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HOW TO STOP TIME 매트 헤이그 Matt Haig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늘 있었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이야기로 풀어내기도 했다.
불로초를 찾으려 혈안이 되었던 진시황, 초상화가 나 대신 늙어가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영원히 죽지않는 하이랜드 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 <(최후의) 하이랜더 (1986)>....
이 책도 베네딕트 컴베비치 주연으로 영화로 제작된다고 한다.
<시간을 멈추는 법>은 하루살이라 불리는 보통사람들보다 15년 늦게 늙어가는 아나게리아 (Anageria) 들의 이야기다.
1581년에 태어난 톰 해저드(원래 이름은 에스티엔느)는 프랑스 귀족 출신이었지만 종교 전쟁으로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해온다. 10대 초반때부터 남들보다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고 마녀사냥이 극성을 부리던 시대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에게 마녀 재판으로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고 살던 곳을 떠나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갔다. 이곳에서도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소문을 막을 길이 없었다. 어디를 가나 숙덕거림과 예리한 눈초리와 노골적인 냉대가 쏟아졌다. 찌르레기들마저도 요란하게 짹짹대며 우리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어떻게든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를 향한 의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이었다. 사람들은 우리와 어울리는 악령을 쫓는다면서 집 앞 나무에 원을 여러 개 새겨 놓았다.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런던에서 과일팔이를 하는 로즈 자매를 만나고 같이 살게되면서 로즈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딸을 낳는다. 아내에 비해 늙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점점 위협해오자 가족을 위해 떠나지만 태어난 딸 매리언도 자신과 같은 운명. 매리언 조차 집을 떠나고 전염병으로 죽기 직전 만난 로즈로부터 딸을 꼭 찾으라는 유언을 듣는다.
사랑하던 아내를 잃은 실의에 방황하며 아이슬란드 캐나다 독일 홍콩 인도 미국 영국....등 온 세상을 떠돌며 세익스피어, 쿡 선장, 스콧 피츠게럴드, 채플린 등을 만나고 스페인 내전에도 참전한다.,
그러다가 노화를 연구하는 의사 허친슨 박사를 찾아가지만 미친사람 취급을 당한다. 30년 후 다시 만난 박사는 톰의 말을 믿고 연구를 시작하나 죽임을 당한다. 허친슨 박사를 죽인 이는 늙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게 하려는, 천년 나이를 먹은 핸드릭이 주도하는 '알바트로스 소사이어티'. 소사이어티는 앨버들의 신분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알바들을 찾아내고 조직에 가입시키려한다.
톰 역시 그 조직에 가입당하고 조직의 규칙에 따라 8년마다 신분을 바꿔 살아가면서 조직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한다. 즉 알바들을 찾아내 조직에 가입시키거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가입을 거부하는 알바를 제거하는 것. 톰 역시 가입을 거부하는 알바를 죽인 후 죄책감에 사로잡히지만 조직을 배신할 수는 없다.
런던에서 교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톰에게 프랑스어 교사 카미유 게링이 나타나고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감에 빠지지만 애써 외면한다.
나는 종종 한 세기 전에 헨드릭이 그의 뉴욕 아파트에서 들려 주었던 말을 떠올리곤 한다.
“첫 번째 규칙은 사랑에 빠지지 않는 거야.”
그는 말했다.
“다른 규칙도 있지만 이게 가장 중요해.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 사랑에 계속 빠져 있으면 안 된다는 것. 백일몽 속에서도 사랑하면 안 된다는 것. 이 규칙만 잘 지켜도 아무 문제 없을 거야.” --- p.7
딸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 딸을 목격한 또 다른 앨버를 만나고, 소사이어티의 명령에 따라 오래전 만났던 폴리네시아인 친구 오마이를 설득하러 오스트레일리아에 가지만 사랑하던 여인이 전쟁 중에 죽고 늙어가는 딸과 함께 살고 있던 오마이는 신분 세탁을 거부한다.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내가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아 본 건 그때뿐이었어. 시간이란 그런 거야. 늘 한결같지 않지. 살다 보면 공허하게 느껴지는 날들도 있잖아. 그게 몇 년이나 몇 십 년 동안 지속될 때도 있고, 괴어 있는 물처럼 무의미한 시간들. 그러다가 아주 특별한 해를 맞게 되지. 그건 딱 하루일 수도 있고, 오후의 짧은 순간일 수도 있어. 모든 게 갖춰진 완벽한 시간. 456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내가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아 본 건 그때뿐이었어. 시간이란 그런 거야. 늘 한결같지 않지. 살다 보면 공허하게 느껴지는 날들도 있잖아. 그게 몇 년이나 몇 십 년 동안 지속될 때도 있고, 괴어 있는 물처럼 무의미한 시간들. 그러다가 아주 특별한 해를 맞게 되지. 그건 딱 하루일 수도 있고, 오후의 짧은 순간일 수도 있어. 모든 게 갖춰진 완벽한 시간. 456
하고 오마이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톰에게 암살자가 나타난다. 바로 그토록 찾아 헤메던 딸 매리언. 매리언은 핸드릭에게 세뇌 당하여 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죽기를 바랐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톰이 실패할 것을 예감한 핸드릭이 직접 오마이를 처치하러 오지만 오히려 매리언에게 죽임을 당하고 톰과 매리언은 부녀 관계를 회복하고 톰은 카미유와 가정을 꾸린다.
이상해요.
당신이 그 많은 시간을 미래를 걱정하는 데 쏟아붓는 거 말예요.
이제 분명해졌다. 현재는 매 순간 속에서 영원히 이어진다.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 살아야 할 현재가 많이 남아 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 비로소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나는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않을 거고. 왜?
내가 바로 미래니까.
끝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인 우리가 ‘감히’ 멈추는 방법이란 다름 아닌 순간에 몰입하는 것. 그리하여 과거에 사로잡히지도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시간에 끌려 다니는 걸 스스로 그만두는 것.
"줄타기 곡예사의 실력을 어떻게 가늠하는지 아나?"
"어떻게 가늠하죠?"
"아직 살아있으면 실력이 출중한거야."