 ‘아들을 둔 엄마’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져준다.

“나는 누구에게든 마음껏 미안하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지예야, 수민아, 가영아, 혜빈아, 소영아……” (「경년更年」 중에서)

아들아이가 만난 여자아이들의 이름을 가만히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는 온갖 성차별적인 시선과 평가가 두려워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온 모든 딸들의 이름, 무엇보다 갱년기 여성으로서 어느 날 그녀가 잃어버린 바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간절한 목소리다.


세상의 규칙을 뒤집는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최정화)와 「이방인」(손보미)은 “여성성이 필요할 때에만 등장하고 사라지는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 규칙을 뒤집는 이야기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에서 ‘붕괴된 건물 촬영기사’라는 낯선 직업을 가진 여성 ‘율씨’는 습진을 앓아 붕대를 감은 자신의 오른손을 끊임없이 흘끗대는 ‘과장’의 시선을 견딘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기이한 강박과 자기검열에 시달리던 그녀가 마지막에 내려다본 자신의 낯선 오른손은 어쩌면 “내가 나 자신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오염된 일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때로 남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남성의 목소리로 세상을 말하는 것에 더 익숙한 나 자신”(작가의 말)을 발견하는 섬뜩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방인」은 ‘경찰’이 직업인 여성 ‘그녀’가 주인공으로, 늘 ‘남성’ 위주로 진행되는 느와르 서사를 매력적으로 비튼 이야기다. “나는 이러한 소설의 ‘여성’ 주인공은 섹스어필을 해서도 안 되고, 사랑에 빠져서도 안 되고, 다른 누군가?특히 남성?의 도움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제한은 사실, 우스운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풍의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들은 섹스어필을 하고, 사랑에 마음껏 빠지고, 여성의 도움을 수도 없이 받기 때문이다.”라고 손보미 작가는 말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의문의 연쇄 실종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도시에서 과거의 실수 때문에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그녀’와 안간힘을 다해 그녀의 재기를 도우려는 동료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긴장감 있는 이야기가 실은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드라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구병모)과 「화성의 아이」(김성중)는 한층 다른 차원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되돌아갈 수 없는 어느 낯선 섬에서 벗을 수 없는 구두와 오픈숄더 타입의 원피스를 입은 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냥꾼들에게 쫓겨 다니며 목숨을 위협받는 주인공 ‘표’의 이야기다. 이 상황이 현실인지 그저 홀로그램일 뿐인지, 한 번도 “상식이 작용하지 않는 세계의 틈으로 내던져진 적 없는” 사람의 생생한 공포를 그려내는 이 소설은 구병모 작가 특유의 신화적인 상상력에 힘입어 유구한 “여성 살해의 역사”를 암시하고 있다. 「화성의 아이」는 화성으로 쏘아진 열두 마리의 실험동물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와 “중력도 통과하고 은하계도 통과하고 백색과 적색의 모든 행성을 통과”해온 죽은 개 ‘라이카’, 그리고 버려진 탐사로봇 ‘데이모스’ 세 인물이 화성에서 만나 서로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알고 보니 ‘나’는 임신한 암컷이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라이카’와 ‘데이모스’는 ‘나’의 “새로운 생명”이 세상 밖으로 무사히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생물이든 비생물이든 상관없이 함께 연대하며 온기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여성에게 여성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출산’에 대한 아름다운 우화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모든 풍경에, 익숙한 이미지와 친구들로 이루어진 내 둥지에 와락 안심이 된다. 그러자 너로 인해 발생한 나의 말, 다정한 말을 아이에게 건네고 싶어진다. 나는 온 우주에서 오직 너만을 걱정한단다. 얘야. 모든 별들은 어머니이고 우리는 춥지 않단다.” (「화성의 아이」 중에서)


또 다른 출발을 알리는
새로운 신호

“두려움을 이기고 단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로 이 소설을 썼다”는 최정화 작가의 말처럼 ‘페미니즘 소설’을 쓰는 일에 대한 혼란과 두려움은 작가 7인 모두에게 적잖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할 수 없다고 여겨진 이야기를 쟁취해내는 일만큼이나, 언제나 해왔던 이야기의 위치를 옮기는 일도 우리에겐 중요할 것”이며 그만큼 이 일곱 편의 이야기가 이룬 성취는 적지 않다. 작가 7인이 합심하여 인세의 일부를 여성인권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단지 ‘이야기’에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또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모자란 확신으로도 결국은 스스로를 믿기로 선택한 선대의 용기”를 이어받은 이 일곱 편의 이야기는 “귀퉁이에 등장하는 조연의 모습에서 자신과 닮은 데를 찾고 반가워하”는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이어 쓰고, 거꾸로 쓰고, 새로 쓰고, 다시 쓴다면” 언젠가 또 다른 이야기들이 쌓이고 다져져 새로운 땅을 만들어줄 것이다. 다른 곳을 꿈꾸던 이들과 그곳으로 천천히 이동하던 이들이 여태껏 그래왔듯 말이다. “여성의 삶들을 정가운데 놓은 이 일곱 편의 이야기는 또 다른 출발을 알리는 새로운 신호가 되어줄 것”(발문 중에서)이다.

“서로에게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해방될 수 있는 사랑, 그런 사랑이 가능한 세상을 꿈꾼다. 흘릴 필요가 없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꾼다.”
― 최은영(소설가, 『쇼코의 미소』 저자)



회원리뷰 (155건) 리뷰 총점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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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달, 현남오빠에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s*****a | 2023.02.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p224 한 사람만 무시하면 회사가 굴러가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것까진...that's exactly what they say. and sometimes, even as a women, I think this way too.and it is klling us all.. 7편의 단편 중 앞의 세 편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뒷부분의 네 편은 SF적인(?)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처음에는 7편 모두 82년생 김지영 같은 느낌일거라고 생각해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읽다보니;
리뷰제목

p224 한 사람만 무시하면 회사가 굴러가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것까진...
that's exactly what they say. and sometimes, even as a women, I think this way too.
and it is klling us all..

7편의 단편 중 앞의 세 편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뒷부분의 네 편은 SF적인(?)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7편 모두 82년생 김지영 같은 느낌일거라고 생각해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읽다보니 오히려 생각할 점도 많아지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 블로그도 기웃기웃거리면서 내가 생각한 해석이랑 맞는지 비교해보고 ㅋㅋㅋ 그랬다.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혼자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혼자 읽는 것 보다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는 이슈거리가 되기도 어려웠던 이런 주제들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이런 책이 나오고, 나같은 범인이 이런 책을 읽고.. 하는 모든 변화가, 그래, 이게 시작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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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불편함에서 신선함으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0.10.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오로지 여성 작가만의 글을 모아 엮었다. 그렇기에 ‘페미니즘 소설’집이 된 건 결코 아닐 것이다. 이 수식어가 붙는 순간 위험(?)해진다는 걸 그들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시도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가 곧 소설이라는 말에 부합하는 글들의 연속만은 아니었다. 일부는 그랬고 일부는 어쩌면 ‘터무니없다’는 평을 들을 지도 모르겠다;
리뷰제목

오로지 여성 작가만의 글을 모아 엮었다. 그렇기에 ‘페미니즘 소설’집이 된 건 결코 아닐 것이다. 이 수식어가 붙는 순간 위험(?)해진다는 걸 그들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시도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가 곧 소설이라는 말에 부합하는 글들의 연속만은 아니었다. 일부는 그랬고 일부는 어쩌면 ‘터무니없다’는 평을 들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왜 내가 세간의 평을 걱정하는 걸까. 즐기면 그만인 독서가 어느 순간 심오한 무언가로 돌변해버렸음을 깨달았다. 마음을 가벼이 먹기로 했다. 쉽지는 않았으나 필히 그래야만 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현남오빠에게’를 읽으면서부터 그랬던 거 같다. 난 주인공에게 나 자신을 대입시켰고, 마치 내가 써 내려간 글을 되뇌이기라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에 빠져들었다. 난 결혼을 앞둔 처지도 아니였고, 내 일거수를 살뜰히 보살피는 누군가가 곁에 있지도 않았다. 메마를 대로 메말라 버린 연애 세포 탓인지 부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현남 오빠를 대체할 인물이 나에겐 없었다. 그럼에도 난 주인공의 지난날이 마치 내 자신과도 같아 보였다. 누군가가 나 대신 중요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랐다. 마지 못해 떠밀리듯 부모의 요구를 수용했으며, 지금의 나는 그 결과물이었다. 과연 난 나로서 이제껏 살아왔던가! 페미니즘을 뛰어넘어 주체성의 문제를 고민하는 내 모습이 낯설게 다가왔다. 

이어진 작품 역시 나에게 각성을 요구했다. 난 마지막 순간까지도 결혼 당사자의 ‘버럭’을 상상했다. 정해진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도 이유 모를 긴장감을 느꼈는데, 문제를 야기할 것만 같은 정순보다도 유진으로 인함이 컸다. 아들이 없는 우리 집에서 부모가 누군가에게 며느리로서의 희생을 요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첫째 딸이라면 으레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한다는 식의 사고는 누구보다도 나에게 강렬하게 자리잡은 터다. 난 독립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에게 씌운 굴레를 기꺼이 짊어졌다. 

앞선 두 작품이 갑갑했다면 이어진 ‘경년’은 끔찍했다. 아들과 딸에게 사뭇 다른 역할을 바라는 건 오랜 전통(?)과도 같다. 이른바 성 역할이라 하는 것이 포괄하지 못하는 무언가마저도 우리 사회에선 당연한 것마냥 여기고 있음을 작가는 꼬집는다. 딸를 키우는 입장이어도 이는 마찬가지다. 등장인물인 윤서 엄마의 위험하고도 아찔한 사고 앞에서 주인공은 어떠한 동지애도 끌어내지 못한다. 일탈은 일탈이다. 그걸 발설하는 순간 오히려 말썽이 발생하는 사회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침묵에 반항하고픈 찰나에 이를 비트는 작품들이 뒤를 이으니, 통쾌해야 하는데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이라는 난해한(?) 제목을 지닌 작품 속에 난 결코 속하고 싶지 않았다. 영문도 모른 채 쫓기는 상황이다. 그것도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채로. 거액의 상금이 미심쩍었으나 아니다 싶으면 뒤돌아 나오면 그만이라며 발을 담근 건 주인공이었다. 그게 한 번뿐인 목숨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잘못이었는지, 주인공격 인물인 표는 이해치 못했다. 나 또한 그랬다. 어쩌면 공격성을 보이는 쪽이 현실에서와는 반대로 그려진 게 원인인 것도 같았다. 피를 부르는 응징은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내 사고를 압박하고 있음을 느꼈다. 

대미를 장식한 ‘화성의 아이’ 역시도, 차원은 다르나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주인공은 모든 게 불안정하다. 그가 5백 년의 세월읠 뛰어넘어 깨어난 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고, 낯선 공간에서 라이카라 불리는 개를 만난 것 또한 행운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정체성은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 그는 인간의 모습을 지녔으나 인간이 아니고, 임신 사실을 라이카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또한 불투명하다. 그의 탄생 이면에는 인간의 실험 정신이 깃들었으며, 그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시체가 되어 녹아내린 걸 보면 그는 인간에게 버림받았음이 분명했다. 왜 그는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진 걸까. 지구 아닌 다른 별에서 완전히 새로이 출발해야 할 정도로 우리의 처지는 딱한가. 

많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여성이 주변 인물로 전락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자신이 여성임에도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는 서툴렀던 우리다. 여성은 왠지 좋은 어머니, 좋은 아내여야만 할 거 같다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굴복했으니, 많은 글이 실제로 그랬으며, 그래야만 좋은 글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낯설게 느껴진 글들을 향한 생각을 바꾸어야겠다. 지금 나에게 충만한 감정은 불편함 아닌 신선함이라고. 새로이 명명함으로써 내 안의 견고했던 세상을 한 꺼풀 벗겨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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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연*지 | 2020.08.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7명의 작가들이 쓴 단편을 모은 페미니즘 소설..   얼마 전에 조남주 작가 님 작품을 몇 개 읽고 아직 감이 오지 않아 찾아 읽게 된 작품이다. 표제작인 ‘현남오빠에게’는 조남주 님의 작품이다.제목만 보고 그리운 현남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일거라 내 맘대로 상상했는데... 그냥.. 완전 아니었다..(나는 예상하면 항상 어긋난다.) 전 남친;
리뷰제목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7명의 작가들이 쓴 단편을 모은 페미니즘 소설..

 

얼마 전에 조남주 작가 님 작품을 몇 개 읽고 아직 감이 오지 않아 찾아 읽게 된 작품이다.

표제작인 현남오빠에게는 조남주 님의 작품이다.

제목만 보고 그리운 현남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일거라 내 맘대로 상상했는데... 그냥.. 완전 아니었다..(나는 예상하면 항상 어긋난다.) 전 남친에게 보내는 편지는 맞는데.... 처음에 애정어린 느낌으로 다정하게 시작되는 듯 하나, 끝은 그냥... 욕으로 끝맺으며 나 다시 찾으면 가만히 안둔다는 편지... 쉽게 읽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기 글쓴이가 나중에 벗어나서 다행이지만 그냥 자신이 벗어날 수 있었는데 너무 수동적으로만 살았던게 갑갑했다.

당신의 평화’(최은영 작가) ... 이 작품이 가장 공감이 되었다. 답답한 시집살이에, 결혼생활 내내 갑갑하게 살아온 엄마는 항상 딸에게 하소연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시어머니가 되려고 하니 며느리를 잡으려고 하고.. 그런 모습을 보는 딸의 이야기.... 이해되고 있을 법하는 이야기이지.

경년(김이설)....갱년기를 맞이 한 사춘기 아들, 딸을 키우고 사는 그녀가 자랑하는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들.. 중학생 그 아이의 성생활을 알게 되면서 여자로서 딸을 가진 엄마로서 가지는 죄책감, 아픔에 대한 이야기.... .... 나도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를 할지..

모든 것을 제자리에(최정화), 이방인(손보미), 하르피아와 축제의 밤(구병모), 화성의 아이(김성중...... 사실 위의 3작품도 딱히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읽는 건 쉬웠다. 근데 이 뒤 4작품은 읽기 힘들었다. 사실 뭔소리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페미니즘 소설은 어렵게 써야하는 것인가... 정확하게 무얼 말하는지 알 수가 없고 숨겨져있는 의미는 더더욱 모르겠다. 나는 소설을 사실 재미로 읽는다. 직장도 다니고 살림도 해야하고 애도 키우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행복을 위하여 텔레비전 볼 거 안 보고 뒹굴뒹굴 늘어지는 행복을 포기하고 시간을 내가며 읽는 책은... 난 정말 재미있었으면 좋겠다.(이번 주말은 코로나 시국으로 온전히 책만 읽었다. 몇 권을 읽었지만... 사실 이 책을 읽은 시간이 넘 아깝다. 만화책이면 4권은 읽었고 다른 소설도 1권 이상은 읽었을 시간을 낭비했다. 특히, 난해했던 작품 작가님의 다음 작품 절대 읽지 않을거야!!!)

나는 몇 번의 실패를 통해 아는 작가 위주로 작품을 읽고 있는데 너무 편파적이라 다양한 작가를 지금 도전하고 있는데 조금 힘이 든다.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우선 소설이나 이야기, 읽을 거리는 읽기 쉬운걸 써주시기 바란다. (읽기 쉬운 글을 쓰는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그치만 작가 님들은 프로아니신가. ... 쉽게 읽을 수 있어야 의미도 전달되는 거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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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05건) 한줄평 총점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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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잘읽었습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k*****9 | 2022.02.05
구매 평점5점
잘 읽었습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g****i | 2020.11.19
구매 평점5점
딸에게 주는 선물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z***z | 20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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